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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Apr 10. 2018

서울에서 얻은 나의 병들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아프길래 자주 병원을 가요?


26살에 처음 서울에 올라와 33살이 된 지금까지, 나는 참으로 많은 병을 얻었다. 애석하다면 애석하게도 남들에게 티 나는 병이 아닌 속이 곪은 병, 마음의 병, 나만 알고 나만 느끼는 병들을 얻어 꾀병 부린다는 소리도 곧잘 들었다.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아프길래 자주 병원을 가요?"

팀장님이 묻고, 동료들이 묻고, 친구들이 묻고, 멀리 떨어져 사시는 부모님 조차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수술해서 낫는 병이 아니라서, 근본적인 원인이 사라지지 않아서, 서서히 서서히 정신과 체력을 키워야 하는, 마치 작고 마른 식물처럼 소중히 내 몸과 마음을 키워야 낫는다는 병들.  사랑하는 사람의 애정 어린 키스와 걱정 담은 포옹, 사람들의 소소한 관심과 진심 어린 미소, 그리고 내가 마음속에 품고 꿈꾸는 것들을 조금씩 진행시켜야만 낫는 병. 큰돈은 아니라도 잘 먹고 잘 자며 슈욱 슈욱 규칙적으로 숨을 쉬어야 낫는 병. 나는 그런 병들을 서울에서 얻었다.


병원은 나의 친구, 의사 선생님은 신데렐라 요정 같았다. 병원은 늘 "체력이 떨어졌네요!"라며 화려한 가격을 앞세운, 1시간의 꿀 같은 단잠이란 옵션을 달고 있는 수액들을 권했고, 의사 선생님들은 잠시나마 나에게 생기를 부여해 주었지만 이내 밤 12시가 되면 사라지는 호박마차처럼 나의 기력은 매일 밤 흔적 없이 사라졌다.

하지 않던 운동을 급히 시도하다 늘 근육통을 심하게 얻고, 1년에 한두 번은 명절처럼 응급실을 방문한다. 별난 이름에 별난 맛을 내는 비타민제들과 이름조차 기괴한 알 수 없는 영양제들, 그리고 엄마가 늘 만병통치약처럼 말하는 홍삼은 언제나 잠자기 전 필수품이다.


나도 안다. 회사를 그만두면 괜찮아질 거라는 그 말.  

나도 안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그 말.

나도 안다. 긍정적으로 밝고 명랑하게 살면 괜찮아질 거라는 그 말.

마치 면접관 앞에서 꼭 말해야 할 것 같은 정해진듯한, 하지만 객관적으로 옳긴 한 그 말들. 하지만 나는 역시나 안다. 퇴사도 해보았고, 운동도 해보았다. 긍정적이려 노력했고 명랑하려 노력했으나 언제나 어느 순간 다시 무너진다는 걸. 그리고 나는 인내심과 끈기가 짧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오랜만에 애플뮤직에서 ECM 레코드 에센셜 음반을 틀었다. 음악 탓에 분위기에 흠뻑 젖어 적요한 눈빛으로 거울 속 비쩍 마른 내 몸뚱이와 짙은 어둠을 한껏 묻힌 눈두덩이를 본다. 빨간 살이 비칠 정도로 촌스럽게 짧게 자른 손가락과 아직도 어색한 구두 탓에 굳은살과 흉터 투성이인 내 발가락을 본다.


26살부터 33살, 7년 동안 서울에서 얻은 나의 병들에 대해 적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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