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넥스트 스텝을 향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내 나이 스무 살,
재수학원 앞 고시원에서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우면
환하게 방을 밝히던 고시원 문 위의
초록색 비상출구(EXIT)등이 그렇게도 싫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고시원 생활을 1년간 한 적이 있었는데
깊은 숙면을 방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2평 남짓한 방에 기거하는
초라한 현실을 계속 내게 알려주려고 하는 것 같아
그 표시판이 너무 미웠다.
재수를 할 때도, 대학생 때도
죄가 없는(?) 그 비상등을 보며
오기에 차서 이런 다짐을 했다.
'지금은 이렇게 몸을 뒤척이기도 힘든
감옥처럼 좁은 방에 살지만
10년 후 나는 상해에서 시티뷰를 보며 살 거야'
그때는 대학교 신입생 필수과목에도 '중국어'가 채택되던,
중국에 대한 붐이 폭발적으로 불던
그런 시기였다.
그래서 막연히 지금 가장 뜨고 있는 나라
'중국'에 가자는 다짐을 했었던 같다.
표시등의 사람처럼
나 또한 더 나은 세상으로 'EXIT(탈출)'하기를 꿈꿨다.
그리고 약 15년 정도 흐른 뒤,
나는 지금 베트남에서 그렇게 살고 있다.
중국은 아니지만(뭐, 같은 공산주의국가긴 하다.)
지금 한창 뜨고 있는 베트남에서
하노이의 '찐로컬 시티뷰(?)'를 바라보며 말이다.
가끔씩 내가 거쳐온 이런 과거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거쳐온 어린 날의 감정선들이
필요이상으로 내 인생을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감상에 젖게 해
또 다른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낳게 하진 않을까 경계하곤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런 환경과 감정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살려는 도전으로
내 삶이 굴러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십여 년 전
비상등을 보며 상상해 왔던 일이
현실이 되어 신기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정말 사람은 꿈꾸는 대로 인생을 살게 되는 것 같다.
당신의 Next Step(다음 계획)은 뭔가요?
최근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작년까지는 머리가 번잡했는데
몇 개월간 글쓰기와 책 읽기를 반복하며
또 하나의 명확한 꿈이 생겼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여러 개의 꿈'이다.
이제는 'EXIT'이 아닌
'Next Step'을 위해
그 과정을 앞으로 연재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