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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Oct 20. 2024

건강검진으로 얻은 세 번째 삶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간 지 2년째 되던 날,

평소와 다르게 몸이 좋지 않아 찾아간 병원에서는

조직검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른이 되지 않은 20대의 나는,

조직검사의 의미를 인터넷에 찾아보고는

집으로 오는 지하철 안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을 참을 수가 없어

가까운 역에서 내려

한참을 승강장에서 소리 내 울었다.


너무나 두려웠다.


걱정을 사서 하는 타입이고

지극히 겁쟁이인 나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멈출 수 없었다.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악의 상황을 이미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정신적으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정말 초조한 마음으로 검사결과를 들은 날, 

나는 그렇게 두 번째 인생을 얻었다.




앞으로 내 몸을 혹사시키며 일하지 않을 거야
스트레스받지 않을 거야




그로부터 약 10여 년 뒤,

정기검진을 통해 나는 또 한 번 구원을 갈망하는 상황이 되었다.


신체의 다른 기관에서

다시 한번 조직검사를 요하는 소견이 나온 것이다.


나는 두 번째 삶 이후

보내온 지난 10년을 반성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즐겁게, 그리고 욕심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겠다던 나는

다시 이전의 나로 돌아가 있었고

살아있는 삶 자체에 감사함과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 나의 처지에 대한 불만감으로

하루하루를 예민함 속에서 살아왔었다.


다시금 나를 구원해 달라

간곡히 기도드렸다.


그리고 최근

나는 다시 세 번째 삶을 얻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나는 창피하게도

또 한 번 의사 선생님 앞에서

대기실부터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렸다.


내가 범사의 소중함을 잊을 때마다

하늘이 내게 알림을 주는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온전히 하루의 아침을 시작할 수 있고

무탈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나의 세 번째 삶은

정말 소중한 삶 자체에 대한 감사함으로 살 것이다.



정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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