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친구 C에게 전하는 사과
독자분들의 가장 오래된 친구는
언제 적 친구인가요?
호불호가 강하고
인간관계에서도 맺고 끊음이 확실한 나는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특히 유년시절의 친구들과는 거의 연락이 끊겼는데
감사하게도 초/중/고 때 각 1명씩의 친구들과는
현재까지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모두 나를 먼저 찾아 연락을 해주고
나를 품어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누군가 내게 가장 오랜 친구가 누구냐고 물으면
8살 때 만난 C라고 서슴없이 말할 것이다.
아마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을 테다.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C의 집에서 학교 가는 길에
우리 집이 있었기 때문에
C는 매일 아침 우리 집에 들러 나를 불렀다.
우리는 매일 서로의 가이드처럼
함께 등교하고 집에 같이 돌아왔다.
6개월이 지났을까, 1년이 지났을까.
시점이 명확하지 않지만 C는 옆 동네 학교로 이사를 갔고
반경 1km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나는
우리가 다시 볼 수 없고
그 인연(?)이 이렇게 끝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이후로 8살의 C는 우리 집으로 편지를 부쳤다.
그게 내 인생 첫 펜팔이 되었다.
최대한 예쁜 우표를 사서 일상의 얘기들을 가득 담아
그녀와 주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
옆옆 동네였지만 나도 이사를 가면서
우리의 거리는 더 멀어졌고
중학교에 들어가고 스스로 외출에 자신감이 생겼을 때에야
가끔 만나곤 했다.
관계에 서툴렀던 나는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또 재수를 하면서
어느 순간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는데
몇 년쯤 지났을까.
그녀는 한창 유행이던 '싸이월드'에서
전국의 8X년생, 흔하디 흔한 필자의 이름을 가진 몇 백명의 홈피를 뒤져
나를 찾아냈고 결국 우리는 20대 초반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는 지역이 달라 그때 한번 중간지점에서 만난 이후 또 연락이 뜸해졌다.
이후 C가 직장 때문에 내가 사는 지역으로 이사를 오며
C의 연락에 다시 한번 더 만나게 되었다.
항상 그녀가 내게 먼저 다가왔고 나를 챙겼다.
그때는 고마운 줄만 알았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던 것 같다.
멘탈이 유독 약했던 나는
직장에 들어가 많은 사건과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일상의 대부분을 회사에 집중하며 지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종종 그녀가 만나자고 했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만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 핑계였던 것 같다.)
가끔 안부인사를 전하다
연락을 거의 하지 않은지 10여 년이 지난 시점
여기, 하노이에 와서 갑자기 그녀가 생각났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민망하고 어색해서 포기했을 텐데
어쩐지 그녀라면 이번에도 날 품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잘 지내고 있어?
예상대로 그녀는 나를 여전히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하지만 우리가 뜸했던 사이
친구는 어머니를 잃는 큰 일을 당했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날 밤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늘 나를 품어주고 다가와줬는데
나는 친구의 가장 힘든 순간에 곁을 지켜주지 못했던 것이다.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그녀는 더욱 성숙해지고
나를 더 이상 찾지 않아도 될 만큼
또 다른 인생의 소중한 친구들도 많이 생긴 것 같았다.
그제야 나는
그녀가 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해 왔고 노력해 왔는지
깨달았다.
나는 살면서 그녀처럼
누군가를 오랫동안 진심으로 챙겼던 적이 있을까?
왜 그때는 몰랐을까.
너무나 이기적 이게도
타국에 혼자 나와 외로움을 느끼게 되니
이제야 그녀가 생각난 것이다.
우리는 나의 지난 한국 휴가 때 만나기로 했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새로 이직한 회사의 업무 때문에
또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어떤 고명실로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고
언제고 다시 볼 것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가 그간 받은 만큼
친구에게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었지만
아무리 지금 친한 인간관계라도
물을 주듯 계속된 관심이 있어야 지속된다는 것을
지금에라도 깨닫게 되어 다행이다.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
요즘 계속 귓가에 맴돈다.
우리 인연도 참 대단해
누가 아니?
할머니 되어서 우리 어렸을 때처럼
손잡고 맨날 같이 여행 다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