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신종사기 '로맨스스캠(Romance Scam)'
친구요청이 도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여느 때와 같이 특별할 것 없는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4월의 어느 아침,
페이스북으로 날아든 한통의 알림은
나의 호기심을 단번에 사로잡기 충분했다.
인스타그램으로는 부업 추천(?)과 같은
모르는 사람의 스팸성 친구 요청을
귀찮도록 많이 받아왔지만
잘 쓰지도 않는 페북으로
낯선 사람의 친구요청이 온 것은
거의 처음 겪는 일이었다.
요청을 한 사람의 프로필을 먼저 조회해 보았다.
파리 거주, 서울 출신
베*앤 컴퍼니 수석 컨설턴트
중간에 겹치는 친구가 있는 건지,
아니면 링크드인처럼 인맥 쌓기로 요청을 한 것인지
이유가 궁금해졌다.
부업신청과 같은 스팸성 친추는 아닌 것 같아
수락 버튼을 눌렀는데
친구 추가가 되자마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국인이라기엔 아니 최소 교포라기엔
어눌한 정도가 아니라
번역기를 돌린 듯한 말투가 눈에 띄었고
갑자기 이 사람이 정말 '신종사기꾼'인 것인지
호기심이 폭발했다.
미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프랑스에서 일을 할 정도라면 영어가 가능할 것 같아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대기업 수석 컨설턴트라는 사람은
내게 계속 한국어로 대화를 했고
집착적으로 카카오톡으로 넘어가자는 요구를 계속했다.
그가 내게 준 카카오톡 아이디는
'kimju00000'이었는데
마치 북한의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아이디였다.(!)
강 모 씨라는 사람이 김 씨(kim)로 아이디를 만들다니
이름을 여러 개 쓰는 사기꾼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또한 나의 요청으로 그가 보내온 명함은,
파워포인트로 편집한 듯
회사의 로고가 다 찌그러 눌려진 것이었는데
이런 것에 속을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면서
단시간에 명함을 만든 노력과 정성에
오래간만에 큰 웃음이 터졌다.
(저 회사의 실제 파리 본사와 명함의 주소는 일치하더라)
그가 준 카톡 아이디를 추가하여
먼저 그의 프로필 사진을 보았는데
프로필 배경화면에는,
'나는 당신을 재미로 만나지 않아요.'라는
전형적이고 클리셰한
로맨스 스캐머(Scammer)의 멘트가 담겨있었다.
(재미가 아니라 돈으로 만나겠.. 쿨럭)
페이스북 대화까지는 정말 신박했는데
카톡까지는 아직 요즘 트렌드를 못 맞추는 것 같았다.
이 걸보고 사기가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였다.
그때까지 이 상황을 같이 공유받은 친구가
내게 보내온 사진들은 더욱 가관이었다.
같은 얼굴인데 어떤 계정은 부산 출신이고
어떤 계정은 직업이 골퍼였다.
심지어 인스타그램에도 그의 이름을 치면
여러 개 신분의 계정이 나왔다.
댓글차단을 하지 않은 어느 계정에는
국제적인 피해자들의 제보와 댓글이 잇따랐다.
내용에 따르면,
이 로맨스 스캐머는, 무려 '가나' 출신으로(?)
페이스북 친구요청 뒤 카톡이나 왓츠앱으로 넘어가서
친분을 쌓고 그 뒤 동정심을 유발해
돈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무려 1년 전부터
같은 이름으로 이 같은 사기를 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사람들을 놀리듯
사기행각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새삼 국제 사기는 더욱 잡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느꼈다.
요즘 딥페이크(Deepfake) 기술로
돌아다니는 사진 속 남성 또한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대생 출신의 DNA가 꿈틀거리며
'한국인의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친구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여
차단을 하고 페이스북에도 계정을 신고하였다.
아 물론,
그 사람이 사칭한 회사에도
직원사칭 관련하여 친히 이메일을 보냈다.
최근 현직 검사까지 당할 정도로
반듯한 외모로 SNS를 통해 접근한 뒤
카톡으로 넘어가 돈을 요구하거나 또는
해킹 프로그램을 보내 사기를 치는
로맨스 스캐머와 피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도 이를 겪고 보니
가해자들의 기술력이 상당히 발전(?)하여
자칫하다가는 정말 누구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 DM을 통해
데이팅을 하는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에 따라
사기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외로운 감정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피해자들의 상처도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모쪼록 SNS 계정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길 바라며
피해자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