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모든 만남은 헤어짐이 있다.

by yujin

발리에서 마지막 주는 삼삼했다. 별로 그렇게 특별할것도 없이.

한곳에서 오래 사는게 아니라 길어야 한달사는 생활을 하다보니 어떤 사람을 만나도 가벼워지는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만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밥먹으면서 재밌게 이야기하다가도 어떤 연락처도 나누지 않고 헤어진다. 이런걸 배운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게리를 두번 만났다. 나도 같은 식당을 거의 매일가고, 게리도 같은 식당을 거의 매일 와서 두번째 우연히 만났다.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했다. 할말은 많지않았다. 이미 재밌는 이야기는 저번에 다하기도했고. 나는 게리가 좋았다. 꽤 나이는 있지만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매일한다고했고 은퇴하고도 글을쓰고 매일 10km 씩 걷고 매일 단백질을 챙겨먹고 쿠키 먹은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이 그냥 젊은 사람같았다. 머리는 하앴지만 눈은 아직 반짝거렸다. 1980년에 한국에서 군생활 했을때도 꽤 멋있는 사람이었겠다 싶었다. 내가 어릴때 봤던 외국인들은 멋있었다. 뭔가 여유있고 자신감있고 잘 웃고 친절했다. 나는 그게 내 편견이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본 외국인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고. 근데 생각해보면 내가 어릴때 봤던 젊은 외국인들은 게리의 젊은시절이었다. 지금내가 보는 사람들은 게리의 아들뻘되는 사람들이다. 게리가 1980년에 우리나라에 왔을때는 남자들이 아주 남성적이었다고 한다.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아마 엄마가 일을하지 않는 문화에서 엄마가 자식들을 키우면서 엄마의 모습을 많이 닮아서 그런것 같다고 했다. 재밌는 생각이었다. 우리세대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듯 미국인, 외국인들의 모습도 점점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마주치는 모습들에서는 여전히 중년의 외국인들이 멋있다. 아무튼 나는 게리가 좋았다. 근데 표현하는건 서툴기만 한 것 같다.


1월이 31일까지 있다는 걸 까먹고 계산을 제대로 안해서 발리에서 31일을 머물러버렸다. 1일을 더 머문 대가로 10만원을 냈다. 사실 그 돈보다 과정이 불쾌했다. 공항직원이 설명도 없이 어디가서 돈 뽑아오라고하고, 그 마저도 혼잣말하듯이 말해서 제대로 못들어서 왔다갔다 헤맸다. 발리 마지막에 만난사람이 그 공항직원이라 운이 안좋았다고 생각했다. 이런일에 기분상하는게 정말 싫다. 그래서 왜 기분이 나쁜지 잘 생각해봤다. 가만보니 나는 그 공항직원을 만나기 전부터 기분이 안좋았다. 공항 수속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그 순간부터 기분이 안좋았다. 아마 내 표정도 안좋고 표정도 별로였을거다. 아마 공항직원은 그런사람을 많이 봤겠지. 그래서 아마 나랑 길게 얘기하고싶지 않았을거다.


만났다가 금방 헤어지는 사람, 불친절한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

아직 헤어지는게 아쉽기만하고 불친절에 화가나고 친해지고싶지만 다가가지 못한다.

이런건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 같은데, 이런걸 교과과정에 넣어야하지않나 싶다.


누구나 만났다가 헤어지게되니까 만나고있을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불친절한 사람이 내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하며

친해지고 싶으면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하는지

그런걸 누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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