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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하노이 Dec 27. 2022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현지인처럼 보일 수 있는 마법의 단어




주말이라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탓에

대학원 수업시간에 늦을까 부랴부랴 준비를 마치고 

그랩(Grab, 일반인들도 기사가 될 수 있는 승차공유서비스)을 불렀다.


차를 타고 가다가 타이어가 터진 건지 

기사님이 계속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뒷바퀴와 앞을 번갈아 보면서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닌가.

태어나서 이런 운전기사님은 처음이었다.


잔뜩 겁에 질린 나를 보면서

기사님이 멋쩍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컴 싸오(문제없어)"







베트남에 나오기 전

부모님이 내게 신신당부한 말이 하나 있다.


절대로

절대로

외국에서 싸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걱정의 배경에는

평소 부당한 것에 참지 못하는 내 성격도 한 몫했지만,

외국이다 보니 언어도 잘 통하지 않고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법규도 우리와 달라

화가 나서 싸우게 되면

외국인만 손해라는 것이 부모님의 생각이었다.


나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래서 나는 여기에서 참고 또 참고 지냈다.



레지던스에 전등이 고장 나서 6시에 방문을 요청한 수리기사님이

8시가 넘도록 연락 하나 없이 오지 않아도

대학원 학사팀이 이번 주 토요일 개강을 수요일 저녁에 알려주어도

나는 계속 연락하고 요청하면서 참고 또 참았다.


한국인의 기준에서 이렇게 매사 대충대충에 

불쾌한 상황이 있을 때마다

내가 들은 한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컴 싸오(Không sao)"다.



싸오(Sao)가 '문제가 있는, 나쁜'의 뜻이고

(Không)이 '없다, 아니다'라는 뜻으로

"컴 싸오"는 "문제없어, 별 것 아냐, 괜찮아."라고 볼 수 있겠다.


가끔 영어가 되는 베트남 사람들은 

"Don't worry(걱정 마)"로 내게 전달하는데


요즘 말로 내가 "킹받는" 지점이,

내가 듣고 싶은 말은 "씬로이(Xin lổi/베트남어로 '미안합니다'라는 뜻)"인데 

왜 본인들이 미안해야 할 지점에

스스로 판단해서 

'문제없으니 걱정 마'하고 말하는지였다.

더군다나 항상 웃으며 그런 말을 하니

더 "킹받게" 되었다.


베트남에 온 지 근 1년이 되는 이 시점에,

나는 이제야 "컴 싸오"가 미안함을 멋쩍게 표현한

그들의 순박한 단어임을 느끼고 있다.






베트남으로 나오기 전에

한국에서 베트남어를 6개월간 배우면서 

가장 먼저 외우고 익혔던 단어가

"안녕하세요(씬짜오), 감사합니다(씬깜언), 죄송합니다(씬로이)"였다.

이 세 단어는 만국 공통으로 가장 기본단어 아닌가.


하지만 여기에 와서 '씬로이'라는 단어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일본/미국인들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기본 매너처럼 입에 달고 사는 반면

베트남 사람들은 '미안하다(씬로이)'는 말보다는 '괜찮다(컴 싸오)'라는 단어를

우리나라의 '아 근데/아니/대박'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자주 쓴다.



베트남 사람들은 왜 미안하다고 잘 말하지 않을까.



그 이유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하나는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 것으로

잦은 전쟁을 치르면서 책임자를 가려내며 그에 따라 생사가 좌우되던 시절을 거치며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단어로서 기피되어 오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며


하나는 동남아 특성상 무더운 날씨로 인해

중국의 '만만디(慢慢的, 느긋한 태도를 일컫는 중국어)' 문화가 이곳에서도 만연하여

사소한 지각이나 잘못은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았을까 이렇게 추측한다.







"아니, 늦으셨으면서 왜 웃으세요?

지금 뭐가 웃기신 상황인가요?"

"죄송해요."


한두 번 씬로이라는 사과를 기어코 받아내며 내가 느낀 점은

베트남 사람들은 항상 "컴 싸오"를 웃으며 쓰는데

여기에 멋쩍은 민망함과 미안함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들은 내게 악감정이 하나도 없었다.

나도 "컴 싸오"하면 될 일이었는데

부모님 말씀을 잊고 폭발했던 것 같다.



이제는 나도 이 "컴 싸오"라는 단어를

고맙다는 말만큼이나 입에 달고 산다.

그럴 때마다 베트남 사람들은 또 말을 잘한다며 웃어준다.



베트남에서 현지인들과 빠르게 어울리고 싶다면

이 마법의 단어를 익혀 보는 건 어떨까?


컴 싸오 이 한 단어에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한 순간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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