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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Dec 10. 2015

헬싱키 최고의 음악 축제 Flow Festival!!

아카데미아 서점, 카페 알토, 그리고 플로우 페스티벌

키아즈마를 천천히 둘러보다 보니 배가 고파온다. 나는 조금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미술관 근처 레스토랑을 살펴보다 문득 헬싱키에 오면 꼭 가보고 싶었던 아카데미아 서점 위 카페 알토를 오늘의 점심 장소로 선택하기로 했다.

아카데미아 서점


핀란드 최고 규모의 서점이자 150년이 된 오래된 서점 아카데미아. 이 아카데미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역시 위대한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 알토’ 때문일 것이다. 알바 알토의 손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아카데미아 서점, 그리고2층의 카페 알토.


예전부터 여행을 갈 때면 참으로 많은 서점을 들렸는데 이 곳은 단연 손에 꼽히는 규모와 아름다움이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와 미도리가 만나는 곳이기도 한 이 곳에 오니 두 사람이 함께 갓차 맨 주제가를 부르던 모습, 미도리가 무민 동화책을 읽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서점에 도착하니 배고픔을 잊고 한동안 아름다운 책의 숲을 돌아다녔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가득 찬 사람들은 저마다 한 손에 책을 들고 그 속에 빠져들어가 있다. 나는 핀란드어를 읽을 수 없기에 서점을 그저 멍하니 둘러보기만 하다 2층의 여행 코너에 다다르고서야 생기를  되찾았다. 아니 환호하기 시작했다. 여행 코너에 펼쳐져 있는 커다란 세계지도를 보며 다음에 가고 싶은 나라를 떠 올리고 찾아본다. 여행을  시작한 지 어연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나는 또  멀리멀리 떠나고 싶다.

카페알토의 아름다운 모습

카페 알토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본다. ‘음악가의 아침’, ‘시인의 아침’등 참으로 예쁜 이름의 브런치 메뉴들이 보인다. 잠시 고민을 하다 ‘시인의 아침’을 주문했다. 갓 나와서 뜨거운 크로와상의 포들포들한 살결이 치즈처럼 보드랍게 찢어진다. 달콤 상큼한 열대 과일들과 진한 커피가 온몸을 깨운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야 진정 제대로 된 아침을 맞이하고 온 몸이 깨어난 것 같다. 기지개를 펴고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는다. 혓바닥에 솜털처럼 부드럽게 닿는 음식의 식감에 기분이 한 껏 좋아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꽤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이 곳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얼핏 대화를 엿들어보니 카모메란 단어가 종종 언급된다. 그들 역시 영화를 떠올리고 있다. 알바 알토라는 특별한 존재에 영화의 추억을 얹으니 이 곳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환상적인 장소, 멋진 식사시간이 되었다.


음악가의 아침, 여기에 갓 구운 빵을 준다 =ㅅ= 행복...


식사를 하고 나와 동네를 산책하듯 천천히 길을 걸어본다. 헬싱키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골목골목마다 작은 공원이 조성되어져 있다는 것이다. 날이 좋아서인지 벤치마다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사람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헬싱키의 여름, 북유럽 사람들은 북유럽은 비공식적으로 여름이  3주뿐이라고들 말했다. 마침 나는 그 짧고 특별한 여름 동안 코펜하겐과 스톡홀름, 헬싱키를 여행 중이다. 덕분에 한 해 중 가장 밝고 행복한, 그리고 매우 게을러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북유럽에서의 여름 여행은 깊고 달콤한 늦잠을 자게 했고 뉘엿뉘엿 일어나 밖으로 나와 햇살을 맞이하게 했다. 그리고 백야로 엿가락처럼 늘어진 길고 긴 하루를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듯 그 나라의 삶을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알아가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곳에서 그들의 삶을 닮아가고자 하는 작은 열망으로 그들의 여유를 흉내내고 있다. 북유럽 여행은 나에게 여행의 나른함과 여유를 알게 해 주었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자 나는 호스텔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진하게 덧칠했다. 그리곤 다시 급히 지하철을 탔다. 오늘 저녁은 페스티벌 타임이다. 거기다 나는 오늘 저녁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기로 약속했다. 핀란드 국영 예술 방송국의 PD Jani Mikkonen를 만나기로 한 것이다.


플로우 페스티벌


덴마크를  여행하던 중 나는 핀란드의 젊은이들이 꼭 가고 싶어 하는 축제, 핀란드에서 가장 큰 뮤직 페스티벌인 FLOW Festival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인스타그램의 페스티벌 계정을 친구로  추가했다. 그리곤 종종 페스티벌 계정에 곧 이 곳에 갈 거라고, 너무 기대된다는 글을 남겼었다.  그때 페스티벌 담당자가 나의 SNS를 알게 되었고 그는 나의 계정에 올라온 여행 사진을 흥미롭게 여기곤 나에게 메일을 보냈다. 혹시 FLOW Festival에 오게 되면 인터뷰를 할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현재 방송국에서는 국내 뮤직 페스티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었고, Flow Festival 내용이 집중적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들은 외국인으로서, 또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를  인터뷰하여 다큐멘터리에 삽입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나는 이 신기하고 즐거운 사건에 기뻐하며 흥쾌히 승낙하였다.


PD Jani Mikkonen와 촬영팀 그리고 나 :)


페스티벌 행사장에 들어서 Jani와 카메라 감독 Mika, 그 외 스탭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 눈에 나를 알아봤다. 무리도 아닌 게 이 행사장에 동양인은 나 뿐이었다.

“여기 오니 어때요?  자기소개 좀 해줘요!”

마이크와 카메라, 반사판이 세팅되고 그들은 나에게 질문공세를 이어간다. 나는 어색함에 머리를 글쩍이며, 한편으론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켜가며 그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최대한 차분히 대답하고 싶었지만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 목소리는 차분하기보단 흥분되고 격양됨 그 자체다. 그들은 괜찮다고, 여긴 페스티벌이니까 신나게 대답하라고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들은 페스티벌에 온 소감, 다른 페스티벌과의 비교, 한국의 페스티벌 문화에 대해 물었고 약 15분 동안 이어진 인터뷰가 끝나자 내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촬영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촬영팀과  기념사진을 찍고 악수를 나눈 후 본격적으로 페스티벌을 즐기기 시작했다.

Röyksopp&Robyn의 Dancing On My Own을 열창하는 사람들 ㅎㅎ 이 곡은 요즘도 종종 듣는다.


아웃캐스트으으으으으으!!!!!!

워낙 페스티벌을 좋아해 한국에선 봄부터 가을까지 페스티벌과 함께 하는 나이지만, 혼자서 페스티벌을 온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 혼자서 페스티벌을 가는 것이 부담도 되고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가했다. 나는 이곳저곳 사람들을 구경하고 음악을 즐기기에 정신이 없었다. 인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춤을 추고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러다 목이 마르면 밖으로 나와 맥주를 마시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사 먹었다.



나는 이 곳에서 7시간 가까이 발가락에 물집이 잡힐 만큼 뛰놀고 춤을 쳤다. 특히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2ne1 같은 존재인 Röyksopp&Robyn의 공연에선 다 같이 미친 듯 춤을 추고 박수를 쳤고, 자넬 모네와 아웃캐스트 등 세계적인 뮤지션의 공연에선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고 점프를 했다. 혼자이긴 했지만 참 오랜만에 이렇게 미친 듯이 춤을 춘 것 같다. 핀란드의 6천여 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말이다. 밤 12시가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나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방에 들어가니 아직 잠들지 않은 유키코가 나를 반긴다.



“어땠어? 핀란드 사람들도 잘 놀아?”

“엄청났어! 조용하고 상냥하기만 할 줄 알았던 핀란드 사람들이 이렇게나 신나게 몸을 부딪히다니. 내일이면 몸살이 날 것 같아.”




*플로우 페스티벌(Flow festival)

헬싱키에서 매년 8월 초, 3일간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 핀란드에서는 많은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젊은이들에게 단연 ‘가장 가고 싶은 페스티벌’이다. 연 초부터 헬싱키는 플로우 페스티벌에 누가 오는지에 대해 들썩인다. 이 기간이 겹치는 월요일엔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기도 하며, 수많은 사람들은 누가 더 많은 술을 마셨는지, 어떤 해프닝이 있었는지 매년 무용담을 쌓고 이야기한다. 플로우 페스티벌을 가기 위해 여름을 기다린다는 헬싱키의 가장 핫한 인기 페스티벌.

또한 환경과 페스티벌, 음악에 관한 다양한 강연과 문화행사, 일렉트로닉, 힙합, 락, 팝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헤드라이너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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