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결혼정보회사의 유혹

나한테도 등급이 있다.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by 연대표

20대 중후반 시절, 사회생활 시작한 지 3년, 결혼할 생각으로 결혼정보 회사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단순한 이유였다. 학생 때 학원을 가듯, 결혼하려면 결혼정보회사를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참 순수했지....

결혼 정보 회사를 알게 된 경로는 포털사이트 메인 광고 때문이다. 광고 배너에 ‘나에게 맞는 배우자는?’이라는 광고를 클릭하니, 심리 테스트 같은 ‘o, x’ 문항들이 있었고 결과를 보려면 이름, 연락처를 입력해야 했다. 흔한 결혼 정보회사의 DB(Data Base) 수집 방법이었다.

‘상류층 전문 결혼 정보회사, 노블, 딱 맞는 짝을 찾아드립니다’ 이런 유혹적인 문구는 20대 후반인 사회 초년생에게 꽤 자극적인 문구였다. 디즈니 공주님 스토리를 너무 많이 봤는지 그때 당시 결혼은 화려한 신세계일 것만 같았다.



커플 매니저라는 사람과 약속을 잡고 강남 어딘가에 위치한 결혼정보회사를 방문하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이 회사는 잘 나가’를 대변하는 신문기사, 광고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모델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나는 상담 절차에 따라 신상정보를 기록했고 커플 매니저와 상담을 진행했다. 커플매니저는 ‘우리 집 숟가락 개수’를 제외하고 다각적으로 내 신상을 털었다. 아버지 연봉, 직업, 집안 재산, 학벌, 등등....

그리고 그녀의 로직대로 나의 등급이 주어졌다.. 3등급이었던가, 4등급였던가. 그녀의 로직은 이랬다. 여자는 개인의 능력보다 집안의 비중이 높고, 그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는 건 어린 나이(25살 언저리)와 외모다.

집안 기준은 부자(사업가, 자산 세 자릿수), 준부자(부동산 가치 합 두 자릿수), 아버지의 직업 /(공무원이나 5대 대기업)으로 분류되었고, 외모 점수에는 연예인과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낸 외모지상주의 직업군들이 포함되었다. 아나운서, 스튜어디스, 모델, 비서 등... 나는 사업가 집안의 자제도 아니고, 유명인도 아닌 평범한 집안의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3,4 등급이 매겨졌다.

다음은 상품 설명이다. 전문직의 남성과 몇 번, 대기업의 남성과 몇 번, 프리미엄 소개팅 몇 번 해서 횟수에 따라 금액이 달랐는데, 연간 비용은 300~500만 원을 호가했다. 그리고 여성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멘트들을 덧붙였다. 자기 딸은 25살에 결혼했는데, 여자는 크리스마스다(25살 이후에 꺾인다)는 뻔한 얘기부터, 나이가 더 지나면 계속 값이 떨어진다, 지금도 늦었는데 지금이라도 와서 다행이다, 등 사회적 시선과 엄마 같은 잔소리들이 컬렉션으로 펼쳐졌다.

마지막 마무리는 외모가 나쁘지 않고, 소득도 있으니 오늘 등록하면, 몇% 까지 할인이 된다며 무이자 할부 카드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시간여행처럼 나의 1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마치 지금 카드를 긁지 않으면 내 인생에 막차가 떠날 것처럼 분위기가 흘렀다.

머뭇거리는 나에게 커플 매니저는 돈을 지불하면 만날 수 있는 남성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이름만 가려진 명단에는 그의 학교, 회사, 연봉, 집 자산이 차례대로 정렬되어 있었다. 아,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노련한 커플 매니저에게 넘어가겠구나... 신입 3년 차에게 300만 원은 큰돈이었기에 황급히 상황을 수습하고 빠져나왔다.



그렇게 결혼 정보 회사에 대한 나의 관심은 잊혀지고, 몇 년이 지났다.
한 해는 엄청 유명한 결혼정보회사에서 버스 광고 퍼레이드를 하고, 어느 해는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여러 결. 정. 사에서 전화가 오기도 했다. 어떤 뉴스 기사에서는 결혼정보회사의 가입 성별 비율이 70~80%가 여자, 나머지는 남자인데 그마저도 남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이 포함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모 유명 결. 정. 사는 신고를 당해 논란에 휩싸였는데 한껏 결. 정. 사를 통해 선을 보게 된 여성 회원을 조롱이라도 하듯 상대 남성 회원이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 본인은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농락을 당한 여성은 화가 나 해당 결정사를 신고했다. 이후 환불을 요구하는 회원들에게는 계약서 조항을 내세우며 가입할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고, 여성들은 20~30% 되는 환불금을 받을 수 있었다. 더 당당한 업체는 결. 정. 사는 매칭을 시켜주는 회사이지 성혼이 되는 것은 회원들 매력의 문제라며 상처를 주기도 했다. 회당 60만 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좋은 혜택을 못 받을까 봐 항의조차 못한 회원들도 있었다. 그들의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자본주의의 산물이지 회원들의 미래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그로부터 또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도 연애결혼을, 주변 친구들도 절반은 결혼을 했다.
지금 생각하니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매력적인 남, 여는 주변에서 소개팅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개팅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도 많다. 가입비 300만 원으로 나 자신을 가꾸고 자기 관리를 하고, 심성까지 괜찮은 사람이 되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

어디서 만나냐고?
대학교 모임, 회사 동기들, 동호회, 취미활동 등등 자연스러운 만남이 가능한 곳이 의외로 많다. 또 결혼정보회사는 객관적인 수치로 매칭을 시켜줄 가능성이 높으므로 당연히 회원들의 성향까지 파악할 수 없다. 반면, 주변에 나를 소개해주는 지인들은 나와 비슷한 환경일 확률이 높으며 내 성향에 대해 고려하고 소개해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면에서 나를 잘 알고 있는 주변을 통해 인연을 만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을 해보니 조건에 앞서 성향, 성격, 취향들도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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