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쓰하노이 Feb 04. 2023

설날에 팀장님이 세뱃돈 주는 나라

베트남의 이색적인 설날 문화



미즈짱
부담 갖지 말고 받아줘




"에~ 팀장님, 이게 뭐예요?"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의 단짝 미즈짱은 놀라면 항상 에~라는 탄성을 지른다)



설날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 날, 

나는 준비한 고양이 세뱃돈 봉투에 500,000동(베트남 최고 고액 화폐, 한화 약 27,000원)을 넣어

미즈짱에게 건넸다.


회사 사람에게 돈을 직접 주는 건 처음이라

주기 전까지 액수부터 돈을 주는 게 정말 맞는 건지 많이 망설였는데

환하게 웃으며 무척 고마워해주어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미즈짱에게 세뱃돈을 준 봉투, 베트남의 '고양이 해'를 맞아 그려진 고양이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다. 참고로 베트남은 '토끼의 해'가 없고 토끼를 대신해 '고양이의 해'가 있다]



모르는 사람끼리도 서로 세뱃돈 주고받는 것이 풍습인 베트남의 설 문화 



사실 연휴 전 날까지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얼른 오늘이 지나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니 글쎄, 나는 설날에 쓰라고 먼저 줬는데
어떤 직원이 연휴 지나고 나서 달라더라고요
그게 진짜 베트남 문화라나 어쩐다나



점심시간에 다른 팀장님과 얘기를 하다

해당 팀장님이 직원들에게 벌써 올해 뗏(Tết, '설날'을 의미하는 베트남어) 봉투를 돌렸다기에

다시 한번 여쭤봤더니 

베트남에서는 팀장이 팀원에게, 팀원이 팀장에게 세뱃돈을 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직장에서 뿐 아니라 친구 사이에서도

소액의 돈을 빨간 봉투에 넣어서 주는 것이 베트남의 설 문화라고 한다.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을 서로 나누거나

빼빼로데이 때 빼빼로를,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나누는 것처럼

베트남에서의 세뱃돈문화는 

격식을 따지거나 무겁지 않고 오히려 일상의 유쾌한 이벤트 같은 느낌이 있다.


[잠깐만 배워보는 베트남어]

세뱃돈은 베트남어로
'띠엔 리 씨(tiền lì xì, 세뱃돈)' 또는 
'띠엔 믕 뚜오이(tiền mừng tuổi, 나이 먹은 것을 축하하는 돈)'이라고 하는데
보통 '리 씨'가 아이들에게 쓰는 단어라면
'믕 뚜오이'는 윗사람에게 또는 어른들끼리 쓰는 단어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가 설날에 어르신들께 세배를 하고

같은 가족끼리,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이 보편적인 세뱃돈 문화라면,

베트남에서는 세뱃돈을 주고받는 그 범위가 매우 넓다는 데에서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뗏 기간에 

택시를 타고 내리거나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잔돈은 받지 않고

'믕 뚜오이 녜(mừng tuổi nhé: 믕 뚜오이 하세요)'라고 하면 

'세뱃돈을 대신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의 의미처럼 이해되고

서로 기분 좋게 설날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행운의 돈' 같은 개념인데,

국민 전체가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고자 하는 

'공동체의 염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팀장님, 이거 안 먹어 보셨죠?
베트남 뗏 전통 음식이에요.
집에 가서 한 번 맛보세요.




연휴 이후 다시 만난 미즈짱은

내게 베트남 설날 전통 음식이라며 큰 떡을 건넸다.

'바잉쯩(Bánh chưng)'이라는 여러 녹색 잎에 둘러싸인 떡은

고기와 녹두를 넣어 만든 찰밥인데 맛이 송편 같기도 백설기 같기도 했다.



베트남에서의 두 번째 설을 거치며 

조금 더 '현지화'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나도 '믕 뚜오이 인 비엣남(베트남에서 나이 먹은 걸 축하해)'이다.





[뗏 이후 미즈짱이 내게 준 베트남 전통 설날 음식인 '바잉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