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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Dec 04. 2022

베트남 카페의 이유 있는 변화

문화와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카페 트렌드의 변화





"한국 사람들은 왜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거야? 그게 그렇게 맛있어?"

"스벅이 한국에 처음 들어올 때 브랜딩이 잘 되었던 것 같아.

커피보다는 친구들과 편하게 얘기를 나누거나 혼자 책을 읽거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려고 가는 경우가 많아."

"이해할 수가 없어. 우리는 정말 커피 마시려고 카페를 가는데 말이야."



 



대학원 마케팅 수업 시간에 '가치기반 가격(Value-based Pricing)'전략의 사례로

루이비통, 애플, 스타벅스가 한 줄에 함께 언급되자

비엣텔(Viettel, 베트남 최대 통신사)에 근무한다는 베트남 언니가 내게 물었다.



도대체 한국인들은 비싸기만 한 스타벅스를 왜 좋아하냐고.



한국에서는 흔한 광경이자만,

베트남 사람들이 보기에

수업시간에 비싼(?) 스벅 아메리카노를 하나씩 들고 출석하는 한국인들이

많이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다.


(참고로 베트남에 와서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출근하거나

업무와 수업 중에 커피를 마시는 현지인들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한국인들처럼 '카페인 충전'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갑자기 그런 질문을 받으니,

막상 나도 '그러게, 왜 좋아하는 걸까?'하고 순간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의 한국의 스벅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베스트셀러에 등극할 정도로 대중화되고

카공족들(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직장인들에 의해

시장처럼 시끄럽고 번잡하다는 이미지도 생겨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혹은 지금까지도?) 온라인상에서

스벅 가는 사람들을 허세 남녀로 희화화할 정도로

프리미엄 카페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제는 사람들 입맛이 스벅에 맞추어져 테이크아웃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처음에는 커피 자체보다는 넓은 테이블과 편안한 음악, 무료 와이파이 등

고객들이 대화를 나누기에 편안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스벅은 다른 카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스벅의 등장 이후,

한국에서도 '커뮤니티형 카페', '카페 결합형 플래그쉽 스토어' 등의

변형 형태의 공간 사례들이 속속 생겨날 정도로

F&B를 포함한 리테일 전반에도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다고,

해당 브랜드를 개인적으로는 높이 평가한다.





이야기가 잠시 샜지만, 다시 비엣텔 언니의 얘기로 돌아와서

베트남의 카페 얘기를 해 보자.



"이해할 수가 없어. 우리는 정말 커피 마시려고 카페를 가는데 말이야."



비엣텔 언니의 말은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실 베트남 사람들은 누구보다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과 얘기 나누며 힐링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 특히 북부 하노이 사람들은

한 잔에 한화 500원~1,000원 정도 하는 길거리 커피를 즐기며,

 비엣텔 언니처럼 인텔리 직장인들은

스타벅스의 절반 가격에

연유 커피, 코코넛 커피와 같이 로컬 커피의 다양성이 있는

꽁 카페(Cong Cafe), 하이랜드(Highlands), 푹롱(Phuc Long) 등의

체인점들도 선호하는데

이러한 길거리 및 로컬카페 대부분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소하거나 실내보다는 야외로 오픈된 공간으로

장시간 대화를 나누거나 다른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노이의 길거리 커피를 즐기는 외국인들과 현지인들]




[베트남 로컬 커피인 연유 커피(좌)와 코코넛 커피(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한국에서 스벅의 등장 이후,

다양한 형태와 아이디어의 복합 문화공간으로서의 카페들이

앞다투어 오픈해 온 것과 같이

베트남에서도 문화와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된 카페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GDP의 성장과 경제발전에 따라

자기 계발과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코로나 이후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됨에 따라

혁신적이고 이색적인 형태의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하노이를 예를 들어 말해 보자면,


호안끼엠 근처의 'OUR.Hanoi'라는 카페는

'22년 8월 오픈한 얼마 되지 않은 공간인데

약 150평의 2층 카페에 갤러리 전시, 자체 제작 굿즈샵 및

정기적으로 강연 및 공연, DIY 클래스를 진행한다.


한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형태지만

베트남, 특히 하노이에서는 매우 실험적인 형태의 공간이다.



[호안끼엠 인근에 위치한 Our.Hanoi 카페 문화공간]



또한 하노이 타잉 쑤언(Thanh Xuan)군에 위치한 '냐남(Nha Nam) 북카페'

베트남 최초의 북카페로,

1층에는 서점이, 2층에는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형 카페가 있는데

정기적으로 카페에서 독서토론이나 연사의 강연도 진행되어

인근 대학생들의 문화공간 아지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학생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냐남 북카페]




풍부한 로컬 커피의 종류를 보유한 베트남에서

이처럼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카페가 다양해진다면

 베트남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Must-visit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 한국인들에게는 더 없는 성지가 될 것 같..)



그리고 이러한 카페의 변화가

쇼핑몰을 포함한 다른 리테일의 모습까지 바꾸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하는 바다.








To. 비엣텔 언니,

이번 주는 수업 끝나고

스벅도 하이랜드도 말고 냐남 북카페 가서 같이 시험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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