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드리절트 이승민 Apr 09. 2020

뒷담화를 절대로 하면 안되는 이유

남을 부정하고 있지만, 사실은 당신을 부정하게 만드는 게 뒷담화다

3년전부터 일자리센터, 대학교 등에서 취업과 관련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들어 취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색다른 경쟁력으로 '마케팅'이 급부상 중이다. 매번 자기소개서, 면접과 관련된 동일 주제의 강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연한 기회로 취업을 앞둔 이들에게 강의를 하게되면서 꼭 해주는 얘기가 있다.  

"면접볼 때 이전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마세요."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한번씩 채용면접을 보게 된다.  면접을 하면 이런저런 얘기와 함께 늘 묻는 질문이 있다.  "근데 이전 회사에서는 왜 퇴사하게 된 건가요? "   사실 면접자리에서 얼마나 리얼한 스토리가 나오겠냐 싶으면서도내 입장에서는 그게 참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만뒀던 이유가 혹시나 우리 회사에도 있는 문제라면 어차피 여기와도 곧 그만둘 사람이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는 그런 질문을 하면 요즘 젊은이들이 뭘 중요시 여기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배울수 있어서 좋다.  


제일 많이 나오는 답은 이전회사의 어떤 심각한 문제때문에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간혹 경영난으로 회사가 망해서 온 친구도 있고, 좀 쉬고 싶어서 나왔다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회사의 어떤 특별한 문제 때문에  나왔다고 한다. 아마도 지원하는 입장에서 채용하는 사람에게 염려말라고, 본인은 이상없는 사람임을 알리기 위해 그리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쉽게 택한 그 길이 사실은 얼마나 위험할수도 있는지 아는가? 

그 위험성을 알고 나면 이제 뒷담화나 부정적 이야기를 예전처럼 편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위험성이란 인간의 특이한 속성에서 기인한다.  바로 '인간은 의식보다 무의식에 훨씬 더 큰 지배를 당한다'는 것이다.  


의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빙산을 움직이는 건 보이지 않는 무의식이다. @pixabay


우리는 의식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무의식으로 살아간다. 이에 대해서는 수도없는 글들이 존재하니 설명하면 내 입만 아플 것이다. 아무튼 우리가 지각하는 의식이라는 것은 사실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빙산 전체는 무의식에 의해 좌우된다.  다시 면접 얘기로 돌아가보자. 채용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지원자가 설명하고 있는 퇴사의 합리적인 근거를 '의식'적으로는 정말 열심히 듣는다. "많이 힘드셨겠어요" 하면서 따뜻하게 공감까지 해줄지도 모른다. 한편 그의 '무의식'에서는 "아 이 사람은 우리 회사에서 나가게 되면, 다른 곳에 면접보러가서도 이렇게 우리를 부정적으로 말하겠구나" 라는 생각도 동시에 생겨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생각은 결코 그가 의도적으로 떠올린 것이 아니란 게 가장 무서운 사실이다. 그렇게 무의식에 새겨진 당신의 스크래치는  설사 다른 부분의 가점으로 취업이 되었다해도 결코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치료보다는 예방이라는 거다. 아예 처음부터 그런 류의 스크래치는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이는 비단 채용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전반적인 인간관계 두루에서 만나게 되는 문제이다.   늘 누군가에 대해서 습관적으로 뒷담화를 하면서 노는 친구가 있다고 하자. 정말 친한 베프이다. 그런데 어느날 그 친구와 약간의 말다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보니 그 친구가 다른 친구랑 히히덕 거리면서 걸어가고 있다. 그때 당신의 머리 속엔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들 것 같은가?

"저 쉐키, 내 욕 하고 있는 거 아냐?" 일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비밀'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두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청소년 시절에는 친구들의 비밀이 제일 궁금한 법이다. 아무개라는 아이가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누군지 내 친한 친구가 알고 있다고 해보자. 


 " 야 그 아무개가 좋아하는 애가 누구야?" 

근데 그 친구가 이렇게 답을 하는 것이다. 

" 에이, 그건 아무개의 비밀이라서 말해줄수가 없어."


보통이라면 대화는 이렇게 더 나아간다. 

나:  "야,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어떻게 나한테도 말을 안해줄 수 있냐?"

친구: " 아, 진짜 이건 안돼"

나: "그러지 말고 나한테만 좀 말해줘봐~"

친구: " 진짜 미안한데 안돼... 이 얘기는 그만하자 미안해..."


 짜증이 날 것이다. 어떻게 이 녀석이 나한테도 말을 안해줄 수가 있지! 배신감까지 느낄지도 모른다.  사춘기다보니 최악의 경우는 그런 일로 친구사이 자체가 멀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도 비밀이 생겼다.  당신이라면 그 비밀, 누구한테로 가서 나누겠는가?


그렇다, 무의식은 그렇게나 강력한 것이다.  반대로, "너만 알고 있어"하고 비밀을 전해주고 있는 고마운(?) 친구가 있다면 어떨까?  정작 고마운 당신에게 그 친구는 자기의 비밀만큼은 절대로 쉽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속으로 이렇게까지 생각할는지 모른다. " 얘한테 내 비밀 말했다가는 여기저기 다 퍼트리고 다니겠네, 조심해야지"  



뒷담화는 당신에 대한 신뢰를 앗아간다!


 뒷담화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악영향이 전혀 엉뚱한 대상, 그것도 절대로 가지말아야할 대상에게로 간다는 데 있다.  그 대상은 나의 뒷담화를 잘 들어주고 있는 당신 앞의 바로 그 고마운 사람이다.  뒷담화를 하면 그 고마운 사람의 무의식에 내 치명적 스크래치를 남기게 된다. 그놈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다른 소중한 친구와 만나서 잠깐 뒷담화를 한건데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생각할수도 있다.  그런데 슬프게도 진짜다.  당신이 뒷담화를 하면 그것을 들어주고 있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당신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나에게 화가 나면, 다른 사람에게가서 내 욕을 전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렇다고 절대 그 사람에게 섭섭해하면 안된다. 그건 그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도 통제못하는 무의식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볍게 내뱉는 몇 개의 뒷담화에 당신은 가장 비싼 '신뢰'를 날리게 된다.  그것도 열받게 만든 그 놈이 아닌, 지금 당신의 앞에 있는 소중한 내 사람에게!   앞에서 미소와 함께  당신의 기분을 풀어주고 있는 그 고마운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을 경계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게  뒷담화의 비용이다. 그래서 관계의 고수들을 보면 화가 나도 주로 혼자서 삭힌다. 남을 만나서 화를 풀다보면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도 있다는 걸 잘 아는 것이다. 그들은 뒷담화로 풀리는 순간의 화보다 뒷담화로 잃는 나의 신뢰가치가 훨씬 크다는 걸 잘 아는 사람들이다.


끝으로 가장 기억나는 면접 경험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어쩌면 3년전에 그 친구를 만나서 이런 내용들을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녀석에게도 똑같이 물었었다. "근데 왜 이전 회사에서 퇴사를 한건가요? "  그랬더니 이 친구는 이렇게 답을 했다. 


"아, 저는 이전 회사를 퇴사한게 아니고 졸업을 했습니다. 3년간 정말 재밌게 잘 다녔고, 거기 모든 것이 참 좋았습니다. 마지막날도 진짜 박수받으면서 너무 좋게 나왔어요. 그냥 이제 좀 다른 쪽의 마케팅을 더 공부해보고 싶어서 알아보던 중에 이곳을 알게 되어서 지원했습니다." 


어떤가? 그 회사가 너무 별로여서 나왔다는 말보다 훨씬 땡기지 않는가? 그는 무의식에 호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친구였다. 현재 그는 우리 회사를 거쳐 지금은 잘나가는 쇼핑몰의  사장님이 되었다.  

무의식의 힘을 아는 그는, 분명 더 잘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