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자연 Jul 24. 2018

서비스 경력이요?

크루즈 승무원에 대한 일문롱답 2

안녕하세요.  


금요일에 시애틀에서 출발한 익스플로러호는 현재 알래스카 스캐그웨이(Skagway)를 향해 가고 있답니다. 알래스카의 여름은 해가 참 길어요. 밤 열 시가 넘어야 해가 지고, 새벽 네시가 되기도 전에 일출을 볼 수 있어요. 하루의 업무가 끝나고 저녁식사를 하는 오후 여덟 시에도 대낮같이 환해서 점심을 두 번 먹는 기이한 느낌이에요. 이럴 때는 창문이 없어서 문만 닫으면 완벽한 어둠을 누릴 수 있는 크루 캐빈이 고마워지네요.


밤은 깜깜해야 제 맛이죠.  


 

알래스카 10:30pm


 


오늘은 크루즈 승무원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중 ‘경력'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먼저 서비스 경력은 당연히 필요해요. 그런데 경력이라고 하니 뭔가 이력서에 대단히 무게 있고 그럴듯한 한 줄이 필요할 것만 같죠? 조금 쉽게 접근해볼게요.  


크루즈 승무원은 포지션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스트를 상대하는 서비스직이에요. 크루즈 회사에서는 당연히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전달할 역량이 있는 크루 멤버를 뽑으려고 하겠죠. 그럼 좋은 서비스란 어떤 걸까요?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동안 받았던 기억에 남는 서비스를 생각해보세요. 저는 제가 마시는 커피를 기억해주었던 카페 아르바이트생, 늘 환한 얼굴로 인사해주시는 아파트 관리실 아저씨, 제게 어울릴만한 머리 스타일을 미리 고민해서 제안해준 디자이너 언니가 떠오르네요.  


그러니까 서비스라는 건 꼭 호텔이나 백화점 고객센터에서만 쓰는 용어가 아니라는 거예요. 서비스는 플러스알파 같은 거예요.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주문받은 커피를 만들어주면 되는 거지 굳이 이 손님이 어떤 종류의 커피를 좋아하는지 기억할 필요 까진 없어요. 관리실 아저씨는 아파트 관리를 잘 하시면 돼요. 미용실 디자이너 언니도 해달라는 스타일대로 머리를 해주면 돼요. 그렇지만 만약 그랬다면 저는 이 분들을 기억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 분들의 '플러스알파’는 저에게 어떤 예상하지 못한 작은 감동을 주었어요. 당연히 저는 그 카페와 미용실의 단골이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소개하여주었죠. 또 관리실 아저씨를 뵐 때마다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구요.  




서비스 정신은 +a,
Go over and beyond 같은 거예요.


저의 이력이라고 한다면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해 온 영어 과외, 디즈니 인턴십, 각종 컨벤션 진행요원 아르바이트 정도였어요. 저는 이 모든 걸 서비스와 연결시켜서 어필했어요. 영어 과외를 하면서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과 학부모를 상대한 경험, 아이의 수준에 맞게 학습 진도를 짜고 보충수업도 마다하지 않은 경험, 디즈니월드 기프트샵에서 일하며 국제점 감각을 익힌 점, 컨벤션에서 외국 손님들의 체크인과 간단한 통역을 담당하면서 쌓은 언어구사능력과 매너 등. 이런 저의 자잘한 경험들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함께 버무리고 나니 저도 꽤 괜찮은 지원자가 되어있더라고요.


아직 이렇다 할 사회 경험이 없으시더라도 괜찮아요. 영화관이나 카페 아르바이트처럼 작은 파트타임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전달했던 서비스, 기억에 남는 손님, 나를 힘들게 했던 손님의 이야기까지도 잘 정리해보세요.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철학을 정립해보세요. 경력이 아예 없어도 지원 가능할까요? 지원은 하실 수 있어요. 경력이 없어도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담아 인터뷰 보시는 분의 마음을 끌고 확신을 줄 수 있다면 도전해보세요. 실제로 그렇게 해서 합격하신 분도 있고요. 그런데 그 투철한 서비스 마인드 라는건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아무 경험이 없이 생길 수 있을까요? 그러니 작은 일이라도 이건 내가 서비스직을 경험하는 첫걸음이다 생각하시고 해보세요.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일해보셨다면 크루즈 안의 환경과 분위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아마 조금은 유리하겠죠? 같은 아르바이트라도 외국에서 한 경험이 있다면 눈에 띄는 지원자가 될 수도 있겠고요. 그러나 꼭 해외 경험이 없어도 괜찮아요. 한국에서도 충분히 비슷한 경험을 하실 수 있어요.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같은 놀이공원, 또는 외국 손님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태원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는 주한 미군부대의 기프트샵에서 일해보기도 했어요. 영어나 다른 외국어에 강하시다면 행사 진행요원이나 통역 알바 등의 경험도 도움이 될 거예요. 판매직을 하면서 고객을 상대한 경험도 좋은 이력이 될 수 있고요. 가만히 앉아서 얻어지는 건 없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게 되더라고요.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 같은 말이라도 더 듣기 좋게 말하는 법, 까다로운 손님을 다루는 법, 때로는 억울하지만 참는 법,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전달했을 때의 뿌듯함 이런 모든 것들이요.  




 팁을 드리자면 기억에 남는 손님, 서비스, 에피소드들을 그때그때 적어두시라는 거예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요, 인터뷰 때도 본인의 경험을 살려서 이야기하는 것이 유리하니까요. 막상 그때 가서 떠올리려면 경험이 많아도 생각이 잘 안 날 수 있으니 꼭 그때그때 적어두세요.  


 

다음 글에서는 모두가 궁금해하시는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드릴게요. =)

작가의 이전글 학력이 중요한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