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친구에게 물어보는 결혼에 대한 확신
연말이 되니 송년회 겸 겸사겸사 모임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재미도 있고, 옛날 생각도 난다.
‘다들 잘 살고 있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이렇게 한 해가 지나가네’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오랜만에 옛날도 떠올릴 겸 대학교 때 다니던 양꼬치 집을 찾았다.
대학교 때만 해도 정말 풋풋하고, 이 나이가 될지 몰랐는데...
우리는 어느새 직장인이 되었고, 결혼을 했고, 곧 아이의 엄마가 되어 간다.
물론 지금도 대학 때와 같이 달달한 연애를 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
내년에는 꼭 맞는 짝을 차겠다는 설렘을 안고사는 친구도 있다.
30대 초반, 여자들의 모임에 나오는 단골 질문
‘너는 지금 남편을 만났을 때 결혼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어?’
‘딱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생겨?’이다.
그런 초롱초롱한 질문을 받으면 뭔가 타로집 언니와 같은 명쾌한 답을 줘야 할 것 같지만
나는 그런 확신보다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면 되겠다’는 확실한 방향성은 있었다
라고 말하는게 좋을 것 같다.
20대에 한 사람만 5년 넘게 만나면서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될 줄 알았다.
내 관점에서 그는 자신의 취향도 확실했고, 운동을 좋아했으며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했다.
자기 관리는 습관이 되어 있었고 스펙으로나 성격적으로 나와 딱히 틀어지는 부분이 없었다
우리는 대학 때부터 사귀었고, 나는 취업을, 그 친구는 석박사를 가게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 나는 직장인 3년 차가 되었고, 사귄 지도 5년이나 되었다.
20대 중후반, 직업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문제가 없었던 나는 그가 결혼 얘기를 해주길 바랬다.
결혼하자면... 내 기준에 그는, 성격이 무난했고 평온했으며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았다.
외모도 187cm에 8.x 등신이 였으며 웃는 상이여서 친구들 모임에 데리고 가면 귀티가 났다.
능력, 대학 4년제 나온 우리 둘이 맞벌이를 하면, 크게 문제없이 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나의 생각일 뿐, 아직 학생 신분인 그에게 결혼은 먼 나라 얘기였고
자신이 아직은 능력이 없어 부모님을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고 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의 물음에 ‘논문 마치고 2년 더...?’라고 대답했고
결정적으로 그 남자는 ‘우리 엄마가 내 결혼은 40살에 하래’라는 답변을 추가로 얻었다.
회사생활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나, 또 다른 스텝으로 갈 준비가 된 나와
아직은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않았던 그의 스텝에는 갭이 생겼고
우리는 결국 의견을 좁힐 수 없다는 결론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어물쩡 말하는게 확신이 없거나 할마음이 없었나 보다.
아무리 나에게 맞고 좋은 사람이면 뭐하나
우리는 맞지 않은 시기에 서있었던 것을 ...
그 후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의 남편과는 서로가 결혼하고 싶은 시점에 만나서 그런지 결혼 얘기가 너무 자연스럽게 오갔고,
큰 장벽 없이 순리대로 준비들이 진행되었다.
나에게 결혼의 시점은 시기였나 보다.
나의 소중한 친구는
4년 넘게 연애를 해온 남자 친구가 있었다
서로 결혼이란 걸 하게 된다면 그 상대는 서로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내 친구도 그 남자분도 아직 경제적인 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물가와 집값이 뉴욕 다음이라는 한국에서
모든 경제적이 조건을 가지고 결혼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는 맞춰진 다음 일이라고 했다.
공감하는 부분은 30대 초반 성인 남녀가 부모님 도움받지 않고 신혼집을 서울에서 빚 없이 마련할 수 있는 건,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업을 하거나 복권에 당첨되는 운을 가진 소수...)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을 봐도 평균적으로 맞벌이, 은행돈으로 시작하는 게 대다수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은, 돈에 대한 부분도 시점의 문제라는 것이다.
오랜 연애를 하면서 상대가 마음에 들었다면 마음의 준비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도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서로의 시점이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아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주변 환경이 다 세팅이 되었을 때 만나는 사람과 결혼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아무런 논쟁 없이 자연의 순리처럼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친구는 경제적 준비 시기가 다를 수도 있다.
경제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할 만큼 준비가 안됬다면 마음만 믿고 강행하는 건 옳지 않다.
물론 시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이랑 어울리는지를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성격,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 등등 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단점이 없어야 한다.
딱 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려면...
서로 마음과 경제적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황이 퍼즐 조각 맞춰지듯 딱 들어맞으면 결혼은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런 시기에 만난 인연과 결혼할 확률이 높다.
운명의 상대란 없다.
내가 준비된 순간 그가 나타났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