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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리절트 이승민 Jan 06. 2022

[세계1위병원 메이요클리닉에게서 배운다] 2편. 정체성

의사에 관한 정의부터가 다르다

'의사'에 관한 일반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위키백과:  의사는 의료인의 일종으로서, 사람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을 업으로 하며 국가 면허를 취득한 사람이다.

2) 네이버국어사전: 자격을 가지고 병을 고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의사는 기술자이자 예술가

그렇다면 세계 1위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의사를 어떻게 정의할까?  메이요 클리닉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책임자인 데니스 코르테스 박사의 글을 한번 살펴보자. 


"최고의 의사, 그리고 최고의 의료 종사자가 되려면 최고의 기술자이자 예술가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자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기술을 적용해서 그것을 고칩니다. 기술적 방법을 통해 정말 많은 환자들이 도움을 받고 목숨을 구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 눈에 잘 보이는 부분입니다. 반면, 예술가의 역할은 환자에게 언제 따뜻한 미소를 건네고, 언제 안심시켜주는 말 한마디를 보태고, 언제 부드러운 포옹으로 안아주어야 할지 알아내는 것입니다. 환자를 환영해주고 그들에게 평온, 안정, 희망을 주는 것은 예술가의 몫입니다. 금연에 실패한 중년 환자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면서 실망하지 말라고 다독여주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겠지요. 예술가는 기술로서 이젠 더 이상 어찌 해볼수  없는 때가 왔을 때 환자와 그 가족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제가 의사가 된 것은 바로 그런 예술가가 되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다른지 알겠는가. 의사에 관한 일반적 정의에서는 기술적 역할만 다루고 있지만, 메이요클리닉에서는 예술가적 역할을 오히려 더 강조하고 있다. 코르테스 박사는 과학만으로는 훌륭한 병원이 될 수 없으며, 반드시 거기에 미학이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그만 동네병원에서 시작한 메이요클리닉이 세계 1위가 된 가장 핵심요인은 '병원'이라는 기능적 공간에 남다른 인간미를 담은 것이었다. 

메이요클리닉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실력자라 하더라도 환자를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인간미가 없으면 채용하지 않는다. 메이요클리닉에서 인사관리부장을 오래 지낸 매튜 맥클라스는 "많은 경우 사람들은 능력을 먼저 보지만 저희는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를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능력이 좋아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라고 딱잘라 말했다. 


메이요클리닉은 진작에 알았던 것이다.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만큼,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혹시 병원관계자라면 3분만 시간을 들여 네이버 지도에 나오는 병원들의 리뷰를 보라. 병원의 기술적 역할보다 예술가적 역할이 얼마나 고객만족에 큰 영향을 주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병원 다 비슷하지 않은가?  만족의 70%는 '친절해서'이고, 불만의 70%는 '불친절해서'이다. 의사들은 대개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 '병이 나았다', '잘 안낫는다' 같은 리뷰를 달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환자를 기술자적 관점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편견이다. 사람들은 그런 리뷰는 거의 달지 않는다. 환자들은 오히려 병원의 예술가적 태도에 훨씬 큰 감명을 받는다. 특히 생사와 관련된 수술을 다루지 않는 소규모 의원급 병원에서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의학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병원들의 실력은 점점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이제 '기술'만으로는 차별화자체가 쉽지가 않다는 말이다. 


 세계 1위 메이요클리닉은 냉철한 의료과학에 따뜻한 인간미를 더했다. 모두가 치료방법만 연구하고 있을 때, 그들은 조용히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뛰어난 기술자가 되려하고 있을 때, 그들은 따뜻한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책 [메이요클리닉 이야기]에서는 한 유방암 환자가 책의 집필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내주었다. 환자가 바라는 의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의사를 원합니다. 우리는 의사를 거의 신처럼 받들지만, 그렇다고 의사들이 우리 위에 군림하면서 우리를 얕보고 겁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의사들이 자기 분야에 대해서 정말 놀랄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습니다만, 그들이 그 지식을 어떻게 우리에게 적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질병과 치료법을 이해한다는 점을 빼고는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로서 우리와 함께 어울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수천 명의 환자를 본 의사들에게 계속해서 낙관적인 태도로 환자들에게 용기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지나친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의사가 그저 우리를 하나의 암덩어리, 유방 한쪽, 한 희생자 정도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환자를 진짜 인간적으로 바라본다면 그들은 우리를 분명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기억하자, '최고의 의사' 공식을.

최고의 의사 = 탁월한 기술자 + 따뜻한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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