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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Jan 08. 2023

베트남 공항에 붙잡힐 뻔한 사연

성수기 시즌 베트남 공항에서 주의할 점




연말에 짧은 휴가를 얻자마자 나는 바로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연말이라 혼잡할 것을 예상하여 일부러 크리스마스 이후 평일 저녁을 골라 티켓팅을 했다.


여느 때와 같이 3시간 전쯤 공항에 도착한 나는 그랩(Grab)에서 내리자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포스트코로나(Post Corona: 팬데믹 이후)고 연말이라고 해도

평일 밤의 인파는 내가 여기 와서 본 것 중 가장 붐볐다.


국내인뿐만 아니라 출국하려는 서양 사람들도 많이 보였고

가뜩이나 사람이 많은데

비행기 타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입구 여기저기서 인증샷을 찍으며 '길막'을 하고 있어

수속까지 가는 길이 험난해 보였다.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뒤,

마치 게임 속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하는 여전사가 된 듯

인파를 날쌔게 비집고 들어가 캐리어를 빠르게 부치고 마침내 출국심사장으로 입장했다.






[인파로 붐비는 연말의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풍경]




잠시 우리나라와 베트남 공항의 차이점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경우 출국 시,

기내수하물 등 보안검색 후 출국심사를 하는 반면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의 경우

출국심사 후 스탬프를 받은 뒤 보안검색대로 이동을 한다.


어느 나라건 입출국 심사 때는 왠지 모르게 긴장되게 마련인데

베트남에서는 유독 심사관들이 사회주의 느낌 물씬 나는 유니폼을 입고 있어

그 긴장감이 항상 배가 된다.

(나만 그런 거 아니겠..)


긴 줄의 기다림 끝에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여 이번에도

"씬짜오(안녕하세요)"의 인사와 함께 최대한 밝은 미소를 띠고 심사대 앞에 섰는데

심사관의 태도가 다른 때와 사뭇 달랐다.


검지 손가락으로 서 있는 위치를 몇 번 뒤로 물리더니

앞머리를 걷어라, 양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겨라, 고개를 올려라 등등을 요구했다.

(참고로 나는 아주 숏커트라 넘기고 말고 할 머리카락이 많지 않다.)

여기까지는

'아주 꼼꼼하고 철저하신 분이네, 이 많은 사람들 이렇게 꼼꼼하게 보기가 쉽지 않은데

직업정신이 진짜 투철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짧게는 1분, 길게는 3분을 넘지 않는 보편적인 심사와 달리

이 분은 나의 여권을, 그것도 갱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볼 것도 별로 없는 여권을

1페이지부터 스탬프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보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여권 1회독(?) 이후 도장을 찍어 줄 줄 알았는데,

그렇게 5회독 정도를 한 뒤

나의 사는 곳과 회사, 그리고 회사의 위치 또한 물어보았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탑승 시간이 별로 안 남았는데'

마른침이 꼴깍 삼켜졌다.

괜히 물어보면 꼬투리가 잡힐까 봐 나는 영혼 없는 눈으로 다른 곳을 응시하며 기다렸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흐르고

내가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쯤 심사관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늘색 도장을 콰-앙하고 찍어주었다.

 


'아니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빨리빨리 해줘도 모자랄 판에

왜 이렇게 늦게 보내주는 거야?'



안도감 이후에 불쾌감이 살짝 들었지만

그래도 시간 내 탑승 게이트로 들어오게 되어 마음이 살짝 풀렸다.


탑승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면세점을 둘러보다가 냉장고 자석 두 개를 샀다.

하노이 공항에는 명품매장은 입점이 되어 있지 않고

화장품, 담배 등이 입점된 일반면세점(롯데 및 로컬 기업)

그 외의 베트남 특산품을 파는 작은 매장들이 입점되어 있는데

냉장고 자석은 그런 작은 로컬 매장에서 구매를 하였다.

각 2.5달러, 총 2개 구매로 5달러인데 수중에 달러가 없던 나는 베트남 동으로 결제를 했는데

직원은 130,000동을 달라고 하였다.

당일 베트남 환율이 1달러 약 24,000동, 최근 3개월 간 평균 1달러 환율이 23,000~23,500동,

아무리 환율이 올라도 최고가가 25,000동을 넘지 않았는데

작은 특산품 가게에서는 26,000동으로 계산하여 달라고 하였다. 영수증도 없었다.

나를 따라서 남은 베트남 동을 쓰기 위해 들어온 서양 여행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고 좋은 기분으로 구매한 것이라 따지지는 않았지만

비행기를 기다리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외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심사관도 면세점 직원도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닐까?'


지난 1년간 최소 5번 이상 이 공항을 이용하면서

이런 찝찝하고 불쾌한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노이바이 공항 면세점에서 산 냉장고 자석 두 개와 당일 베트남 환율]

 





그렇게 한국에서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다시 하노이의 일상으로 복귀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이런 뉴스를 보게 되었다.


새해에 노이바이 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던 한 싱가포르 관광객이

출국심사를 받을 때 심사관이 항공권에 "Tip"을 적어 내밀자

탑승시간이 급하여 50만 동(베트남 최고 고액 지폐, 한화 약 27,000원)을 줄 수밖에 없었고

이후 싱가포르 외교부에 신고하여 해당 심사관에 대한 수사 중이라는 기사였다.  



기사를 읽으며 공항직원들이

일련의 학습경험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이렇게 노골적으로 팁을 요구하지 않게 되었나 생각이 들었고

나 또한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면

팁을 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하노이 공항은 매우 평화롭고 친절하지만

특히 성수기 시즌과 연말에는 출입국 시에

영화나 지인의 이야기로 들었을 법한 이런 사례도 왕왕 생기니

이럴 경우 절대 당황하지 마시고

아래 외국인처럼 대응하시길 당부드린다.


베트남에 자주 왔다 갔다 하시는 분이라면

일반 면세점에서는 달러가 훨씬 이득이니 달러 또한 챙겨가시기를.

 




[한 싱가포르 관광객이 자신의 SNS에 올린 출국 심사관의 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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