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 물건 떼다 팔기-‘난이도 하(?)’의 현실 경험
글로벌 소싱의 시작
회사 밖에서 첫 수익 창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직무상 연관성이 높고 해외 소싱에 자신 있었던 나는, 중국 도매상을 통해 물건을 떼다 한국에 팔기로 했다. 남들 한국 도매상들과 거래할 때 나는 중국 공장에서 저렴하게 소싱한다는 ‘차별화’로 야심 차게 ‘글로벌 소싱’을 감행했다. 믿을 만한 거래처를 선정하고 알리바바, 타오바오 도매몰보다 더 저렴하게 비딩 하여 물건을 구매했다. 이렇게 저렇게 계산해보니 마진 구조도 나쁘지 않았고, 소량으로 여러 제품을 하면 충분히 승산 있는 계산이었다.
그땐 이렇게 안 팔릴 줄 몰랐다...
첫 오더에 통 크게 몇 백 단위로 주문하고, 마치 잠재력이 큰 거상처럼 굴었다. 직장생활에서 배운 허세인가 보다.
얼굴 없는 모델과 베테랑 사진사의 쉬는 날을 활용하여 가성비 좋은 제품 사진들을 찍었고, 그렇게 나의 첫 온라인 사업은 시작이 되었다. 하루에 4시간만 자는데도 내 이름 세 글자 달고 처음 시작하는 거라 그런지 피곤하지도, 이런 업무 강도에 화가 나지도 않았다. 아마 회사였으면, 동료들 이랑 실컷 회사 욕 했겠지. 제품을 론칭하고 판매를 개시하면서도 ‘주문이 폭주해 배송하느라 일손이 모자라면 어떡하지,’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시원하게 망하는데 걸리는 시간, 단 6개월
오픈 1달 후, 시즌성 제품을 팔던 나는 계절이 바뀔수록 심리적으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온라인 광고와 마케팅 생태계를 전혀 몰랐기에 어느 겉만 번드르르한 온라인 광고 회사와 연간 계약을 진행하면서 효과도 없는 광고들을 반 강제적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사기인지 알아차리는데 2달이 걸릴 만큼 나는 시골에서 갓 올라온 순진한 보따리 상 수준이었다. 소비자들은 반품을 숨 쉬듯이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런 꾼들에게 한번 나간 돈을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결국, 저렴한 제품을 저렴한 판매가에 팔아 원가만 겨우 건지고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신경 쓸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시장 조사, 물건 소싱, 생산 일정 확인, 수입 통관, 관세, 판매 마진 측정, 온라인 홍보, 제품 사진 찍기, 광고, 판매, 포장, 매출관리, 손익 계산하기 등 매출도 귀엽고 손바닥 만한 규모의 온라인 몰이라도 각각의 기능은 필요했기에 해외 소싱만 달랑 알고 진행했던 소상공인은 결국 캐파 부족으로 넉 다운되었다. 따로 물류창고를 쓸 만큼의 여유는 없었기에 재고는 나의 생활공간에 쌓여갔고, 물류 창고인지 집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박스 더미와 제품들은 뒤죽박죽 엉켜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동거인은(남편) 아량이 넓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참다못해 쓰레기 장수라도 부를 기세로 악성 재고에 대한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떨이로 첫 사업을 종결했다.
온라인 쇼핑몰 월 1000만 원의 진실
온라인 스토어로 월 1000만 원 벌기의 진실은 생각보다 많은 요소들이 결합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같이 회사 안에서 몇 년간 길들여진 순수한 양들은 늑대들의 마케팅에 놀아나는 먹잇감 일 뿐이었다. 내가 배불리 먹여준 포식자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와 연관 있었다. 온라인 스토어 입문자를 위한 교육 사업, 온라인 광고사, 사진사, 모델, 쇼핑몰 중개 수수료 업자, 박스 포장 회사, 중국 공장, 무역업 담당자 등 여기에 유통 마진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이다. 물론, 내가 잘 벌었으면 그들을 ‘내 사업을 도와준 네트워크’라고 소개했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누가 ‘이런 사업 어때?’라고 제시하거나 본인의 성공담을 말하면 먼저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나한테 맞는지, 금액이 순수익인지 매출인지, 내가 놓치고 있는 프로세스나 모르는 분야는 없는지 등에 대해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
회사 안에서는 싫다고 하면 투정을 받아주는 동료가 있고, 월급을 주는 오너가 있다. 무작정 밖으로 도망치는 순간 그곳은 나의 모든 결정에 책임져야 하고, 투덜이 스머프의 여유 조차 나오지 않는다. 여러 가지 대안을 아주 다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회사 밖에서는 아무것도 해본 적 없는 모르는 온실의 화초, 무(無) 경력 자니까.
배운 것은 정말 많다. 그리고 회사 밖에서 만원은 회사 안에서의 만원과는 너무 다른 가치와 희열이 있다. ‘첫술에 배 부르랴.’ 나는 오늘도 이 귀여운 실패를 뒤로 한채 새로운 것을 시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