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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연 Jul 20. 2018

학력이 중요한가요?

크루즈 승무원에 대한 일문롱답 첫 번째




안녕하세요.

<나는 크루즈 승무원입니다> 책을 출간한 이후로 이메일이나 SNS를 통해 독자분들께 크루즈 승무원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받고 있어요. 그래서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하고 편한 대화체로 제가 드리고 싶은 몇 가지 조언을 풀어보았어요. 읽으면서 궁금하신 점이 더 생기신다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다음번 글에 참고할게요. 오늘은 먼저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학력과 전공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변해드리려고 해요.  






대학을 꼭 가야 하나요?


제가 있는 미국 크루즈 회사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학력은 크게 상관이 없어요. 특정 포지션을 제외하고는 고졸 이상 지원이 가능해요. (아이들의 활동을 담당하는 유스 스텝의 경우는 아동교육 관련 전공자를 선호하더라고요) 그러나 제가 근무하는 게스트 서비스 부서나 F&B 등 대부분의 엔트리 포지션은 고졸 이상이에요. 물론 호스피탈리티 쪽 전공자라고 한다면 환영받는 지원자가 될 가능성은 높겠죠. 그러나 학력보다 중요한 것은 영어 구사능력과 관련 경력이에요. 영어와 경력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할게요. 


그런데 고등학생이나 취업준비 전인 대학생 분들의 경우 조금 다른 차원에서 조언을 해드리고 싶어요. 제가 <나는 크루즈 승무원입니다> 책을 출간하고 많은 학생분들께 문의를 받았어요. 그중에 여러 학생분들이 대학을 가는 대신에 경력을 쌓는 건 어떠냐고 조언을 구하시더라고요. 저도 제 직업에 지금 만족하고 그래서 그런 경험을 담은 책을 쓰기도 했지만, 일단 아직 학생이시라면 자신의 가능성을 넓게 보고 진로의 방향을 정하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크루즈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대놓고 중요한 것 두 개를 먼저 꼽자면 영어와 서비스 경력이겠죠.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충족이 된다면 크루즈 승무원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영역의 다른 직업에도 도전할 수 있으실 거예요. 그러면 무조건 승무원 관련학과에 가거나 영문학과에 가야 할까요?  


 




저는 고등학생 때 교대에 가는 게 목표였어요. 


그때는 교사라는 직업이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죠. 그런데 점수 미달로 지원도 못해보고 일반 4년제 대학교 국문학과를 갔어요. 그러면서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고, 대학교 2학년 때는 통번역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생 때는 그렇게도 지겨워했던 영어가 신기하게 대학 가서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영문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는데 그때부터는 또 문학비평에 푹 빠져서 대학원 진학까지 고민했었어요. 그러다가 디즈니월드 인턴십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플로리다에서 생활하면서 일하면서 여행을 할 수 있는 스튜어디스를 꿈꿨고 그쪽으로 노력하다 보니 어떻게 크루즈를 타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대학생 내내 조금씩 쌓아왔던 다채로운 경험들이 크루즈를 만나게 해주었고, 책까지 출간할 수 있었던 디딤돌이 되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전 지금의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해요. 그렇지만 만약 크루즈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저는 다른 꿈을 이루어가면서 나름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크루즈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물론 매력적이지만, 6년을 근무한 지금은 이제 슬슬 랜드 베이스로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도 싹트고 있고요. 그러니까 직업의 특성상 “나는 평생 이것만 할 거야” 하게 되진 않는 것 같아요. 크루즈 승무원이 되더라도 막상 해보니 나와 잘 맞지 않아서 생각보다 빨리 그만두게 된다거나, 몇 년 후에 한국에서 이직을 하실 경우도 고려를 해보시길 바라요.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넓게 보시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시면서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대학 진학이 가능한 상황이시면 저는 대학생으로서의 시간을 누리시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어요. 학교가 제공하는 혜택을 잘 찾아서 이용하시거나, 여러 동아리 활동, 학회 등 작은 조직생활이라도 경험해보고 여러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이 모든 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고등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가치관과 인맥을 현성하게 되는 시기에 많은 영양분이 된답니다. 만약 전공을 호텔 또는 서비스나 관광 쪽으로 잡으신다면 아무래도 보고 듣는 게 많으실 테니 인턴십 등 더 많은 기회에 노출된다는 장점이 있겠죠? 그러나 저의 경우처럼 전공이 그쪽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스페셜리티를 살리면서 외국어 공부, 관련 스터디와 같은 자기계발을 병행하시면 되어요. 크루즈 승무원을 지원하는 데는 나이 제한이 없으니 아직 어린 친구들이라면 천천히 탄탄하게 준비하시면 되고, 나이가 좀 있으면 어때요? 얼마 전에 마흔다섯 살 스페인 언니도 신입으로 들어왔는걸요. 


또 하나. 크루즈 승무원이 자유로워보이긴 하지만 책임감도 많이 따르고 휴일이 없고, 고객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정신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직업이에요. 물론 여행도 할 수 있고 일반 직장인보다는 자유롭다는 점 등 좋은 부분도 많지만, 크루즈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어떤 탈출구로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크루즈 승무원을 꿈꾸신다면 꾸준히 영어실력을 쌓으시는 건 물론이고 제2외국어도 하실 수 있어야 해요. 서비스 경력은 당연히 필요해요. 외국 경험은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필수는 아니에요. 제가 외국 경험을 해보시는 걸 권하는 이유는 직업을 선택하시기 전에 이게 나와 맞을지 미리 체험해 보실 수 있기 때문이에요. 좋아 보이는 면만 생각하고 입사했다가 이 곳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봤거든요. 그렇지만 젊은 날, 새로운 일, 잊지 못할 무언가를 꿈꾼다! 한다면 크루즈 승무원만한 직업도 드문 것 같아요 =)



*****

크루즈 승무원을 꿈꾸는 여러분들께 조언을 드리기 위해 글을 썼는데 오히려 더 고민을 던져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무조건 "할 수 있어요!" "꿈은 이루어져요!"와 같은 응원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드리고 싶었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모두 응원해요!


다음번에는 크루즈 승무원의 필수 자격요건인 영어와 경력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 

저는 지금 캐나다 빅토리아에 와있답니다. 한 시간 후 오후 업무 시작이라 얼른 돌아가 봐야 해요. 일주일의 크루즈가 끝나는 날이라 게스트들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하거든요. 일주일 짧은 크루즈인데 어쩜 이렇게 게스트들과 쉽게 정이 드는 건지 늘 아쉬운 마음이네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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