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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Sep 30. 2015

로텐부르크, 시간여행자의 친구들

피노키오의 도시, 동화같은 독일의 작은 마을

토마스네 집 :) 불을 끄면 형광펜으로 그린 그림들이 히번뜩!


시간여행자의 친구들

<로텐부르크>

아침 식사 시작! 시리얼과 뮤즐리, 아침부터 토마스가 자전거를 타고 나가 사온 따끈따끈한 빵, 커피와 주스.

“독일식 아침 식사인가!!!”

나의 오버스런 반응에 잠시 동안의 침묵이 이어진다.

“근검 절약하는 학생들의 아침 식사 정도로 하지.”


엠지의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우리는 어제 콘서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바로 얼마 전에 끝난 월드컵에서 독일이  우승한 것, 콜롬비아가 어떻게 패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웃으면서 시작된 대화는 금세 조금은 묵직한 ‘월드컵과 올림픽이 나라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에 대한 설전으로 변모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 모인 엠지, 비비아나, 토마스, 키텔의 전공은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에 관련이 있다. 그래서인지 썰전은 점점 더 뜨거워졌고, 나는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최근에 독일이 브라질에 연습경기장을 기부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의 말에 엠지와 키텔은 웃으며 이 부분은 칭찬해야 할 점이라고 분위기가  완화되는  듯했으나 곧이어 토마스의 말에 설전은 재  점화되는  듯했다. 토마스는 이 경기장이 브라질에서 얼마나 잘 운영될 것인지, 진정 브라질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우리는 국제 경기 이후에 남은 시설들을 어떤 방향으로 써야 하느냐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점점 아침식사가 강의 시간으로 변해갈 때 즈음 토마스가 이 난상토론을 끝맺는다.


“오늘 로텐부르크 갈래? 아니, 당장 가자!”



그의 말에 엠지는 차키를 꺼내 왔고 그의 작은 차에는 커다란 5명의 소년, 소녀가 탑승했다. 차는 오랜만에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는지 살짝 아래로 내려 앉았고 우리는 피노키의 의 도시 로텐부르크로 떠났다.   

피노키오의 도시 로텐부르크. 붉지만 ‘빨강’ 하나가 아닌 화가가 공을 들여 여러 가지 명도로 색을 제조한 듯 노을처럼 하늘 아래로 다양한 붉음의 색으로 번져가는 지붕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처럼 초코색으로 달콤하게 그어진 건물의 무늬들.



“우와… 로텐부르크 너무 예쁘다.”
“그치, 동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영화 세트장 같기도 하고 놀이공원처럼 귀여워. 기대 이상이야. 그런데 너희는 독일 사람이면서 여기 한 번도 안 온 거야? 이렇게 가까운데? 비비아나 너도 여기 산지 꽤 되었잖아? “
“넌 한국 여행 많이 해? 섬 이런 거 말고 집 근처 오래된 도시라던지 예쁜 집을 찾아가본 적 많아?”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맞아, 가까이 살지만 오히려 잘 안 가 지더라고. 너 오니 우리도 관광 하고 좋네.”    


우리는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꽃씨를 입 안에 심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입을 벌려 깔깔 웃었다. 우리는 구석구석 골목에 몸을 숨겨도 보고 다리 위에 체중을 실어보기도 한다. 오래된 정원에 앉아 새파란 하늘과 빛나는 풀잎을 본다. 마치 7년 전 런던에서 처음 만나 새롭고 낯선 도시에서 앞날에 대한 걱정 없이 허울 없이 웃었던  것처럼, 언제나 설레고 들떴던 그때를 재연이라도 하듯 우리는 환하게 웃는다. 사람이 되고 싶은 피노키오 외에는 그 누구도 앞날에 대한 걱정이나 큰 소망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은 아름다운 로텐부르크의 낡은 의자에 앉아 우리는 로텐부르크의 명물 슈니발렌을 깨 부서 나눠 먹었다. 놀랍게도 독일친구들은 슈니발렌의 존재 조차 몰랐다. 이런 게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고 했다. 나는 한국에서 먹어보았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로텐부르크의 슈니발렌은 내가 알던 맛에서 빗나가 좀 더 비스킷스러운 느낌 이었다. 커다란 슈니발렌을 부셔 엠지와 비비아나의 것을 조금 남겨두고, 우리는 사이좋은 삼남매처럼 낡은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 입을 오물거린다.  



“마치 중세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아.”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 뭐 뮌헨도 마찬가지야. 이젠 옛 것과 새로운 것이 너무 많이 뒤엉켜 있어. 두개의 시간이 함께 존재하니 차라리 이게 진짜 현실이라는 걸 더 깨우쳐 주는 것만 같아. 새로운 건물들로만 가득한 곳을 오면 내가 미래로 간 것 같고, 옛 건물들만이 눈 앞에 줄지어 서 있으면 나는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에 눈을 비비지.”


“맞아. 여긴 시간이 멈춰있어. 우린 시간여행자야.”

“하하, 우리 꼭 역사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지 않아?”

“아냐 아냐, 역사보단 동화지. 동화 속 주인공. 난 아직도 우리가 이 곳에서 길을 걷고 땅을 밟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실 감나지 않아.”

“어디 실감 나게 해줄까?”

키텔은 토마스의 손에 쥐어진 슈니발렌 조각을 뺏어 입안에 넣는다. 우리는 어린아이 들이다. 단순하고, 데이드림으로 가득한 어린아이들. 저 멀리 엠지와 비비아나가 둘만의 데이트를 마치고 총총히 걸어온다.

“어이, 어린이들! 해가지고 있어.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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