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시작을 위한 지름길
결혼한 지 2년 차, 32살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작년 여름, 6월의 신부가 되었고, 1년 후 아이를 가졌다.
그리고 어느덧 임신 6개월째, 나의 결혼 생활은 전반적으로 맑음이다.
물론 소소한 갈등과 걱정은 있었지만 나의 결혼 생활은 주말 아침의 평화로움이다.
며칠 전 친구와 후배들을 만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애를 낳는 건 여자만 힘들고, 집안일도 희생해야 하고, 시월드까지 생기는데 차라리 지금 혼자가 낫다고....
반면, 결혼은 어떤 조건을 가진 남자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세상에 괜찮은 남자들이 없다고 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다른 친구는 ‘자기는 여태까지 모은 돈을 절대 공개하지 않을 거고, 비상금으로 남겨둘 거라 했고, 남자는 무조건 집을 해와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육아를 하면 여자가 손해인데 비상금 정도는 있어야 동등하다는 주장이었다.
나는 듣다가... 우리는 결혼에 대해 너무나 많은 편견과 잘못된 생각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런 생각과 계산을 하지 않아도 결혼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 물론 100살까지 안 살아 봤으니, 내 생각이 정말 해피엔딩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혼을 잘하려면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할까?
결혼을 하고 싶은 후배들이 처음 물어보는 질문 ‘언니 남편 몇 살에 만났어요?’이다.
30살! 20대 후반인 후배는 서른에 만날 수 있는 안도를 하고, 30을 넘긴 후배는 조바심을 낸다.
그다음 질문은? ‘어떤 남자랑 결혼해야 해요?’ 백발백중...이다.
그럼 나는 그 포괄적이고 커다란 질문을 어디부터 답을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현실적인 답변을 내준다.
‘응... 성격 좋은 사람? 그다음은 경제적으로 비슷한...?’
나에게 이런 질문은 참 무겁다. 이런 질문은 ‘저 어떤 회사 취업하면 돼요?’라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아니... 네가 해야 할 결혼을...’
후배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한테 물었다.
나 : 오빠, 어떤 여자들이 결혼을 잘하지?
오빠 : 응.... 너처럼 생각 없이 결혼하는 사람!
나 : 아!.... 내가 생각이 없었나? 곰곰이 생각해봤다.... 생. 각. 없는?...
그리고 5분 뒤 맞아! 그럴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을 했다.
소개팅 해준 오빠에게 만나기 전 내가 물어봤던 질문은 남자에 대한 연봉 정보나 집안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취미와 성향 정도? 취미가 있는 사람은 취미를 즐길만한 심적 여유와 취향이 있을 것 같았고, 자신의 취향을 가진 남자는 멋있을 것 같았다. 물론 키는 절대 포기할 수 없어 180cm.... 사실 185cm가 넘어야 한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지만, 그 외에는 묻지 않았다.
결혼을 하는 순간에도 식장은 이래야 하며, 예물, 예단에 대해 잘 모른 채 준비했다. 스, 드, 메가 뭔지 정도만 알았고 업체 통해서 메이크업하고 스튜디오 사진 찍은 다음에 드레스 입고 식장에 들어가는 줄 알았다. 집을 구하는 것도 ‘나 돈 이거 있어’라고 말한 다음에 원룸에서 살든 방 몇 개에서 살든 개의치 않았다. 물론, 집 보러 다닐 때 좋은 집은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었지만...
결혼할 때도 반지 외에는 더 할 생각도 안 했고, 신혼여행 때 면세점에서 명품 가방을 양가 어머님과 나를 위해 챙겨야 하는지도 몰랐다. 생각해보니 이 정도면 너무 무지한 수준이라 남편한테 미안하지만, 고맙게도 남편은 내가 하는 거에 지켜만 볼뿐 훈수를 두지 않았다.
그렇게 결혼식을 하고 나서 정신 차려보니 가을이었고, 나는 유부녀가 되어있었다. 만약, 생각 없이 결혼했는데 세상 운을 다 가져서 정말 마음이 넓고, 풍족한 남편을 만났을 수도 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후 결혼생활도 이런 식으로 평화로웠다. 집안일도 서로 시간이 더 있거나, 피곤하지 않는 사람이 하고, 요리는 잘하는 사람이 하고...
결혼 전에 즐겼던 각자의 취미는 동일하게 존중해줬다. 서로 싸울 일이 별로 없었다.
상의할 일 있거나 대화가 하고 싶으면 실컷 얘기하고 베프(베스트 프렌드)처럼 추억을 나눴다. 나는 여전히 매일매일 봐도 또 보고 싶고 할 말이 정말 많다. 신혼 때는 신혼이어서 재밌는 일이 많았고, 임신을 하고 나서는 아기가 생기니 새로운 생각들로 할 말이 정말 많았다.
남편과 함께라면 어떤 험난한 세상도 헤처 나갈 것 같다. 근데 이게.... 내가 계산하고 전략적으로 한 결혼의 결과물이 절대 아니다. 나도 알고 남편도 알고, 심지어 친구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나에게 어떤 남자를 만나야 잘 사는지를 물어보면, 솔직히 난 할 말이 없다. 나의 전략은 없었으니까.
글쎄... 차곡차곡 쌓이는 재무 목표이나 커리어는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아주 잘 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못하나 ^^;)
하지만, 결혼은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하면 되는 것 같다.
즉, 자기의 경험과 감정을 믿으면 된다고 할까.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좋았고 편했고 또 보고 싶었다.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만날 수록 신뢰가 가고 개그 코드가 맞았다. 남편의 조언이 유익했고, 내 인생의 고민을 남편한테 송두리째 전달해도 부끄럽지 않았다. 남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봐도 귀여웠고, 같이 한 공간에서 각자 의식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해도 편안했다.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으면 남편이 나를 예뻐해 준 것처럼 똑같이 사랑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 감정을 믿었고, 남편이 나를 서운하게 해도 남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나를 항상 사랑해준 남편에게 함부로 하면 남편의 마음이 아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등치는 산만 해도, 마음은 여린 거 같아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남편과 내가 정서적으로 행복하게 살게 된 배경인 것 같다.
결혼생활의 가장 큰 갈등은 경제적인 것이라던데, 남편은 각자 관리하기를 원했고 나도 크게 불만은 없었다. 물론 돈이 안모이고 더 많이 쓴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것도 가족계획을 하고 생활비, 집 등 필요한 목표가 생기니 각자 잘 절약하게 되었다.
남편이 번 돈을 가지고 딴짓을 할까 봐 여자가 관리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서로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시작하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물론 세상에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확실하니까.
그리고 바람피울 사람은 와이프가 돈 관리를 해도 어떻게든 만들어 다른 여자를 행복하게 한다. 오히려 빨리 알게 되면 좋지 라는 생각으로 여전히 의심하지 않는다.
후배의 질문에 다시 돌아서서, 너무 계산하거나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혼은 M&A라느니 이익을 봐야 한다느니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봤으면 좋겠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싶은 마음, 내 자신 말고 남들 웃게 해주고 싶은 마음, 누구랑 꼭 같이 추억을 쌓고 싶고, 인생의 소울 메이트를 만드는 그런 생각들의 연장선이 결혼인 것 같다.
극단적이긴 하나, 어차피 흙 한 줌으로 돌아갈 인생, 돈이 부족하면 불편할 뿐이지만 옆에 사람이 없으면 외로워 죽는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 금전적으로 풍족하고 집안이 좋으면 감사한 거고, 부족하면 같이 추억을 쌓으며 채워나가면 된다. 건강한 성인 남녀가 둘이 벌면, 굶어 죽지 않으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길 바란다.
그런데 중요하게 생각할 가치는 있다. 나와 생각하는 인생의 방향이 다르거나,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면 매 순간 부딪히게 된다. 간단한 예로 여행비용 최대한 아껴서 여행지에서 비싼 물건 사서 돌아오는 사람, 여행에서는 돈 생각 안 하고 펑펑 쓰면서 누리는 사람이 만나면 한쪽이 지지 않는 이상 여행은 지옥이 된다. 서로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갈등의 시발점이 된다.
또한, 정말 인간의 최소한의 도리는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폭력을 쓴다던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지는 봐야 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알기 위해서는 4계절 다 만나보고 마음이 맞는지 충분히 경험해본 다음에 결혼을 결정하면 된다.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다.
나의 결론은.. 결혼을 잘하려면 사계절 충분이 마음을 맞춰보고, 결정하면 된다.
여기서 돈을 따지게 되면? ‘성격은 거지 같은데, 직업이 ㅇㅇ이니 참자.’ 이렇게 되어 결국에 파국을 맞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보상심리가 있어, 여자는 돈 때문에 참았던 심리를 보상하려고 들것이고 남자는 바보가 아니니 돈 때문에 선택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돈으로 만날 수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려 할 테니까.
요즘 남자와 여자들은 모두 똑똑하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행동하고 말하는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진정성을 기가 막히게 안다. 꼼수 없이 가야 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