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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Dec 30. 2023

이게 말로만 듣던 해외텃세라는 거구나

하노이의 시린 겨울



우여곡절 끝에 수민은 

무사히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돈만 있으면 필요한 건 다 구할 수 있대




베트남에 나오기 전 

수민이 베트남에 관해 갖고 있었던 이미지는

해외지만 한국사람들이 큰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정도였다.

한인타운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한국음식이나 생활용품 등은 편하게 구할 수 있으며

일 년 내내 덥기 때문에 

겨울옷이 딱히 필요하지 않다는 것 정도였다.




하.. 추워




하지만 공항에 내리자마자 수민은 

초겨울 날씨와 같은 차가운 공기에 한기를 느꼈다.

비행기를 타며 가방에 넣어둔 외투를 다시금 꺼냈다.




베트남도 한국만큼 춥구나




그리고 이내 급히 나오면서 

여름옷만 챙겨 온 것이 사뭇 걱정되었다.




한국에서 보낸 짐이 도착하려면
한두 달은 걸릴 텐데 어떻게 견디지?




그날 밤 수민은 임시숙소에서 

이불을 두 겹, 세 겹으로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한국과 다르게 베트남에는 

바닥 보일러가 없기 때문에 히터를 최대로 틀어보았지만

영 따뜻하지가 않았다.

그렇게 며칠밤을 보낸 뒤 수민은 

베트남 지사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만나서 반가워요.



한국에서 느꼈던 사무실 안에서의 숨 막히는 신경전이나 

각자의 업무의 과중함으로 인해 느껴지는 예민함과는 달리

마치 베트남을 닮은 것만 같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환대였다.

한국에서의 모든 것들을 지우고 

이곳에서 수민도 다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모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적응하리라. 





어쩌죠? 저희가 바빠서 책상 준비를 못했네요
일단 여기 앉으세요





수민은 사무실 가장자리 덩그러니 놓인 테이블을 발견했다.

비품 하나 없이 덩그러니 있는 테이블이 

어쩐지 서늘할 만큼 휑하게 느껴졌지만

대수롭지 않게 자리에 앉아 업무 자료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한창 업무 파악을 하다 

문득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는 것을 깨닫고

수민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을 때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메신저로 전화로 동료들에게 전화를 했을 때 

각자 점심 약속이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여기는 점심을 보통 따로 먹는 분위기인가 보구나
약속이 있으시면 미리 말씀이라도 해 주시지
그럼 나는 어디서 점심을 먹어야 하지?




무작정 건물 밖을 나와 눈에 익숙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으로 들어간 수민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10년 지기 베프 선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그거 텃세야.
너 텃세당하는 거라고.



텃세라고?




섬이나 농촌 같은 한국의 시골마을에 

귀농자나 새로운 전입자에 대해 그런 게 있다고는 들었지만

수민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의 세계에서나 있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에이 다들 정말 바빠서 그럴 거야.
아닐 거야



문득 수민은 베트남에 나오기 직전에

친분이 있던 옆팀 팀장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수민 씨, 베트남에서
수민 씨 호구조사를 하는 전화를 받았어요.



네?




말인즉슨, 베트남 이동이 확정되고, 

이곳 사람들도 수민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한국에 있는 여러 지인들에게 

수민에 대한 성향 체크를 했다는 것이었다.


수민에게는 연락 한 통 없이 

수민의 귀에 다시 꽂힐 정도로

그녀에 대한 뒷조사를 한다는 것이 조금 석연찮았지만

새로운 사람의 유입이 드문 해외에서 

자연스럽게 가지는 호기심이겠거니

일종의 가벼운 레퍼 체크 정도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서늘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햄버거를 먹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

하노이의 겨울바람이 유난히 시리게 느껴졌다.




《그게 텃세라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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