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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로운 Dec 02. 2023

2-3 나는 아기를 어떻게 출산할 것인가?

분만에 대한 철학


2-3. 나는 아기를 어떻게 출산할 것인가?

나는 '진짜' 부모가 되고 싶다  #2 부모, 아이를 공부하다

분만에 대한 철학



아기!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죠. 하지만 출산을 생각하면 그 두려움과 걱정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힘듭니다.


예비 엄마들은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대개 3번의 우울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해요. 처음 임신의 순간을 알았을 때(행복), 임신과 함께 찾아온 입덧(우울), 입덧이 끝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을 때(행복), 만삭이 되어 몸도 마음도 힘들 때(우울), 출산에 대한 두려움(우울), 고통을 이겨내고 출산 후 아기를 보는 순간(행복)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포함한 우리의 어머니들은 어떻게 자식을 여러 명을 낳았을까요? 그건 아마도 출산의 고통을 이겨내고도 남을 소중한 자식을 보는 행복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출산의 고통이 얼마나 되는지 저에게 묻는다면, 출산, 그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세상에 없는 그런 느낌이었던 건 확실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하지만, 미리 겁을 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출산, 분만은 철학이라고 합니다.


출산에 대한 고통과 두려움은 최소화하고, 아기도 엄마도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분만은 어떨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만에 대해 제왕절개와 자연분만 두 가지를 떠올리지만, 사실 세상에 소개된 분만법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왕절개, 자연분만, 수중분만, 르봐이에 분만, 자연주의 분만, 공분만, 그네 분만...... 제가 모르고 있는 것도 있겠죠. 최근에는 자연주의 출산에 관심이 많아요. 보통 자연분만을 자연주의 출산과 혼돈하여 사용하지만 자연분만은 병원에서 의료의 도움을 받아 출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출산의 과정이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자연주의 출산은 산모가 주도적으로 출산과 분만과정에 대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조산원이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 출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출산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어봅니다. 90년대는 제왕절개, 2000년대는 자연분만, 그리고 최근에는 자연주의 출산도 종종 있는 것으로 보여요. 그 시대적 사회, 문화적 영향을 당연히 받은 결과겠지요.


 

분만, 출산에 대한 정보, 지식은 너무 많습니다. 출산이 임박했다는 징조와 출산과정에 대해서도 학교 교육과정이나 성교육,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죠. 하지만 책에서 접하는 지식과 실전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죠. 저 역시 세 아이를 출산하면서 교과서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그런 상황을 겪은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아니면 정신이 없어 그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죠.




첫째는 크리스마스 즈음, 아기가 태내에 있기에는 발달이 이미 신생아 정도라는 이유로 유도 분만을 했고, 하루 종일 고생하고도 양수가 먼저 터지는 바람에 수술을 준비하던 중 고맙게도 밖으로 나와 주었죠. 겸자라는 도구의 도움을 받아서 태어나긴 했지만요. 겸자 분만은 집게처럼 생긴 겸자를 아기의 머리에 고정하고 머리를 잡아끌어 아기가 산도를 잘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아기가 귀여운 화성인처럼 머리 위 부분이 볼록 튀어나와 말도 못 하고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의사에게 물어보면 진짜 아픈 것일까 봐 입도 못 열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하루 지나니 자연스럽게 가라앉더라고요.   



  



둘째는 출산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어요. 어린이날 새벽에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지만 그 배아픔은 아닌 듯했죠. 배의 통증 간격이 아무래도 출산의 징조 같아서 병원으로 갔고, 정신없이 응급실에서 분만실로 이동하면서 출산을 했답니다. 셋째는 정확히 예정일에 담당의사에게 전화가 왔어요. “ 아기가 나올 기미가 안 보이세요?  일단 준비해서 오시죠!” 여름방학이라 집에서 청소하던 중 준비를 하고 운전을 하면서 병원에 갔죠. 전혀 아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진통이 시작되었고 분만실에 가서 바로 아기를 낳았답니다. 그러니 전, 세명의 아기를 출산하면서 책에 쓰여 있는 것처럼 이슬을 보거나 규칙적인 통증을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는 거죠.      



나는 아기를 어떻게 낳을 것인가? 분만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임신은 병이 아니고 임산부는 환자가 아니니 당연히 스스로 분만에 대해 생각하고 결정할 자격이 있는 것이죠. 어떤 분만법을 택할 것인가도 오롯이 산모의 권리와 인권 측면에서 존중되어야 합니다. 분만도 유행처럼,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주변 사람들과 의사의 선택이 되기보다는 산모의 결정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었으면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분명 분만도 분만에 대한 철학이 필요한 이유가 되겠죠!

 



다양한 분만법들은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최근 관심이 높은 자연주의 출산도 역시 그렇습니다. 자연주의 출산은 '아기를 어떻게 출산할 것인가' 보다는 '아기와 엄마의 인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에 더 무게를 둡니다. 행위보다 철학이나 신념을 더 강조한다고 봐야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기와 엄마가 모두 안전해야 하고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만법도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통계적으로, 어렵게 산도를 지나 엄마 자궁밖으로 나온 아이들이 인내심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변을 보면 대체로 첫 아이가 인내심이 높은 경우가 있지요. 출산과 분만에 대한 올바른 정보, 그리고 자신의 분만에 대한 철학을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연스러운 출산을 유도하면서 현대 의학의 도움도 어느 정도 받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안에서 인권분만, 라마즈 호흡법, 도구의 도움, 가족의 응원 등. 이 모든 것들이 함께 한다면 행복한 출산이 되지 않을까요?  소중한 아기만큼 엄마의 인권도 더없이 소중한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또한 산모의 결정이 중요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진짜 부모를 위한 부모 TiP     

르봐이예 분만(인권분만)을 들어보셨나요?

“아기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인 아이 중심의 분만법”으로로 출산의 과정에서 아기에게 폭력적인 환경을 최소화하여 태아의 인권을 보호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분만입니다. 프랑스의 산부인과의사 프레드릭 르봐이예의 저서 “폭력 없는 탄생”에서 비롯된 르봐이예 분만은 분만의 철학으로 인권 분만이라고 합니다. 열 달 동안 어둡고 조용한 엄마 뱃속에서 지내온 아이가 출생 후 전혀 다른 환경에 서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엄마 뱃속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엄마는 약간 어둡고 따뜻한 방에서 출산을 준비하고, 출산 후에도 최대한 아이가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아기 중심의 이 분만도 너무 어두운 불빛으로 출사과정에서 의료진에게 위험을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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