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리워할 베트남에서의 소소한 행복
2년 차 베트남 생활을 하며
벌써부터 한국에 가면 그리워할
나만의 '3대 소울 푸드'가 있다.
분짜(bún chả)와 코코넛커피(cà phê cốt dừa: 카페 꼭즈어),
그리고 '해바라기씨(hạt hướng dương: 핫흐엉즈엉)'가 그것이다.
분짜는 새콤달콤한 느억맘소스에
동그랗게 다진 삼겹살과 상추, 고수 등의 채소, 소면을 적셔 먹는
하노이 대표 음식인데
전 세계를 통틀어(?) 나의 최애 메뉴다.
분짜를 먹을 때 가장 큰 묘미는
베트남 고추와 마늘이다.
분짜를 시킬 때 나는 무조건
'엇바떠이(ớt và tỏi: 고추와 마늘)'를
많이 많이 달라 강조한다.
베트남의 빨간 고추는 우리네보다 매운맛이 강하지만
일시적이며 매운맛에 뒤끝이 없다.
그래서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한국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라면이나 닭발을 주로 먹었는데
요즘은 매운 게 당기면
'분짜나 한 그릇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분짜를 시원하게(?) 먹고 나면
코코넛커피로 입가심하는 게 국룰이다.
한국 같았으면 4~5천 원은 할 텐데
톨 사이즈에 가득 담은 코코넛커피는
보통 3만 동~5만 동(한화 1,500원~2,500원)이다.
정말 혜자로운 가격 아닌가?
맛도 바닐라라떼 저리 가라 할
시원함과 달콤함이다.
그리고 요즘 나의 메인 소울푸드로 등극한
뉴템이 있으니
이름하여 '해바라기씨'.
베트남의 뻥튀기 같은 존재, 해바라기씨
베트남에 가서 신기했던 부분이
대부분의 현지 로컬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면 이 해바라기씨를 소쿠리 가득 담아
공짜로 내어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술집에 갔을 때
정식 안주가 나오기 전 심심한 입을 달래기 위해
'마카로니 뻥튀기'를 내어주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 해바라기씨를 까먹는(?) 행위가
너무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가루도 너무 많이 떨어지고
치아로 톡 터트려 씨를 발라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영 깔끔치가 못하고 볼썽사나웠다.
숙련된 전문가처럼 한 번에 톡 하고 씨를 까먹는 현지인들을 보면
너무 신기했고 또 그런 나를
그들은 큭큭대며 웃어댔다.
처음에는 '무슨 맛으로 먹는 거지' 했는데
한 두 번 먹다 보니 분짜만큼이나 중독성이 크다.
마치 땅콩이나 마른오징어 먹듯
입이 심심할 때 먹으니
한 봉지가 순삭이다.
저녁으로 분짜를 먹고
시원한 코코넛 커피 한 잔 하고
자기 전에 시원한 맥주에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면서
넷플릭스 보는 것이 요즘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
베트남에서만 느낄 수 있기에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나의 소울푸드다.
혹시 베트남에 오신다면
아마 분짜와 코코넛 커피는 많이 즐겨보셨을 테니
이번엔 해바라기씨 한번 도전해 보시는 거 어떠신가?
아마 인생의 또 다른 소소한 행복을 찾으실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