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글 발행이 뜸했다.
바빠서가 아니라
글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깨어 있는 내내 '잠만 자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정말 그랬다.
어느 정도였냐면
출근한 날에는 집에 돌아오면
간단히 요기를 하고 씻고
8시든 8시 반부터든 잠에 들었다.
(그러고 6시에 일어났다)
주말에는 24시간 중
밥 먹는 시간 총 1시간 정도를 제외하고는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하며
잠에 취해 계속 꿈속에서 지냈다.
의지와는 상관없었다.
계속 잠에 취해 지냈다.
내 맘이 쉬고 싶다는 신호였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불안이 임계치를 넘으면
내 방과 내 마음의 모든 스위치를 끄고
내내 잠만 자며 스스로에게 강제 휴식을 주었다.
남들은 걱정이 많으면 잠이 안 온다는데
극도의 불안 속에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몸은 언제나 나를 지키기 위해
깊은 수면을 택했다.
그리고 꿈속에서 비로소 나는 자유로움을 느끼곤 했다.
그러다 문득 잠에서 깨면
술에서 깬 것 마냥
갑자기 현실이 뇌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오며
잠 자기 전보다 더 날 것의 파닥거리는 불안감을 느끼며
다시 또 잠을 청하는 패턴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때때로 나는
이처럼 생산적이지 못한
나의 불안회피 방식을 한심스럽게 여기곤 했다.
차라리 숨이 차도록 런닝머신을 뛰든
종일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보든
무엇이라도 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나는 또
나의 '이 작고 가여운 불안'의 성격에 대해 깨달았다.
나의 불안은 그런 사소한 행동마저도
용기 낼 수 없을 만큼
온몸과 마음이 굳게 멈춰버린 것이었다.
'오늘은 무조건 깨어있을 거야'라던 그 전의 다짐이
내 안의 불안을 받아들이고 나서는
'내가 많이 불안한가 보다, 좀 퍼질러 자면 어때'로
바뀌고 그러자 마음도 많이 안정이 되었다.
서른이 훌쩍 넘은 이제야
나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 것 같다.
몇 주간의 긴 충전을 끝내고
다시 돌아온 나를 위해
오늘 저녁은 사놓고 몇 주간 뜯지 않은(아니 못한)
맥주 한 캔과 함께 자축이라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