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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Feb 20. 2019

사랑의 기쁨과 슬픔 - 3

우리가 서로에게 '나'였던 날들


낯선 장소에서 두리번거리며 테이블을 찾아 들어오는 남자. 어색한지 연신 손을 매만지더니 결국 삐끗 신발이 살짝 미끄러진다. 그리고 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연신 숙인다. 어리숙한 듯 무해한 그 표정이 순식간에 내 삶에 들어왔고, 나는 네가 참으로 좋았다.


외롭다고, 힘들다고, 좋아한다고, 슬프다고, 아프다고 대놓고 칭얼칭얼 아이처럼 아우성 되는 나를 힘겨워하면서도 감당하려 노력했던 너의 노력에 감사했다. 서툴기 그지없던 어린 날, 어느 어린 날, 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심장을 쿵쾅이며 젊음을 증명하듯 빠르게 내뿜는 피를 느끼며 우리는 서울 길거리를 노니는 남자 1과 여자 1, 혹은 남자 23676324, 여자 42342581로 살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뱅뱅 돌고, 길을 하루 종일 걷고, 너는 나를 위해 멀고 먼길을 돌아왔고, 나는 너를 위해 어디든 달려갔다. 세상에 처음 태어난 것처럼 우리 곁을 스쳐가는 자동차보다 더 빠르게,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의 무게가 사라진 듯 무척이나 빠르게 너는 내 삶에 들어왔고 우리는 안고 떠들고 손을 잡고 뛰고 걸었다.  


우리의 이별의 끝은 서로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았지만 함께하면 늘 아파서 헤어졌다.  

행복한 꿈을 꾸었지만 깨고 났을 때 이건 그저 꿈이었다는 걸 깨달은 시안부 환자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 속이 비고, 눈에서 흐르는 눈물에는 형태가 없다.

공허하기 그지없는 이별이었다.


서울에는 약 980만 명이 산다고 행정안전부는 표기했다. 980만 명.

이 수많은 사람들 중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대에 이별했을 것이다. 카페 안에 덩그러니 홀로 남은 나는 괜스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일기예보에서 오늘 밤은 더욱 추워질 것이며 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가 생각나서도 아니었다. 창밖에는 사람들의 수가 많이 줄어 있었고 시간이 어느새 많이 늦어져서도 아니었다.


그건 이제 막 시작된 과거들, 방금 막 끝이난 연애의 기억이 마음속에 가득 밀려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떨림 때문이었다. 나는 이미 식어버린 찻잔을 만지작 거리며 사라져 버린 온기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마음이 조금 더 불안해진다.

과거의 꿈으로 가는 길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아니 나의 과거를 떠올리는 꿈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 역시 잊었다고 생각하는 그런 꿈속 말이다. 그때의 나는 슬퍼했고 참으로 괴로워했을 텐데..


"그래, 지금 이 슬픔이 후에는 과거의 슬픔이 될 텐데."

그제야 나는 눈앞에 또렷이 보이면서 과거의 생각들이 다시 조각조각 부서져 버림을 느낀다. 그 조각들이 눈물로 반죽되어 다시 형체를 갖지 못하도록 나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그 조각들을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도록 노력한다.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연애, 과거가 된 이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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