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다른 베트남의 '스승의 날' 모습
아니, 글쎄 애들 방과 후 수업까지
촌지를 줘야 한다니깐요.
촌지 안 주면
애들이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해요.
베트남에서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 보내고 있는
동료 팀장님이 한숨을 푸욱-하고 내쉬었다.
정규 수업을 포함해
학교의 방과 후 수업에 대해서도
학비와는 별개로 선생님들께
'촌지(주로 선생님께 잘 보아 달라는 뜻으로 건네는 돈)'를 줘야 해서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차상위 학교 진학에 필요한
내신 점수의 요소들에
수행평가와 같은
선생님의 정성평가가 들어가는 부분이 많은데
촌지를 안 주면 이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성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촌지' 문화가
베트남의 공공연한 교육문화로 되어 있어
학부모들과 교사들에게도
매우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있다고 한다.
촌지라..
난 진짜 이 말을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단언컨대, 사흘과 나흘도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한국 MZ세대들 중
이 단어를 아는 친구들이 절반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공직자에게
'뇌물(?)'을 주는 문화가 지난 십여 년간 많이 사라졌기 때문에
국공립학교를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촌지 문화'를
적어도 '공공연하게' 경험한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득,
나의 지난 베트남어 수업시간이 떠올랐다.
한국과 베트남의 5월 연휴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연스레 '스승의 날'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베트남에도
스승의 날이 있나요?
당연히 있단다.
하지만 5월이 아니라 11월 20일이라고 한다.
베트남어 과외를 지난 12월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다행히 놓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갑자기 25살의 나의 베트남어 선생님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했다.
베트남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선물도 알려드릴까요?
남자 선생님께는 샴푸,
여자 선생님께는 꽃, 샴푸, 바디워시를 주로 선물한다고 하였다.
날씨 때문인지
베트남 사람들이 유독 '씻는 것'에 관련된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좋아하는 게 있어요.
선생님은 안경 뒤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엄지와 검지를 경망스럽게 비벼댔다.
돈이
어떤 것보다 최고의 선물이에요.
기대감을 잔뜩 내비치는 선생님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려는 찰나 선생님이 내게 되물었다.
한국도 그렇지 않아요?
기대에 부흥이라도 하려는 듯
나는 짧지만 강한 손동작과 함께 웃으며 답했다.
한국은 그럼 바로 잘려요
^_^
바야흐로 지출(!),
아니 아니 온정이 가득한 가정의 달, 5월이다.
물질도 좋지만
무엇보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부담스럽지 않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 주변을 챙길 수 있는
한 달을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