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즐겨 듣지 않고
또 음악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 가운데서도 꼽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힙합이다.
누가 '어떤 음악을 제일 좋아해요?'라고 물으면
힙합이라고 당당히 말을 하지만
'어떤 힙합가수를 제일 좋아해요?'라고 물으면
애석하게도(?)
'에픽하이(Epik High)'가 제일 먼저 목구멍에서 나오다
선사시대 사람(?) 취급을 받을까
'지코'로 정정해서 말을 한다.
(요즘은 지코라고 해도 고학번 티가 난다고 한다)
이처럼 좋아하는 가수가 업데이트되지 않을 정도로
사회에 나온 이후 정신없이 지내왔다.
어쨌거나, 다시 돌아와서
에픽하이는 여전히 내게 '최애' 가수로 남아있는데
힙합을 몰랐던 나를 빠져들게 할 만큼
그들의 노래는 희망을 주는 '메세지'가 있고
또 그런 메세지를 귀에 탁탁 꽂힐 만큼 뛰어난 딕션과
흡인력 높은 사운드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너무 대중적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그런 것은 논외로 한다)
입시를 앞두고 있을 때
'Fly'라는 노래는 내게 적잖은 용기와 힘을 주었다.
사실 이 노래는
한 문장의 가사 한 구절을 듣기 위해
지금까지도 즐겨 듣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두운 밤일수록 밝은 별은 더 빛나
라는, 타블로가 부르는 바로 이 부분이다.
마음이 힘들 때마다
스스로 되뇔 만큼 이 가사는 내게 큰 힘을 주었다.
최근 들어 나는 다시 이 문장을 매일 같이 되뇌고 있다.
현재의 나는
현재를 살고 있지 않고
마치 미래에서 회상하는 과거를 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외딴섬의 파수꾼처럼 지내지만
이 시간이 유한하며,
끝난 후에는 내가 원하는 미래에 한 발짝 다가갈 것임을 알기에
이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현실의 나는 정서적으로는 심각하게 고립되어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써 내려간 글들은
내게 또 다른 기회와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해 주고 있다.
모차르트가 만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20번이
그가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탄생했듯
지금의 어둠 같은 이 시간이
내게 가장 가치 있는 시간으로 기록될 것임을 믿는다.
하노이의 도로 한 복판, 퇴근길 정체된 차량들 속에
오늘 있었던 양국의 정상회담 소식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한국 대통령의 연설은 베트남어로 더빙이 되어 내 귀에 꽂힌다.
어쩐지 이 순간 또한 미래에 두고두고 회상할 추억이 될 것 같아
오늘도 마음속 '하노이 앨범'에
찰칵하고 한 장 더 새겨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