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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Mar 26. 2023

베트남 사람들은 '하니'를 모른다

한국을 뛰어넘는 베트남의 지역갈등



뉴진스 알아?
멤버 중 한 명이 베트남 사람이야.



대학원에서 베트남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주로 던지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하나는 박항서 감독님,

또 하나는 넷플릭스 한국 신작,

마지막으로는 K-POP 관련해서다.


주로 연령대나 성별을 보고 대화주제를 고르는데

어떤 분야는 나보다 베트남 친구들이 더 많이 알고 있는

주제도 있다.


이를 테면, 어떤 20대 친구는 나한테

요즘 'Extreme Job'을 너무 재밌게 봤다고 하는데

한참을 못 알아듣다 '치킨' 얘기가 나오길래

몇 년 전 큰 인기를 끈 영화 '극한직업'을 얘기하는 것임을 눈치챘다.


넷플릭스에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실제 상영 및 방영 시점과 꽤 시간 차를 내며

업로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이 현재 열광하는 한국 프로그램은

3~4년 전 방영되었던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최근에는 회사고 대학원이고

대부분의 베트남 젊은 여성들이

5년 전 방영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박서준' 배우에 열광한다.

아마 최근 스트리밍에 올라온 모양이다.

5년이 지난 작품임에도 배우들의 스타일이며 영상이

전혀 촌스럽지 않아 K-드라마의 저력에 내심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요즘 K-POP의 경우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2030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K-POP가수는 '블랙핑크'다.

내 주변의 경우에 그중 특히

'리사' 멤버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


매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에서 가장 라이징하고 핫한 아이돌은

단연 '뉴진스'가 아닐까 싶다.


뉴진스의 '하입보이(Hype Boy)'

각종 매체에서 많은 연예인들을 통해

그 안무가 커버되고 또 패러디되기도 한다.


또 멤버 중 '하니'라는 친구는

'팜 응옥 헌(Phạm Ngọc Hân)'이라는

베트남어 본명을 갖고 있는

베트남 출신 호주인으로

단연 베트남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여

블랙핑크를 아는 친구들에게

혹시 뉴진스도 아느냐고 물어보곤 했다.


누구에게 물어보든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늘 똑같았다.




뉴진스가 누구야?
새로운 보이그룹이야?



그때마다 내 발음이 이상했나 싶어

청바지(뉴진스의 'Jeans'를 강조?)를 가리키며




뉴진스 몰라? 요즘 가장 핫한 그룹이야.
엄청 예쁜 베트남 멤버도 있어



하고 멤버 하니의 사진도 찾아서 보여주곤 했지만

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K-드라마나 영화와 같이

K-POP도 한국과 베트남 사이 시점차가 있나 보다,

하고 나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최근 하니에 대한 베트남 기사를 접하고서야

왜 뉴진스가 한국만큼 베트남에서 인기가 없는지

베트남 멤버가 최초로

한국의 인기 아이돌 멤버가 되었음에도

왜 베트남 사람들은 그녀를 알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하니는 하노이 출신 아버지와

호찌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베트남 언론에서는 '보이콧'의 사유가

'개인적 사유(đời tư)' 때문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으나

대부분의 베트남 네티즌들은 그녀의 가족이

'남베트남 지지자'이기 때문에

음악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남베트남'은 월남으로

월남전 당시 한국군이 전쟁을 도운 이전의 베트남 진영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전쟁에 패한

남베트남의 많은 부유층들이

호주 등의 서양국가로 보트 등을 통해

이민을 간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베트남의 남북 갈등은

한국의 지역갈등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전쟁에 패한 월남 출신 사람들에 대해서는

특히 정치적, 경제적으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상당하다.

월남 출신들은 정치 고위 관직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이를 아예 포기하거나 출신을 상쇄할 만한

탁월한 역량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뉴진스 베트남 멤버 '하니'에 대한 보이콧이 최다 검색어에 오르고 있다는 내용의 일간기사]




뉴진스를 만든 회사는

개인의 음악적 탁월함도 물론 있었겠지만

아시아 시장에 대한 진출 또한 염두에 두고

하니를 영입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만약 올해 4월, 동남아의 세 번째

1억 인구 보유국에 진입하는 베트남 시장을 타겟으로 하였더라면

빠른 마케팅의 변화와 전략의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비단 하니의 사례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할 때에는

그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부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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