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너무 친절하지 마세요
우리 옛말에 그런 말이 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고-
하지만 수민은 베트남에서 와서
이렇게 느끼고 있다.
베트남 여자가 한을 품으면
당신의 모든 세계를 멸망시켜 버릴 것이다
이렇다 할 한인 커뮤니티가 마땅찮은 베트남에서
수민은 한 번도 보지 못한
한인 사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듣게 되었다.
대개 그런 이야기들은
'뜨거운 소문' 답게, 듣는 이의 흥미를 확 끌어들이는
'치정'과 '싸움' 등 자극적인 요소의 것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베트남 여직원들과 한국인 남자 상사와의
'스캔들'에 관한 것이었다.
A회사, B과장 와이프가
어젯밤에 갑자기 한국으로 갔대
B과장이 현지 여직원이랑 바람을 폈나 봐
사실 요즘 한국에서도 이런 '치정'은
드라마를 떠나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들릴 정도로
더 이상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지만,
베트남에서는 유독 사건 발각 이후의 말로가 처참하다.
베트남에서 이런 케이스에 자칫 오해를 사거나
죄가 없는데 잘못 휘말릴 경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후유증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베트남 여성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특히 질투심도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그녀에게
'오피스 허스밴드(Office Husband: 직장에서 남편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베트남 전쟁 이후, 남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면서
한 남자가 여러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고
그 때문에 베트남 여성들은
남자친구나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조금이라도 친절을 베풀면
엄청난 질투심에 휩싸이고 본능적으로
그를 잃지 않기 위한 '전쟁태세'를 취한다.
하물며 정말 '바람'이라도 핀다면..
진짜 그의 모든 것은 이 세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미쓰수민, 잠시 시간 돼요?
옆 팀에 있는 현지 직원 미세스 튜이가
누가 봐도 암울한 표정으로 상담을 요청했다.
올해 결혼 7년 차 유부녀이지만
일찍 결혼한 탓에 여전히 서른이 되지 않은
어리지만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현지 직원으로
수민도 그녀를 예뻐하고 있었다.
무슨 걱정 있어요? 튜이?
사실, 미스터P 때문에요..
미스터P는 튜이의 한국인 상사였다.
미스터P 또한 결혼을 했고 그 가족과도 함께 현지에 살고 있었다.
그녀의 문제는 다름 아닌,
미스터P가 최근 채용하려는 신규 여직원이 너무 예쁘다는 사실이었다.
수민을 붙잡고 튜이는 근 1시간 가까이,
'미스터P는 그녀의 미모에 현혹돼 그녀에게 속았다'
'미스터P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열변을 토했지만,
수민이 듣기에는, 한 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미모의 새 여직원이 들어와
현재 자신에게 집중된 관심이 그녀에게 분산될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직접 미스터P에게
얘기해 보는 게 어때?
미쓰수민이 얘기해 주면 안 될까?
처음 보는 그녀의 막무가내에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고
무언가 이 '사건'에 휘말리지 않는 게
최선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수민은
최대한 슬픈 얼굴로 그녀를 위로하며 바삐 자리를 떠났다.
그 정도면 그녀는 자신의 상사를 남자친구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착각하게 했을까
미스터P는 이 친구가 이렇게
자신을 여기는지 알고 있을까
그로부터 1주일 뒤
회사 게시판에 그 자리에 대한 신규 인원 채용 건이 떴다.
미스터 응우옌 번 밍, 8.1부 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