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한권이 핸드폰값인데도 없어서 못파는 이유
일반 책값보다 10배 비싼 중고책?
몇달 전 가까운 지인에게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관계우선의 법칙'이라는 제본 책. 독서모임에서 여러번 자신의 인생책으로 소개받았던 책이다. 사고 싶어도 절판되어서 살 수가 없었는데, 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그냥 훈훈한 그림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는데, 그 책을 주면서 덧붙인 그 분의 한마디가 나의 촉각을 일깨웠다.
"그 책 중고책방에서 사면 10만원에서 20만원은 하는 책이에요!"
진짜였다. 검색해보니 진짜 그 책 한권값이 무려 20만원이었다.
가격을 알고나니 갑자기 내 집중력이 배가됐다. 도대체 뭔 내용이 들었길래 이렇게나 비싼게냐. 그렇게 10배나 더 비싸게 팔리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도 나는 정말 열심히 그 책을 읽어야 했다. 그렇게 몰입해서 읽으니 당연히 만족도도 높을 수밖에. 참 간사한 게 사람이다. 비싼 책이라고 하니 그러잖아도 좋은 책이 더 좋게 느껴졌다. 어쨌든 그날부터 나는 갑자기 쌩뚱맞게 중고책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희한하게도 '아무나 구하기 힘든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그날부터 미친듯이 그 책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조인트 사고, 비싸야 이기는 거꾸로 비즈니스, 돈이되는 말의법칙, 꽂히는 글쓰기, 바잉트랜스, 전뇌사고, 최면세일즈 등등 초고가로 팔리는 비싼 책들이 참 많았다. 심지어 그중에는 한권이 무려 50만원이 넘는 책도 있었다. 내가 누구던가. 한번 꽂히면 끝장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또라이가 아니던가. 일단 좋은 게 보이면 가격은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사서 읽었다. (덕분에 책장의 비주얼은 점점 구려져만 가는 중이다...)
그럼 그 책들의 내용은 어땠느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값이 하나도 안아까울만큼 유익했다.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정말 많이 접고, 포스트잇 붙이고 할만한 책이었다. 읽는 내내 좋은 인사이트와 인상깊은 글귀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했던 순간이었다.
참고로 혼자보긴 아까운 내용들이 많아서 그 책들 속 메시지들은 이 브런치에다가 앞으로 하나씩 풀어 나가볼 예정이다. 저런 책들 찾기는 귀찮고, 구해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그냥 이 브런치를 구독만 해놓으시라, 위의 가격표봐서 알겠지만 그 버튼 누르는 행동하나로 당신은 그냥 앉아서 몇백만원을 버는 셈이다!
희소성의 룰
"손에 쥐기 어려운 것은 더욱 갖고 싶어진다!"
생각해보면 나는 이미 이 희한한 중고책 세계를 이미 재작년에 크게 한번 경험한 적이 있다. 평소 바둑을 좋아하다보니, 바둑실력을 늘려줄만한 바둑책에도 늘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 해 나는 읽을만한 바둑책을 하나 찾아보던 중 유독 눈에 많이 띄는 한 시리즈물을 보게 된다. '사까다의 묘' 라는 6권짜리 기력향상 시리즈물이었다. 그런데 이게 여간 비싼 게 아니었다. 보통 20만원선이었고, 상태좋은 것들은 무려 100만원 까지도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 마저도 물건이 없어서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 그놈의 오기가 발동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이렇게나 구하기가 어렵단 말인가! 내가 반드시 사고야 말테다!
찾다찾다 중고시장은 포기하고 아예 그 출판사에다가 직접 전화로 물어보았다. 왜이리 인기많은 책을 다시 출판해주지 않느냐고. 안그래도 그 사장님은 나같은 사람한테 참 전화가 많이 온단다. 바둑책이라는 특성상 이 책이 재출판되어도 과연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을지 예측이 안되서 찍어내지 못함을 좀 이해해달라 했다. 거기까지 하고 통화를 끊었어야 했는데...
나는 급기야 이 책을 내가 전부매입하는 조건으로 출판하는 계약까지 하게 된다. 출판가능한 최소수량을 확인하고, 그나마 좀 안전한 한정판 컨셉이 있다해서 250여세트 정도만 인쇄하기로 한 것이다. 그날 나는 속으로 외쳤다.
"아싸~ 이게 왠 대박이냐! 돈 버는 일만 남았구나!!"
결과는?
예상했겠지만 그야말로 핵.처.참. 그자체였다. (나 마케터인데...ㅠ.ㅜ)
"여러분이 그토록 원하는 사까다의 묘가 정식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라고 그토록 기쁘게 외쳤건만, 내 말은 그저 한낱 외톨이의 외침에 불과했다. 시장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급기야 원래 책에 표시된 90년대의 가격보다도 금액을 더 낮춰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비싸게 팔리던 책이었는데... 그나마 겨우 투자원금정도라도 회수할 수 있었던 것에 나는 만족해야만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마케팅을 좀 심도있게 공부하다보면 '희소성의 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쉽게 말해 갖기 어려운 것일수록 더욱 갖고 싶어진다는 뜻이다. 핑크펭귄의 저자 빌비숍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은 가질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 무언가다. 이것은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고 말하면 고객들은 그것을 더욱 원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지어 줄까지 서게 된다."
그렇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앞으로 손에 넣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면, 갑자기 거기에다 보다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내가 정식으로 재출간을 시작한 순간, 그 책은 '가지기 힘든 것'에서 '구하기 쉬운 것'으로 변했다. 그러자 그토록 갈망하던 사람들의 욕망도 함께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들이 정상이 아니라 그런 것 같은가? 아니다, 원래 사람이 그렇다. 비정상적인 고가현상은 그것을 쉽게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현상이었을 뿐이다. 혹시라도 곁에 이쪽으로 출판해서 돈 벌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발 이 글을 공유해주시라. ㅎ
(*실제로 팀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라는 책도 중고시장에서 50만원까지 갔었지만, 정식 출간후에는 그렇게 인기가 높지 않다. 브랜든버처드의 '메신저가 되라'라는 책도 마찬가지다. 중고시장에서 아주 인기가 높았지만, 새롭게 '백만장자메신저'로 재출간한 후에는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볼 수가 없다. 물론, 컨텐츠는 너무너무 좋다. 다만 그 책을 새로 출간해서 큰 돈을 벌어보려는 목적에는 안맞다는 말이다.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정상이 된다. 갖고싶다는 비정상적 욕망이 끓어오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반드시 희소성의 룰을 기억하라!)
NO라고 말하라.
프리미엄비즈니스의 핵심기술, 거절
이를 마케팅에 응용하면 상당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거절의 기술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특히 값비싼 프리미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거절의 기술을 익혀두어야 한다. 당신의 제품이, 당신의 서비스가 결코 돈만 내면 가질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선 안된다. 팔려고 하기보단 이제부터 거절을 먼저 연습해보라. 그러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그것에 관심을 많이 갖기 시작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 서비스는 죄송하지만 일반 고객님들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가격 보다는 확실한 퀄리티가 더 중요한 분들만을 위한 특별 서비스라 일년에 딱 두번만 모집합니다. 그때만 신청접수가 가능하고, 접수 후에도 따로 심사를 거친 뒤에 서비스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면 안내서를 드릴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프리미엄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런 거절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 팔고 싶어 안달이 나면 이미 심리전에서 지는 것이다. 슈퍼 세일즈맨들은 이런 심리전에 달통한 고수들이다. 그들은 결코 "네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쉽게 가질 수 없어야만 더욱 집착하게 된다!
'90일 동안 당신의 기업을 고수익 기업으로 바꿔라'에 나오는 이야기
끝으로 간다마사노리의 책에 나오는 그의 경험담 하나를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뭐 이렇게까지나 해야하나 싶지만 적어도 거절의 기술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있으므로 기억해둘만하다.
"간다씨, 개별적인 고문을 좀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어느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저는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냉정을 되찾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스케쥴이 비어있지 않습니다. 비디오가 있으니까, 우선은 이것을 보십시오"
실제로는 시간이 남아돌아 한가했습니다. 저도 속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찾아뵈러가겠습니다. 언제 갈까요?"
그러나 입에 나오려는 말을 꾹참고 또 참았습니다. 나는 어째서 이런 미묘한 행동을 했을까?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찾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꼬리치듯 상대를 방문하면, 대개는 이런 전개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럼 또 인연이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