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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May 31. 2023

해바라기씨 발라먹는 행복 in 베트남

내가 그리워할 베트남에서의 소소한 행복



2년 차 베트남 생활을 하며

벌써부터 한국에 가면 그리워할

나만의 '3대 소울 푸드'가 있다.


분짜(bún chả)코코넛커피(cà phê cốt dừa: 카페 꼭즈어),

그리고 '해바라기씨(hạt hướng dương: 핫흐엉즈엉)'가 그것이다.


분짜는 새콤달콤한 느억맘소스에

동그랗게 다진 삼겹살과 상추, 고수 등의 채소, 소면을 적셔 먹는

하노이 대표 음식인데

전 세계를 통틀어(?) 나의 최애 메뉴다.

분짜를 먹을 때 가장 큰 묘미는

베트남 고추와 마늘이다.


분짜를 시킬 때 나는 무조건

'엇바떠이(ớt và tỏi: 고추와 마늘)'

많이 많이 달라 강조한다.

베트남의 빨간 고추는 우리네보다 매운맛이 강하지만

일시적이며 매운맛에 뒤끝이 없다.

그래서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한국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라면이나 닭발을 주로 먹었는데

요즘은 매운 게 당기면

'분짜나 한 그릇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분짜를 시원하게(?) 먹고 나면

코코넛커피로 입가심하는 게 국룰이다.

한국 같았으면 4~5천 원은 할 텐데

톨 사이즈에 가득 담은 코코넛커피는

보통 3만 동~5만 동(한화 1,500원~2,500원)이다.

정말 혜자로운 가격 아닌가?

맛도 바닐라라떼 저리 가라 할

시원함과 달콤함이다.




[나의 3대 소울푸드: 왼쪽부터 분짜, 코코넛커피 그리고 해바라기씨(feat. 병맥)]



그리고 요즘 나의 메인 소울푸드로 등극한

뉴템이 있으니

이름하여 '해바라기씨'.



요즘 해바라기씨 발라먹는 소소한 행복에 푹 빠졌다.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 내 마음속 해바라기씨는 그저 이 과자의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베트남의 뻥튀기 같은 존재, 해바라기씨


베트남에 가서 신기했던 부분이

대부분의 현지 로컬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면 이 해바라기씨를 소쿠리 가득 담아

공짜로 내어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술집에 갔을 때

정식 안주가 나오기 전 심심한 입을 달래기 위해

'마카로니 뻥튀기'를 내어주는 것과 비슷하다.


[술집의 대표 안주 '마카로니 뻥튀기']



그런데 처음에는 이 해바라기씨를 까먹는(?) 행위가

너무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가루도 너무 많이 떨어지고

치아로 톡 터트려 씨를 발라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영 깔끔치가 못하고 볼썽사나웠다.


숙련된 전문가처럼 한 번에 톡 하고 씨를 까먹는 현지인들을 보면

너무 신기했고 또 그런 나를  

그들은 큭큭대며 웃어댔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바라기씨, 코코넛맛 등 맛의 종류도 다양하고 한 봉지에 한화 약 900원 정도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맛으로 먹는 거지' 했는데

한 두 번 먹다 보니 분짜만큼이나 중독성이 크다.


마치 땅콩이나 마른오징어 먹듯

입이 심심할 때 먹으니

한 봉지가 순삭이다.


저녁으로 분짜를 먹고

시원한 코코넛 커피 한 잔 하고

자기 전에 시원한 맥주에 해바라기씨를 까먹으면서

넷플릭스 보는 것이 요즘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


베트남에서만 느낄 수 있기에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나의 소울푸드다.


혹시 베트남에 오신다면

아마 분짜와 코코넛 커피는 많이 즐겨보셨을 테니

이번엔 해바라기씨 한번 도전해 보시는 거 어떠신가?


아마 인생의 또 다른 소소한 행복을 찾으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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