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홀린 것처럼
다시 일본어 책을 펼쳤다
모르겠다.
한번 꽂히면 무조건 해야 하는 성격 탓에
일본어를 다시 시작한 것에 대해
설명하기란 스스로도 궁색한 것 같다.
단순 이유는,
일본어가 가장 힘들었던 언어였기 때문에
이제라도 극복해 내고 싶어서다
나의 일본어 공부의 역사는
무려 고등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인생에 큰 힘과 용기를 준 담임 선생님이
바로 일본어 선생님이셨고,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부단히 일본어를 공부했다.
나름 언어에 자신 있는 편이었는데
유독 일본어는 공부를 해도 해도 흥미가 붙지 않았다.
우선 내가 가장 좋아했던 영어를 일본어는 왜 그렇게 읽는지,
그걸 다시 덧입혀 학습해야 한다는 것에 혼란을 느꼈고,
영어 실력까지 퇴화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히라가나나 가타카나 말고 또 다른 나라의 언어인
한자의 비중이 그렇게 많은지,
영어와 마찬가지로 한자를 왜 또 일본어식으로 다시 배워야 하는지
거부감이 들었다.
끝으로, 억양(인토네이션)이 있는 언어를 유독 좋아하던 나는
명확한 높낮이가 없는 일본어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나는 수능에서
2년 넘게 배운 일본어를 과감히 버리고
제2외국어로 '한자'를 택하는 배수의 진까지 치게 되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중국어에 푹 빠졌다.
영어와 같은 주어+동사 구조에 억양도 확실하고
발음 기호로 알파벳이 활용되었기 때문에 더 빨리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접한 베트남어와 스페인어도
학습하면서 큰 재미와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일본어는 도통 흥미가 붙지 않았다.
'굳이 적성에도 맞지 않는 언어를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에
완전히 손을 놓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어쩌면 가성비가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는 외국어를
나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이 무척이나 걸렸다.
그리고 불현듯,
2025년의 봄에
'일본어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도전 같은 것이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나씩 깨며
나를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돌연 일본어가 마음에 훅 들어왔다.
목표는 JLPT N2자격증을 2년 내에 따는 것이다.
자격증까지 따면
스스로의 두려움을 한 꺼풀 벗고
극복해 냈다 생각이 들 것 같다.
벌써 인생에서 세 번째 정도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몇 번 학습했다고
이해도가 예전보다 훨씬 더 높아져 있었다.
다소 기이한 동기로 다시 시작한 일본어,
언어가 아닌 내 안의 두려움의 상징이
내 일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