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킹스포츠', 축구
에~ 팀장님,
기사님이 팀장님 혼혈인지 물어보는데요?
하다 하다 혼혈소리까지 듣는다.
미즈짱과 외근을 가면서 그랩(Grab)을 탔는데
생긴 것은 둘 다 베트남인인데
서로 영어로 대화를 하니 운전기사님이 미즈짱에게
내가 어디(?) 혼혈인지 물어봤다고 한다.
언어도 뛰어넘을 만큼
나의 현지 싱크로율 높은, 미친 비주얼이
그를 혼란에 빠트린 것 같아 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미즈짱이 기사님께 내가 순수 한국사람이라고 하자,
기사님이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바캉서?
내가 한국인이라니
베트남에서 최고 유명 한국인인
박항서 축구감독님을 얘기하려는 것이었다.
나도 이렇게 외국인한테 반갑게 말 걸어주시는 게 고마워서
어쭙잖게 조금 아는 베트남어 단어와 미즈짱의 통역 콜라보를 통해
이동 시간 동안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한국도 어마무시하지만
베트남의 축구 사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찐.찐.찐.이다.
한국이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을 때
나는 대학원에서 많은 친구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그들은 자국이 월드컵에 진출하지 않았음에도
거의 모든 새벽 경기들을 챙겨보았고
내게 침을 튀겨 가며 손흥민 선수를 극찬했다.
내가 '혹시 박지성 선수도 아느냐'라고 물어봤는데
그 두 선수의 이력과
강점에 대한 차이까지 줄줄줄 읊는데
괜히 말을 꺼냈다 싶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베트남 사람들은 축구에 정말 진심이다.
'킹스포츠(King Sport)'라 부를 정도로
국민의 85%가 축구를 좋아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축구가 상대적으로 규칙이 쉽고
90분의 짧은 경기시간으로
종료시간이 예상 가능하다는 점,
또 큰돈을 들이지 않고 공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물론 정부 및 기업들의 후원으로 이런 열광에
불이 붙은 것 또한 사실이다.
베트남에서 혹시 택시를 탔는데
분위기가 냉랭하거나 기사님이 무섭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한 번 말씀해 보시라.
목적지 내내 끊이지 않는 베트남어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두유노바캉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