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10억 중독사회이다. 온통 10억 타령이다. 연봉 10억, 10억 버는법, 10억을 빨리버는 법 등 어딜가도 10억 컨텐츠뿐이다. 진짜 10억을 버는 방법은 <10억 버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인데, 사람들은 그런 걸 알면서도 여전히 '10억' 컨텐츠에 열광한다. 그리고 10억 버는법을 가르쳐주면서 더 큰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목적(?)달성을 위해 컨텐츠들을 점점 자극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아마도 사람들의 주목을 조금이라도 더 끌기 위해서는 어쩔 수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너무 극단으로 치우치니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한 직장인 친구와 상담을 했다. 친구들만 만나면 소위 현타가 온단다. 그들의 연봉, 부업, 부동산 얘기를 들으면 그간 성실하고 묵묵하게 회사에만 충성해온 자기는 너무 바보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주말에 동료들은 따로 모여 부업을 위한 스마트스토어 연구모임을 하기도 하고, 각종 부업관련 유료 교육도 받으러간단다. 그래서 자기도 이제 부업을 조금씩 공부하고 있고, 죽어라 열심히 살고 있다고 했다. 근데 이렇게나 열심히 사는데 왜 삶은 계속 더 불행해지기만 하냐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나도 직장생활 할 때 느꼈던 기분이라 너무 공감이 갔고, 감히 내가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는지도 솔직히 잘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그렇게나 열심히 살고 헌신적인 친구는 왜 점점 불행해지기만 하는 걸까?
폴 새뮤얼슨의 행복공식
197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새뮤얼슨은 행복을 두 가지 요소로 간단하게 정의를 했다.
"행복 = 소유 / 욕망"
무한정으로 소유를 늘릴 수 없는 우리네 삶에 정말로 큰 인사이트를 주는 정의이다. 그는 '소유'만 생각하는 우리에게 '욕망'에 대해서도 생각하라고 경고한다. 소유를 더 늘리기 위해서 노력하는 만큼, 반드시 욕망을 줄이기 위해서도 피나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은 <홀로사는 즐거움>이라는 책 중, '당신은 행복한가' 라는 꼭지에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한다.
"현대인들의 불행은 모자람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할 줄을 알지만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중략>.... 한밤중 이따금 기침을 하면서 깨어난다. 창문에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거을 보고 창문을 열었을 때 달도 희고 눈도 희고 온천지가 흰것을 보면 내 가슴이 또한 따뜻해진다. 이른 아침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밖에 나가 눈 위에 토끼나 고라니 발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볼 때도 내 가슴은 따뜻해진다."
그는 달빛에 감사하고, 흰 눈에 감사하고, 토끼와 고라니 발자국에도 감사했다. 오늘날 불행한 중생들에게 만약 법정스님이 저승에서 편지를 보내온다면 아마도 무소유의 행복함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일 것이다. 더 가져서 행복해지는 것보다 욕망을 줄여서 행복해지는 것이 훨씬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씀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