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소소한 위로
어쩌겠어
되는대로 해야지
어렸을 때는 아빠의 이 말이
너무 듣기가 싫었다.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은 나를 보며
항상 아빠는 '되는 만큼 하라'고만했다.
뭐든 잘하고 싶고 욕심 많은 나는,
힘든 순간마다 전해지는
이런 아빠의 위로에 더욱 맥이 빠졌다.
부모님이
나를 어떻게든 구원해 주었으면 좋겠고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내 노력으로 어떻게 해서든
좀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내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아빠의 이 말은 내게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세상에는 내 잘못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들도 있고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내 길이 아닌 것도 있더라.
그런데 그 모든 걸 다 내 탓으로 돌리자니
삶이 너무 견딜 수 없이 힘들어졌다.
과장 진급에서 3번이나 떨어지고
이제 마지막 한 번만 더 누락하면
'만년 대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하루 100통이 넘는 전화에 시달리며
처음으로 아빠에게 '회사를 그만두겠다' 말했을 때도
아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이게 전혀 인생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는 듯
덤덤하게 내게 말했는데
그 어떤 말보다 큰 힘이 되었다.
아빠도 그런 말을 내게 하기까지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이다.
이제야 아빠의 진심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 또한 이제 그 말을
힘든 순간 주문처럼 되뇐다.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일 뿐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혹시 삶의 무게를 느끼고 계시는 독자님이 계시다면
어떤 힘이 될 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일은 그저 찾아온 것일 뿐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만하면 할 만큼 하셨다고,
담담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