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일하려면 언어보다 중요한 이것

베트남 골프 입문기 - 프롤로그 : 베트남에서 골프가 중요한 이유

by 미쓰하노이







"OO 팀장님은 주말에 뭐했어요?"

"영어랑 베트남어 인강 듣고 보냈어요.

현지 업체랑 협의하는데 언어가 진짜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내가 생각하기에 여기서 언어보다 중요한 게 또 있죠."

"네?"






베트남에 와서 인생 처음으로 도전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한국보다 더 좋은 학습 환경이어서 시작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는 굳이 못해도, 안 해도 상관없는 것들이

여기서는 하지 않으면 안 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에 배우는 것도 있다.




골프는 내게 후자에 해당하는 경우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내가 스스로 만든 오해였지만)

베트남에 와서 초기 몇 달간 내가 사람들에게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골프"였다.



나 빼고 모두 남자로 구성된 이곳에서

점심시간에 오고 가는 대화의 대부분은 골프 얘기였다.

주말에 갔던 골프 라운딩 일화, 최근 구독하고 있는 골프 유튜브,

얼마 전 바꾼 골프채, 최근 레슨을 받고 있는 프로 선생님 등등

일반적인 에피소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전문 용어들이 나오면 그때부터는 6개월 배운 베트남어보다 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나를 '포함하지 않은' 단톡방이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를 제외하고' 만든 것이 아닌,

'골프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편의상 만들어진 단톡방이었다.



사실 '단톡지옥'이라 불릴 정도로, 각종 필요에 의해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것이 단톡방이고

대중 공통의 관심사를 모르는 내가 '포함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이 지점에서 나는 본능적으로 생존 의식을 느끼게 된다.




'나도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다'






"베트남에 진출한 어떤 기업은 임원진이 골프 대화가 안 되면

친목 모임에 끼워주지도 않는다더라."


"모기업에 여자 차장은 싱글인데 어떻게 해서든 남자들 골프 치는데 따라가서

지금까지 승승장구하더라"



이곳에서 골프는 언어보다 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회사생활의 핵심역량(?) 일뿐 아니라

직장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골프는 일상생활 속 친목도모의 주요 수단으로

지극히 개인주의자 성향의 나조차도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 한국인들은

베트남에서 한국보다 골프에 몰입하는 걸까?



서두에 언급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자면,


첫째는 한국보다 월등히 나은 골프 인프라와 가격 적정성에 있다.


먼저 베트남 골프 시장 상황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2010년 전후로 일자리 창출과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베트남 정부 차원의 대규모 골프장 개발이 이루어져 왔는데

이 과정에서 도심과의 접근성과 뛰어난 자연경관을 갖춘 골프장이 대거 확대되었다.

이러한 골프장의 그린피는 한국의 1/3 가격 수준으로,

한국에서는 골프 여행 테마로 베트남을 올 정도로 그 인기가 높아지게 되었고

현지 거주 한국인들은 그만큼 부담 없이 자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의 이러한 노력으로

2021년 기준 현지 골프인구는 7만 명으로 지난 10년 새 그 숫자가 7배 증가하였는데,

동기간 한국의 골프인구가 1.9배 증가한 것에 대비하면

가히 괄목할 성장세라고 볼 수 있다.

또한 2017년 VPGA(베트남 프로골프협회, 2020년 베트남 골프협회 VGA로 통합)가 설립되면서

K-골프가 적극 수용되고 한국식 스크린골프도 베트남 전역에 도입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모든 요소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 갖추어진 셈이다.




한국인들이 베트남에서 골프에 더 몰입하는 두 번째 이유는,

한국만큼 선택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나 동호회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취미활동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이 수십, 수백 개가 있을 정도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나 모임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심지어 누구나 모임장이 되어 모임을 만들고 폐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 사람들은 여전히 지인을 통해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여가를 보내는 것이 대중적이다.

물론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엄격한 거주 제한을 받으며

페이스북을 통한 커뮤니티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그 선택의 다양성은 한국에 비해 제한적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특히 소수의 한국인들이 "있어 보이게"

남녀노소 즐길 만한 여가 거리는

골프만 한 게 없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한국과 궤를 같이 하며 테니스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한국에 있을 때도

평소 생존(?)을 위해 딱 내가 정한 시간만큼만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스타일이었던 나는

그 중요성과 붐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굳이 바쁜 시간을 쪼개 골프를 배워야 할 동기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건 여태까지는 골프를 배제해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많았고,

사회활동을 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트남에 오니 한국에서 중고 골프채라도 사 오지 않은 점,

한국에서 주변에 하나 둘 골프를 배우는 친구들이 늘어갈 때

나도 시작하지 않은 점에 후회가 들었다.





결국 나는 베트남에 오고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바로 6개월치 골프 레슨을 등록하게 된다.









(에필로그)


"OO팀장님, 이번 주말에도 연습 좀 하셨어요?"

"네, 그런데 도통 실력이 늘질 않네요."

"큰 흥미를 못 느끼시면 굳이 안치셔도 돼요, 좋아하는 걸 하세요"

"절 포기하기 않아 주신다면 저도 절대 포기 안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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