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제발 주의해 주세요
불 안 켜놨네?
이런 말 하는 것도 지겹다, 이제.
지난 한국휴가 때 들른
압구정 유명 미용실에서
나는 너무 틀에 박혀서
진부하고 올드하게까지 느껴지는
유명 헤어디자이너의 '갑질'을 목격하였다.
해당 미용실은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여자 연예인들이 들르는
'연예인 미용실'로도 이름난 곳이었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저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곤 했는데
베트남에 와서
현지 미용실에서 몇 번의 실패(?)를 겪으며
한국에만 오면 보상심리가 폭발해서인지
일 년에 한두 번 하는 머리,
돈을 좀 더 주고라도 확실하게 이미지 변신을 하자는 생각에
유명한 곳을 찾아
압구정까지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해당 헤어디자이너분은
SNS에서도 유명한 분으로
몇 달 전에 예약해야지만 뵐 수 있는 분이었다.
문제의 그날은 그 선생님께 머리를 하는
두 번째 방문일이었다.
큰 미용실은 다 그렇듯 그날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서너 명의 보조 선생님들이
해당 헤어디자이너 선생님 옆에서
스타일링을 도와주셨다.
그런데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미용업계가 제도식이라
원장과 보조 선생님 간의 상하관계도 뚜렷하고
또 헤어디자이너로 본인의 이름을 샵에 내걸기 전까지
상대적으로 낮은 월급에
수많은 시간을 보조 디자이너로 근무해야 하는 것쯤은
나도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날처럼 대표 디자이너가 고객 앞에서 대놓고
보조들에게 '갑질'을 하는 모습을 본 것은
정말이지 처음 보는 광경이고 경험이었다.
내 의자 왼쪽에서 머리를 만지며
오른쪽의 보조 선생님을 갈구던(?) 그녀는,
이윽고 자리를 옮겨
먼발치에서 헤어샵이 떠나갈 듯
또 다른 보조 선생님께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체크하라고 했지?
고객님 화상 입힐 일 있어?
그녀의 샤우팅(?)은 정말이지
그 시간, 그 공간에 있었던
모든 고객들의 마음에 회복될 수 없는 '화상'을 입혔다.
점잖은 강남의 고객들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이 현장을 모른 척했지만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그녀가 그렇게 고객들 앞에서 샤우팅을 한 것은
아래와 같이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하나는 그녀의 보조 선생님들이
정말이지 큰 실수를 저질러 화를 주체할 수 없었든가
아니면 그녀의 위엄을 모든 보조 선생님들 앞에서 과시하고 싶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그날 자신을 찾아준 고객들이 자신의 행동을 참아줄 만큼 만만하게 느껴져서 이든가-
그녀의 제자(?)들이 큰 실수를 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따로 불러서 다그쳐야 할 부분이다.
돈을 주고 서비스를 구매하러 온 고객들 앞에서
그녀는 유명세에 비해 정말 프로답지 못했다.
문득 그 헤어디자이너의 모습에
우리네 직장생활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지금이야 SNS가 워낙 발달되어서
직장에서 그녀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매장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화를 내는 사람도 얼마나 답답하고 화가 나서 그랬겠느냐만은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다)
후배 앞에서 중간관리자를 대놓고 나무라는 것,
업무에 대한 지적을 넘어 인신공격을 하는 것 등은
정말이지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며 삼가야 할 태도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는
오픈된 공간 및 후배 앞에서 크게 혼을 내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리는 행동으로
퇴사는 물론이거니와 개인적인 앙갚음을 당할 수도 있으니
절대적으로 주의해야 할 일이다.
어머, 고객님 딴 사람이 되었네요.
정말 예뻐요
모든 시술이 끝난 뒤
활짝 웃으며 미용 가운을 정리해 주는 헤어디자이너에
나 또한 '딴 사람을 본 것 같다'라고 말할 뻔했다.
앞으로 그 미용실, 아니 그 선생님은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