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ease don't do that!
(제발 좀 그러지 마세요!)
오늘도 악몽을 꿨다.
최근 나를 지속적으로 힘들게 한 거래처가 나오는 꿈이었다.
꿈인 줄 알았으면 한국어로 시원하게 쏟아부을(?) 걸..
꿈에서도 예의를 갖추며 말하다니..
최근 며칠간 아니 몇 달간 그 거래처는
비(非) 신사적인 약속 불이행과 밤낮 없는 연락 등으로
나를 매우 괴롭혔고
그 때문에 나는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면전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화를 내고 싶었고
그간의 정신적 피해보상 청구까지 하고 싶은 수준이었다.
고통받고 있는 내게
친구 K가 그랬다.
이 순간만 조금만 잘 견디면
내년에는 아마 기억조차 나지 않을 거야
베트남에 나오기 전
한국에서 나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속적인 경기불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라는 상황을 겪으며
거래처들의 일방적인 계약종료 공문을 줄통보받았다.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었다.
9시만 되면 주식시장이 개장하듯 전화기에 전화알람이 울렸고
하루에 약 100여 통이 넘는 전화를 받으며
나는 신경이 더욱 예민해졌고 정신적으로 말라갔다.
마치 그 모든 상황이
내 잘못인양 큰 압박감을 느꼈고
하루살이처럼 마음 졸이며 생활했다.
무엇보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내년도 내후년도 이와 다를 바 없는
기대할 것 없는 똑같은 인생을 살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해외주재원 기회가 왔을 때
이것은 내가 구원받을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한국 밖에는 파라다이스가 있을 것처럼 생각하면서 말이다.
파라다이스는 없었지만
해외에서 정신없이 적응해 나가며
국내에 있었던 일들은
다행히 아주 빨리 잊게 되었고
가끔 내가 왜 그때 굳이 그렇게 전전긍긍했을까
이유조차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여기에서 또 다른
걱정과 불안 괴물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최근 악몽을 계속 꾸다
문득,
나를 괴롭히는 것은 사실 어떤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되돌아보면 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불안과 걱정이 없었던 시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대학생 때, 사회 초년생 때
왜 굳이 그렇게 많은 걱정 속에
나를 돌보지 못하고 내 속에 갇혀서 시간을 보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말이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곱씹고 곱씹어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으로 내몬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태생적으로 걱정보따리를 짊어지고 태어났지만
그것이 전혀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조금 뻔뻔하게 그 보따리들을 모두 내려놓고 살려고 한다.
쉽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