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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Apr 16. 2023

베트남에서 절대 물어보면 안 되는 질문은?

한국과 다른 베트남 에티켓




그럼 베트남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안 되는 질문은 뭐예요?


 

작년 겨울부터 나는 베트남인 선생님께

베트남어 과외를 '한국어로' 받고 있다.

BTS를 좋아해 한국어를 1년 만에 마스터했다는,

1년 공부한 한국어 실력이

십수 년 배운 나의 영어보다 탁월한(?)

스물다섯의 앳된,

그러나 수업에서만큼은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나의 베트남어 선생님은

가끔 한국 문화를 소재로 질문을 던지는데,

하루는 한국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질문에 대해 내게 물어보았다.





음, 일단 처음 만남 때
바로 나이에 대해 물어보는 건 실례예요.
결혼한 사람에게 아기가 있는지 묻는 것도요.
요즘은 아기를 갖고 싶어도 못 낳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이 외에도 부모님의 직업이라든지,

출신학교라든지 등등

비교하고 경쟁하는 문화가 큰 한국에서는

이를 첫 만남 때 질문하면 실례가 될 수 있으며

친해진 뒤에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을 하였다.

설명을 하면서 나 또한 의식하지 못한

한국문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정리해 볼 수 있었다.

 

나이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기 때문에

초면에 나이를 묻는 것은 필수이고,

곧 인구 1억 명을 돌파할 만큼

아기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는 베트남에서,

내가 줄줄 읊어대는 '한국의 금기시되는' 질문들은

선생님을 적잖이 당혹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사람들이 너무 까탈스럽게 보이려나?' 하는 생각에

이윽고 나는 반대로 베트남 사람들을

처음 만날 때 물어보면 실례가 되는 질문은 없는지

역으로 물어보았다.


3초 정도 망설였을까?





음, 그런 건 없어요.
다 물어봐도 돼요.






이 짧은 두 문장에

나는 '탁'하고 뭔가 깨우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래, 여기는 베트남이었어!'



베트남 Z세대의 표본인

나의 베트남어 선생님의 이 말은,

그 말 자체로, 베트남의 문화를 함축하고 있었다.


개개인의 성향 차이는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만큼

친해지기에 여러 단계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만나자마자 바로 나이를 묻고

형동생이 되는 그런 스웩(?)과 프렌드쉽의 나라인 것이다.   


정말 없냐고 두어 차례 반복해 묻는 내게

선생님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겨우 찾아낸 듯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월급은 절대 말 안 해요.
같은 업무를 해도
협상에 따라 월급이 다를 수 있거든요.






한국도 요즘 많은 기업들이

개별 연봉제를 택하며

같은 직책, 직급이어도 다른 연봉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보다 자유로운 구직과 이직문화를 갖춘

베트남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협상에 따른 개별 연봉제를 취하고 있어

돈에 대한 집착이 상대적으로 강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월급이 얼마냐고 묻는 것은

대놓고 결투를 신청하는 것과 같은 뉘앙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 참조) 베트남의 자유로운 구직/이직문화에 대한 이야기

 부러워도 너무 부러운 베트남 Job Seeker (brunch.co.kr)



선생님은 덧붙여

친척끼리도 절대 월급은 얘기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무엇이든 물어보아도

웃음으로 답해 주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이 정도로 입이 무거워지는 사항이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질문임에

틀림없었다.



이 말을 듣고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아니, 그런데 선생님은
왜 제 월급 물어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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