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가 나는 플리마켓, 나는 모태 장사꾼인가
멀고 먼 온라인 시장의 길 :
키워드 분석, 고객 분석
온라인으로 가방 유통을 시작하면서, 제품 소싱뿐 만 아니라 온라인 상에 홍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 많고 많은 제품 홍수 속에 내 품목이 눈에 띄려면 고객이 많이 찾는 검색 키워드를 분석해제품명에 녹여야 한다는 사실, 예쁘게 짓는 게 상품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시장의 수요와 실 소비자들의 생각의 차이도 인정해야 했다. 판매자로서 내 제품들에 모두 애착이 가는 오류도 있었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원하는 사용감과 디테일에 대해 세심한 인지 없이는 구매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온라인 시장은 고객 이탈률이 99.9%이다. 퀄리티가 좋지 않거나, 상품 리뷰가 별로 이거나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손가락 한 번으로 다른 매장으로 가면 된다. 깃털 같은 소비자들의 변심은 디테일이 부족한 나의 성향에 치명적이었다.
20~30대 여성을 상대로 하는 제품들은 확실히 예쁘고, 세심하고, 감성적으로 터치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한테 그런 다정다감한 감성은 없었다. 확실히 내 스토어가 왜 잘 안되는지 명확하게 와 닿았다.
첫 스토어 재고, 그래도 헐값에 팔기는 싫다
재고가 쌓인다고 해서 다음 시즌 제품을 업로드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럼 바로 시즌 지난 몰이되기 때문이다. 갈수록 품목 수와 소싱 수량은 줄어들었지만, 키워드 분석, 홍보, 상세 페이지 등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은 일정했다. 사무실로 만든 방 한 칸은 차곡차곡 시즌 지난 재고들로 쌓이게 되었다. 속 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판매 수량은 늘어날 줄 몰랐다. 괜히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들 커뮤니티에 가서 위로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독일 뿐이었다. 재고라고 해도 제품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헐값에 팔기는 싫었다.
방향이 좀 틀렸다고 해도 당시에는 제품이 예뻐서 소싱한 것이고, 정성 들여서 출시했는데 고객에게 노출이 안된다는 이유로 값이 떨어진다면 결국 제품의 상품성이 낮다는 것을 인정해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이 안되면 오프라인에서 라도!
이런저런 생각을 한 끝에 오프라인에서 팔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시장에 들고 가 팔 수도 없는 노릇, 매장을 열 수도 없으니 가장 좋은 대안은 플리마켓이었다. 요즘 마트나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들이 매출의 어려움을 겪자 외주 공간 대여를 통해 수익을 낸다. 과연 내게 이 기회를 줄까? 의문이 들었지만,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스타트업 플리마켓 업체에 컨택을 했다.
그리고 신청 가능한, 집과 가까운 플리마켓을 중심으로 지원을 했다. 내가 원하는 젊은 타깃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복합 쇼핑몰 구석 귀퉁이에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수수료는 판매가의 30%라는 살인적인 자릿세가 있었지만, 팔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재고보다는 나을 것 같아 지원했다. 양 팔 벌려 사이즈의 테이블 단 두 개만 나의 자리였지만, 나는 내 제품을 잘 팔아보겠다는 신념 하에 테이블보, 쇼핑백, 제품택, 장식 선반 등을 준비하면서 설레어 있었다.
플리마켓의 두 가지 유형 :
브랜드 홍보 vs 보따리 상
플리마켓을 참가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 된다. 첫번째는 신진 디자인들이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플리마켓에 참석하는 유형이다. 두 번째는 제품을 공장에서 저렴하게 소싱해와 마진을 붙여서 파는 보따리상이다. 나는 보따리상의 유형으로 자릿세 마진을 최대한 손해보지 않으면서 제품을 잘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리마켓은 자리가 정말 중요하다. 유동인구 연령층이 어떤가에 따라 매출이 확실히 차이 났고, 그 많은 플리마켓들 중 어느 위치에 차지하느냐에 따라 또 매출에 차이가 났다. 이런 분석 없이 나처럼 초보가 집 가까운 순으로 신청을 하게 되면,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노력은 노력대로 들이고서 원하는 매출을 얻지 못하게 된다. 결국 무엇을 하나 마케팅이 문제였다. 이곳이 내 자리가 맞는지, 내가 원하는 타깃들이 혹할 제품인지를 계속해서 따져봐야 했다.
어서 오세요! 팔림의 희열,
사람 냄새나는 플리마켓
사무실에 앉아서 키보드 두드리며 곱게 일해본 세월이 길어서인지 운동복과 패딩을 걸치고 제품을 진열하려니 처음에는 쑥스러웠다. 아무렇지도 않게 제품 진열과 조명 설치를 척척 해나가는 사장님들 속에서 아크릴 판자 몇 개로 제품들을 엉성하게 진열하고 있으려니, 민망했나 보다.
플리마켓 첫날, 고객이 오니 어찌할 줄을 몰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 예뻐요… 라며 들리는 둥 마는 둥 말을 하고 있었다.
첫날, 매출 ‘0’을 찍었다.
이틀 전 매장 끝나는 시간, 저녁 10시에 두 시간 동안 제품 세팅하고, 설레어했는데 장사꾼의 내 모습이 어색해 하나도 못 팔았다. 매출이 빵이 되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옆집에서 카드 결제되는 소리를 들으니, ‘나 지금 장사꾼이라고 부끄러워하는 거야?’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집에 가니 잠도 안 왔다. 쓸데없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했다.
다음날은 낯짝이 몇 겹 더 생겼다. ‘어서 오세요, 가방 매보셔도 돼요’ ‘어머 ~잘 어울린다. 이 컬러는 어때요?’ ‘이게 마지막 상품이에요!!’ 좀 더 적극적으로 나는 살랑 이가 되었다. 처음으로 가방이 팔렸을 때, 계산하러 뛰어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부끄럽지만 정말 신나서 폴짝 뛴 거다! 한, 두 개 팔리자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고객과 사정거리를 유지하다가, 제품에 관심이 있으면 매미처럼 달라붙어서 제품의 장점을 소개하고, 패션 코디 방법을 술술 말한다. 고민하는 고객에게는 소정의 사은품이라고 해서 작은 거라도 챙겨주며, 잘 샀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한다. 물론 제품력은 기본으로 갖춰야 할 수 있다.
플리마켓은 온라인과 다른 희열이 있었다.
온라인은 자고 일어나면 상품이 구매가 되어 있어서, 마치 나를 위해 누군가 돈을 벌어주는 것 같은 재미가 있다면, 오프라인은 사람 냄새가 났다. 사람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것을 먼저 보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내 상품을 구매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공부할 수 있었다. 나도 내 제품에 대해 설명하면서 보완점과 상품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신중하겠습니다!
플리마켓의 특성상 행사 기간은 3일~7일 사이이다. 짧은 경험을 마치고, 정말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내 제품이 어느 타겟층이 원하는지 알게 되었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여성스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난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들을 선호하고, 대한민국에 검은 패딩이 제일 많이 팔리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 자신도 이해하게 되었다. 모태 장사꾼인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판매하는 거에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좋은 제품, 합리적인 가격 불변의 진리를 확인하며, 더 신중하고 싶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온라인 쇼핑몰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준비한 플리마켓이지만, 돈을 버는 의미 이외에 제품에도 브랜드를 넣고,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제품 공부와 애착을 갖아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좋은 경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신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