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명을 이기고 잠 속으로 빠져들고자 들었던 음악은 아래와 같다.
나는 이명을 가지고 있다. 잠이 들기 전에는 늘 레너드 코헨의 할렐루야를 틀어놓고 잔다.
그 외 내가 이명을 이기고 잠 속으로 빠져들고자 들었던 음악은 아래와 같다.
Leonard Cohen - Hallelujah
Max Richter - Dream 1 (Sleep앨범은 8시간짜리를 통으로 틀어두었다.)
Emitt Rhodes - Lullabye
Pat Metheny - One Quiet Night
Chet Baker - The thrill is gone
Brian Crain - The Edge of a petal
Radiohead - I promise
Lisa Hannigan - Little bird
Rhye - Open, Woman, Last Dance
Cigarettes After sex - Nothing's Gonna Hurt you baby
Half Moon Run - Warmest Regards
이 외 주기적으로 들었던 건 숙면을 위한 클래식, 리차드 용재 오닐, 조성진, 임동혁, 스누피 크리스마스 앨범 및 기타 피아노 선율들이다.
나의 달콤하고도 상냥했던 남자 친구는 그 이명을 '사랑해'라고, 자신이 '사랑'이라 속삭이는 소리라고, 두려워하지 말고 기분 좋은 사랑의 이불에 감겨 꿈속에 빠져 들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조금 안도했고 그 기괴한 음파가 '사랑해'란 단어를 뜻하는 어느 세상의 단어라 믿고 믿었다.
고주파 이명은 삐삐삐 높은 소리를 내거나 피이이이하며 새소리를 낸다.
가끔은 컴퓨터 부팅음 같은 기계음을 낸다. 내 몸에서 이러한 기계음이 들리는 것은 참으로 괴괴하고 괴랄하다. 처음 이명이 들렸던 날을 기억한다. 나는 퇴근 후 지쳐 침대 위에 누웠다. 뻣뻣한 머리칼들이 내 뺨을 긁고 널브러진 옷자락처럼 팔다리가 축 쳐져 조금의 현기증을 느꼈던 그 날, 나는 적막한 방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들리는 것만 같아 깜짝 놀랐다. 그리곤 귀를 틀어막아도 사라지지 않는 그 소리가 두려워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사랑이 파스스 마른 흙무덤처럼 깨어지고 사랑했던 이와 헤어진 날, '사랑'이란 단어가 나에게서 사라진 날, 이명은 또다시 괴음이 됐다. 삐삐삐 우주의 교신처럼 저 멀리서 알 수 없는 형태의 무언가가 나를 또 다른 차원으로 끊임없이 불러내기 시작했다.
컴퓨터 부팅음 같은 이 소리는 내 몸을 조정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나는 이 소리에 잠식당하고 감정도 판단력도 모두 모두 강탈당했다.
사랑을 잃은 날, 나는 펑펑 울며 귀를 틀어막았다. 소리를 막았다. 사랑의 부재를 막았다.
귓속을 지켜주는 크림 초코 같던 꾸덕한 사랑이 녹아내리고 그 안엔 벌레가 꼬일 듯 오래된 상처의 진물만이 남아 우웅 우웅 더러운 날갯짓을 했다. 그렇게 나의 이명은 벌레의 날갯짓 소리로 변모 해 수시로 부웅부웅 울린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 때문이라 했고, 면역력이 떨어진 거라 했다. 한번 생긴 이명은 영원히 안고 가야 한다며 빠르게 적응하길 권유했다.
어깨를 짓누르는 회사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한 때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회사의 미친 여자 때문인지, 사랑하던 사람이 가끔 나에게 쏟아내던 칼날 같은 단어의 난도질 때문인지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나의 귀는 이 괴음을 얻었다.
8시간 이상 삶을 잠식하는 하기 싫은 일, 이유도 모른 채 미움받고 비난당하던 나의 고독하고도 불쌍한 귀.
너무나도 아꼈기에 더 잔혹했던 그 사람의 슬픔과 분노는 어디서 어떠한 형태로 나의 귀를 잡아 뜯고 찌르고 고장 냈을까?
이 소리의 감옥에서 오는 고통은 나의 탓일까? 나의 잘못일까?
아아 나의 달콤하게 사랑을 노래하던 꿀벌레, 그 꿀에 갇혀 사지가 녹아버렸네.
노란 액체는 체액을 삼키고 가녀린 팔다리를 녹이다 고스란히 심장을 파먹고, 그 사랑스럽던 노랫소리를 소리조차 끙끙대며 겨우 내는, 상대를 쥐어짜는 끗끗 소리로 저주했네.
죽음의 무덤이 된 귀가 피를 흘리네. 바늘로 쿡쿡 찔려 움찔움찔 피를 흘리고 삐이삐이 비명을 지르네.
몽환적인 리히터의 음악이 어느 행성 속 팔다리만 긴 형체를 부르고, 나의 귀는 삐익 삐익 답하네.
한없이 불쌍한 나의 귀는 오늘도 베개에 짓눌리며 빠져나오는 소음을 비벼 누르네.
그게 내 몸이 내 마음이 지르는 아픔의 포효 인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