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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Mar 24. 2016

지상 최고의 낙원 두브로브니크는 사랑을 부르고

크로아티아, 너는 어딜 보아도 참 예쁘다

노르웨이, 코끝이 차가워져 달큰하고 뜨거운 수프 한 그릇이 떠오르는 날이 지속될수록 나는 따뜻한 나라로 가고 싶어 졌다. 바스락 거리는 메마른 바람에, 목 위를 조여 오는 머플러의 두께에, 나는 문득 크로아티아에 가기로 결심했다. 


오슬로에서 가장 싼 가격에 갈 수 있는 크로아티아의 도시를 찾아보니 의외로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시 두브로브니크가 있었다. 나는 티켓을 결재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턱끝까지 끌어올리곤 두 눈을 감는다. 사르르 따뜻한 바닷물과 노랗고 달콤한 햇빛이 얼굴을, 온몸을 뒤덮는 것만 같은 포근한 꿈을 꾼다. 그렇게 나는 꿈결 속에 두브로브니크로 떠났다.  


함께 오슬로에서 비행기를 탄 노르웨이 사람들은 오슬로 공항에서부터 들뜬 얼굴로 온몸을 휘감고 있던 패딩을 벗어던졌다. 그리곤 누군가는 빨개진 두볼만큼 붉고 화려한 플라워 무늬 셔츠를 뽐냈고, 누군가는 언제 꺼냈는지 커다란 챙이 인상 깊은 하얀 모자를 썼다. 공항 가득 벌써부터 더운 나라로 떠나는 사람들의 달뜬 설렘과 열기가 느껴졌다. 


비행기에서 잠시 졸다 보니 어느새 나는 크로아티아에 도착해 있었다. 공항 수속을 밟고 밖으로 나가자 눈앞에 펼쳐진 보석같이 반짝반짝 부서져내리는 햇살에 눈을 찌푸린다. 아, 드디어 크로아티아다....! 



수많은 사람들이 경탄하고 환호하며 하늘을, 밖을 바라본다. 뜨거운 태양빛은 두 손 꼭 잡고 이 나라에 도착한 연인들을 더욱 열렬히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작가 버나드 쇼가 말한 지상 최고의 낙원 두브로브니크는 사랑을 부르고, 웃음과 키스, 포옹을 부르고 있었다.


사실 9월을 코 앞에 둔 크로아티아의 날씨는 아직도 더움을 넘어 뜨거움으로 넘실댔다. 하나 두브로브니크는 그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그 보다 덥고 끈적이는 사랑으로 감쌀 수 있게 사람들의 사랑을, 행복을, 웃음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먹고, 마시고, 춤을 춘다. 어디에 가든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은 맛이 좋다. 높은 북유럽의 물가에 익숙해져서인지 두브로브니크 물가가 어찌나 싸게 느껴지던지 나는 그동안 잘 못 먹은 한을 풀듯 온갖 요리를 시켜먹었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요리 가격이 서울과 비슷하다...!!!! 싼 게 아니었어.) 그리고 매 시간 차가운 맥주와 아이스크림, 커피를 마시며 동네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어딜 보아도 참 예쁘다는 말이 나오는 이 곳 두브로브니크. 마치 중세의 공주님처럼 낡았지만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보석과 드레스로 치장한 이 곳은 자연재해와 타국의 폭격에도 꿋꿋이 자리를 보존한, 아름다움을 넘어 우아하고 용맹함을 지닌 현명한 공주임에 틀림없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내가 보낸 시간은 4박 5일. 이 곳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밥과 술을 나눠 먹었는데, 호스텔에서 만난 유럽 아이들, 길에서 만난 홀로 여행 온 한국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만난 여행자들은 대부분 자그레브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의 길을 갈 예정이었다. 두브로브니크 -> 스플리트 -> 플리트비체-> 자다르 -> 자그레브. 


혹자는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걸 먼저 보아서 후엔 감흥이 없을 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공주를 보았다고 해서 거리의 처녀들이 아름답지 않은 건, 귀족의 영애가 곱지 않은 건 아닐 테니까...?! 너무 바람둥이 남자 같은 발언인가...! 


파란, 아니 검푸르기까지 한 맑고 아름다운 아드리아해 어딘가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낭만넘치는 포르코 롯소와 아리따운 마담 지나가 노래를 부르며 로맨스를 꿈꾸고 있을 것만 같다. 


어딜 가도 그에 걸맞은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도시 두브로브니크. 나는 우아한 이 곳에서 먹고, 마시고, 눈으로, 마음으로, 몸으로, 입으로 비극의 역사 속에 살아남은 위대한 아름다움을 온몸을 다해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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