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의 목소리를 듣는 파이프라인 만들기
독자 조사는 한 번 하고 끝이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디에 반응하고 있는지 계속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플랫폼이 주는 데이터 피드백을 포함해서, 계속 이 시청자/구독자의 목소리를 다양한 차원에서 들을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두면 좋다. 실제로 우리 매체의 시청자/구독자와 연결되어 있기 위한 방법들이 몇 가지 있다.
구독하는 뉴스레터가 있는가? 자세히 살펴보면 이메일 가장 하단에 항상 '오늘의 이메일은 어떠셨나'고 묻는 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에 항상 피드백 창구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이때 피드백을 일방적으로 받는 경우가 있고, 피드백을 게시해서 함께 공유하거나, 그에 대한 답변을 다음 메일에 실어서 보내는 경우가 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전자의 뉴스레터는 전단지처럼 느껴진다. 후자의 뉴스레터는 편지나 게시판처럼 느껴진다. 당신이 독자라면 어떤 쪽에 더 깊숙이 연결된다고 느낄까?
수용자 조사는 단순히 콘텐츠 피드백을 위한 설문조사인 게 아니라 실제로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연결을 만들고, 이는 독자 참여의 효용감으로도 이어진다.
위와 같이 피드백 창구를 만드는 게 첫 번째 방법이라면, 이미 플랫폼에 열려있는 댓글창, 좋아요, 싫어요 등의 반응들을 잘 분석하고 콘텐츠에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좋아요나 싫어요의 개수나 비중, 댓글의 개수 등을 정량적으로 단순하게 보는 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콘텐츠 기획의 의도에 '흥미로운 이면의 사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깔끔하게' 알려주는 게 있다면 그 의도가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반응이 있는지 살핀다. 닷페이스의 '그거앎' 시리즈의 경우, 일상의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해서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상식을 흥미롭게 전달했다. 음악과 나레이션, 깔끔하고 킥이 있는 의외의 화면 구성이 서로 맞아떨어져서 어떤 리듬감 안에서 이야기가 매끄럽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고, 시간이 축약되는 느낌을 준다.
킥이 있는 화면 구성이라 하면, 예를 들어 슬라임으로 개헌을 설명한다거나, 에코백 관련 이야기를 할 때도 소품이 화면 안으로 던져지고, 모션이 펼쳐지는 리듬감을 살리고 매치컷을 활용하거나, 파스타 요리 과정을 보여주며 아프리카열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이선욱, 송다예, 황유덕 프로듀서가 이런 비주얼한 스토리텔링을 많이 연구하고 개발했다. 이런 기획에 의도한 대로 '뭔가 쾌감 듦', '주제 신박함', '알아듣기 쉬움' 같은 반응이 오는지 본다. 먹혔나? 먹혔다의 쾌감.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펼쳐내는 곳. 그게 우리의 미션이었기 때문에 댓글에서 우리가 소개하는 사회 문제를 자신의 현실에서 겪고 있거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걸 좋아했다. 사람들이 덧붙여주는 이야기들, 댓글창이 평면적인, 취재 없는 기사들보다 더 낫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간호사들이 겪는 노동 문제와 직장 내 괴롭힘을 다룬 <간호사LIFE> 시리즈는 특히 그런 댓글이 많이 달린 시리즈다. 간호직에 종사해본 사람들, 한국을 떠나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그런 환경을 주변에서 목격한 의료인의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댓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채널의 미션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콘텐츠 하나의 목적은 무엇인지 생각할 때, 그 결과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댓글창이다.
콘텐츠 반응을 분석할 때,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데이터들을 봤다. 영상을 주로 했기 때문에 첫 번째로는 시청 지속률/타겟 유지율을 봤다. 영상의 시청 지속률은 한 번 눌러봤다가 그냥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영상을 보기 시작한 사람들이 계속 이 영상을 보는지 우리가 잘 붙잡아두었는지를 알려준다. 유튜브에서는 데이터 스튜디오에서 시청 지속률 그래프를 콘텐츠별로 제공한다.
사람들은 절대로 영상을 가만히 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요리 레시피 영상 하나를 틀어도, 건너뛰거나 타임라인을 옮겨가면서 보기도 하고, 흥미있는 앞부분, 뒷부분만 보거나 댓글에 달린 요약본 타임코드를 찾아서 본다. 그러니까 우리 영상을 우리가 의도한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 시청 습관에 맞춰서 지루한 내러티브를 고쳐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페이스북을 주 플랫폼으로 쓸 때는 이 시청 지속률을 보고 콘텐츠 피드백에서 리스티클 형식으로 1, 2, 3, 4로 내용을 끊어서 전개하는 형식을 많이 만들었다. 처음엔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짧은, 기껏해야 3분짜리 영상인데"라고 생각했는데 파트별로 시청 지속률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 내용을 끊어서 넣었다. 상단에 챕터 가이드 같은 자막을 추가하고, 건너뛰면서 보더라도 지금 어떤 내용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하니 시청 지속률이 올랐다. 결국 어떻게 시청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을 때 한 명씩 찾아가서 옆에서 직접 볼 수 없다면, 데이터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시청 지속률을 보고 이런저런 가설을 세우고 콘텐츠의 포맷 내러티브와 자막, 음악 등의 장치에 그런 참고사항을 반영한다.
플랫폼에서 주는 데이터는 많은데 무슨 데이터를 어떻게 엮어서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닷페이스에 피드백을 할 때 봤던 지표 중에는 시청 대비 구독 수가 있다.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특정 시리즈나 출연진, 또는 주제가 채널에서 눈에 띄게 성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광고, 제휴 등 사업적 필요나 채널 성장에서 유익이 있을 때는 이런 부분만 독립시켜서 채널을 하나 따로 파기도 하는데, 닷페이스에서도 그런 부분을 고민한 적이 있다.
전반적으로 인터뷰나 다큐의 성격이 짙은 닷페이스의 영상 중에서 그거앎 시리즈는 특히 좀 더 나레이션과 정보 위주의 콘텐츠이고 시청 대비 구독 비율이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이 지표가 높다는 건 콘텐츠를 보고 나서 이 채널을 구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유튜브라는 영상의 바다를 헤맬 때 때로 영상은 재밌게 잘 봤지만 굳이 구독할 생각은 잘 안 드는 채널이 있고, 유용하겠다 싶어서 채널 프로필을 눌러 쭉 영상 목록을 본 뒤에 구독을 누르게 되는 채널이 있다.
왜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구독하기엔 채널이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거나 특정 주제만 관심 있거나, 심리적 장벽이 드는 이유가 있다거나. 구독을 하는 경우도 꼭 너무 사랑하고 좋아해서만은 아닐 수 있다. 자주 안 봐도 공부 결심하는 마음으로 구독을 해놓는다거나, 나중에 참고하려고 본다거나. 이러나 저러나 채널 운영자 입장에서는 채널을 따로 구독해달라고 홍보하는 것보다 우리 콘텐츠를 좋아한 사람들에게 우리 채널을 구독하도록 하는 게 항상 가장 좋다. 그리고 그러한 비율이 높은 콘텐츠라면 우리 채널의 베스트 영업사원이라는 뜻이다. 그 이유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기존 구독자가 좋아하는 영상과 신규 구독자가 유입되는 영상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거다. 채널의 성장을 고려하고 있다면 기존 찐팬들 좋아요도 하고 댓글도 달고, 이 채널의 히스토리를 알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오래 보는 영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시청자/독자는 관여도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하고, 이를 고려해서 성장 전략을 짜야 한다.
찐친인 독자들에게는 비하인드를 비롯해 좀 더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콘텐츠를 풀어도 좋고, 마이너하더라도 정말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풀어도 좋다. 우리를 항상 재방문해주는 이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지 알고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안 친한 독자들 관여도가 낮은 독자들은 이 채널을 잘 모른다. 그런데 어떤 계기 하나로 채널을 알게 되고, 다른 영상도 좀 더 보게 되고 추천도 받고 한다. 그렇다면 그 어떤 영상이 우리 채널의 '문'이 되어줄 수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채널 성장을 위해서는 이 부분이 필수적이다. 독자 관여도에 따라 콘텐츠 전략을 조정할 수 있고, 특히 이건 편성과 연관이 있다. 무엇을 어느 정도 주기로 만들어서 내보낼 것인가 고려할 때 기존 구독자, 신규 구독자 유입 영상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다.
내 콘텐츠를 보는 사람을 직접 관찰하는 건 생각보다 아주 좋은 방법이다. 닷페이스 안에서는 콘텐츠 '안 본 눈'을 아껴놨다가 나중에 보여주는 경우가 있었다. 영상 하나를 편집하고 다듬고 나가는 과정이 사실 만만치 않은 억겁의 굴레.. 반복 작업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본 걸 또 보다 보니 완전히 낯선 눈으로 이 영상을 처음 보게 될 시청자/독자들과 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안 본 사람을 남겨두고 영상을 틀어놓고 마지막 편집본을 보여준다. 그리고 옆에서 그 사람의 반응을 살피면 영상 하나를 시청하는데도 다이내믹하게 초 단위로 반응하는 걸 볼 수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어떤 부분은 오- 하고 감탄하고, 어떤 부분은 지루해한다. 그러면 그 반응을 참고서 삼아 자를 부분은 자르고,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자막을 추가하든, 맥락을 보충하는 인터뷰를 더 넣든 하면서 보충한다.
아무도 이야기를 들을 때 수동적으로 듣지 않는다. 나름대로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과 최근 본 이야기, 원래 가진 의문과 감정 등을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와 조합하면서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본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의문이 들면 적시에 그걸 해소해주어야 하고, 울고 싶을 때 울려주고, 궁금증이 들 때 궁금하냐고 상호작용하면서 이야기를 끌어가야 한다. 한번도 만난 적 없고 눈앞에 없는 사람과 그런 상상 속 대화를 하며 상대가 자리를 떠나지 않게 몰입감을 조성해야 한다.
영상을 제작할 때마다 시청자를 찾아가서 가편집본을 보여줄 순 없으니, 내부에서 위와 같이 안 본 눈을 남겨두고 피드백을 받았다. 그런데 콘텐츠를 처음 만드는 단계이고 '이런 걸 계속 만들어야지' 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면 직접 시청자/독자에게 테스트 버전을 읽혀보는 게 좋은 방법이다. 평소에 어떻게 우리 콘텐츠를 읽고 있는지 한 번 보여달라고 하면 생각과 꽤 다른 패턴으로 읽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쓰는 사람은 한 줄 한 줄 정성 들여 쓰지만, 실제로는 스크롤을 쭉 먼저 내려보고 골라서 중간만 읽는다거나, 이미지부터 본다거나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장보다 글의 레이아웃과 구조가 훨씬 독자에게 어필이 되어야 하므로 그런 부분을 먼저 다듬는 방식으로 제품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
콘텐츠를 내보내면 반응이 온다. 우리 시청자/독자들 중에 이미 인플루언서인 사람들. 칼럼니스트, 분야별 전문가, 정치인, 시민단체 활동가, 인플루언서, 단체 계정을 운영하는 마케터들. 그분들이 콘텐츠를 가장 먼저 공유하고 퍼뜨려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그 계정들을 팔로우해두고 콘텐츠와 매체에 대한 언급을 열심히 살펴보는 게 좋다.
칭찬은 칭찬대로 신이 난다. 이런 귀한 순간을 발견하면 함께 하이파이브를 한 번 치고 갈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언급이나 비판에 움츠러들고 두려울 때도 있다. 논쟁이 생길 때도 있고. 그렇지만 직접 답하고,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비판을 하던 사람조차 채널에 호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애정 없이는 정성 들인 비판도 하지 않는다. 무분별하게 시비를 걸거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답하지 않았다. 비판은 결국 매체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어서 나오는 것이므로, 무엇을 기대받고 있는지 생각해볼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요즘엔 멘션(계정 언급)이 걸리는 걸 모두 볼 수 있다. 계정이 소환되면 가서 잘 살펴보고 답글을 달고 끼어드는 브랜드 계정들이 있는데, 그런 모습이 유쾌하기도 하고 호감이 간다. 우리 채널이 언급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슬랙과 같은 업무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알림을 걸어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나 팁을 더하자면, 이렇게 많은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을 모두 일일이 확인하며 24시간 확인해보기는 어려우므로, 모든 피드백들이 강처럼 조직의 소통 채널에 함께 흐르도록 해두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이메일 하단에 피드백 창구를 열어두었다면 피드백이 들어올 때마다 슬랙 채널 하나를 파서 거기에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알림이 들어오도록 한다. 한눈에 모아서 확인할 수 있고 매번 들어가서 보는 번거로움 없이 실시간으로 계속 여러 창구에서 들어오는 피드백을 모아볼 수 있다. 소셜상의 언급에 대해서도 비슷한 작업을 할 수 있다.
닷페이스는 보통 zapier라는 워크플로우 자동화 툴을 활용해서 업무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에 여러 채널을 파, 모든 피드백이 알아서 흐르도록 해두었다. 이메일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 폼, 채널 언급, 멤버십 회원 가입 시 설문 답변 등이 채널에 계속해서 올라왔다. 일상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반응과 정보가 흐르는 환경을 조성해두었다.
첫번째로 글을 쓸 동력이 되어주셔서 감사하고, 두번째로 이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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