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이로운 Jun 13. 2019

70대 할배, 무대를 완전 뒤집어놓으셨다!

2011년, 세계적인 록밴드 마룬파이브가 신곡을 발표했다. 제목은 'Moves Like Jagger'.


간드러진 휘파람 소리가 노래의 시작을 알리고, 신나는 밴드 사운드가 흥을 돋우며, 시원시원한 보컬이 화룡정점을 이룬 이 노래는 발매 동시에 빌보드를 포함한 전 세계 음악 차트를 석권했다. ‘흥’하면 빠지지 않는 한국인들의 음악적 취향에도 딱 맞아 삼성 갤럭시노트 광고 음악으로 쓰이기도 했고 다소 생뚱맞지만 인천안시안게임 공식 앨범에 수록되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EPTlhBmwRg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 더더 인기가 많은 마룬파이브는 어쩌다 한 번 내한하는 다른 팝스타들과는 달리, 짧게는 1년, 길게는 4~5년마다 꾸준히 한국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자신들이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알고 있는 듯한데 나 역시 마룬파이브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웬만한 인기곡들은 가사를 보지 않고 줄줄 외울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팬일지언정 개인적으로 마룬파이브가 조금 밉기도 하다. 이들이 없었다면 싸이가 빌보드 1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마룬파이브는 2011년, 'Moves Like Jagger'를 발표하고, 그다음 해 네 번째 앨범 <Overexposed>를 발표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One more night'은 빌보드에서 9주 동안 1위를 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문제는 이 노래와 싸이의 '강남스타일' 미국 활동 시기와 맞물렸다는 것이다. 마룬파이브의 노래가 오랫동안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는 바람에 강남스타일은 그 시간 동안 2위의 자리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빌보드 2위라는 순위도 대단하긴 하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주만이라도 마룬파이브가 1위를 내주었다면, 우리나라도 빌보드 1위의 영광을 맛볼 수 있었을 텐데...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쉽고, 아까운 마음이 든다.



마룬파이브가 빌보드에서 연속 두 번이나 1위를 거머쥐게 된 건 그동안 쌓아왔던 인기와 스타성이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가수는 노래로 승부하는 법. 만약 음악이 좋지 않았다면 빌보드의 선택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Moves Like Jagger',  'One more night' 작곡에 참여한 이 밴드의 메인 보컬, 애덤 리바인은 정말로 천재적인 음악성을 지닌 게 아닐까 생각된다.


노래도 잘하고 프로듀싱 능력까지 뛰어난 애덤 리바인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외모도 꽤 괜찮다. 몇 년 전엔 피플지가 선정한 ‘올해 현존하는 최고의 섹시남’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내가 한창 마룬파이브 음악에 빠져있었을 때, 대체 애덤 리바인 같은 완벽한 생명체는(?) 어떤 여자랑 결혼할까 궁금했는데 결국 빅토리아 시크릿 메인 모델과 결혼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완벽한 남자에게 세상 부러울 게 뭐가 있겠냐만은 그에게도 닮고 싶은 롤모델은 있다. 내가 서두에 언급한 곡 'Moves Like Jagger'에 그 힌트가 있다.  


가사를 보면 'moves like jagger' 즉, 모두가  재거처럼 행동하고 나 역시 재거처럼 움직일 거라고 하는데 여기서 jagger는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스톤즈의 메인 보컬 Mick Jagger(믹 재거)를 의미한다. 대체 이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양반이기에 노래 가사에까지 들어가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텐데, 믹 재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앞서 그가 속해 있던 롤링스톤즈라는 그룹에 대해 소개하겠다.


롤링스톤즈는 1960년대 비틀즈의 라이벌이라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린 밴드로써 지금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틀즈와 동시대에서 활동했던 만큼 롤링스톤즈 멤버들은 일흔이 넘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 각국을 투어하며 굳건한 할배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비틀즈를 더 많이 기억하고, 그들의 음악을 추억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롤링스톤즈를 더 좋아한다. 비틀즈의 음악들이 다소 정적이고, 선한 가사와 차분한 멜로디로 이루어졌다면 롤링스톤즈의 음악은 마치 악동 같다. 무대 위에서의 모습도 훨씬 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이 밴드의 메인보컬, 믹 재거의 모습을 보면 1943년생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파워가 넘친다. 얼마 전 그가 심장 수술로 북미 투어를 연기한다는 보도를 보았는데, 그 소식을 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투어를 개최한다는 뉴스에 나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뜨거운 열정과 넘치는 에너지를 소유한 믹 재거는 젊은 시절엔 지금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었다. 음악을 할 때도 그랬고 사랑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랬다. 지난번 내가 칼라 브루니에 대한 이야기를 쓰며, 그녀가 믹 재거를 포함한 많은 남자와 연애를 했다고 썼는데, 사실 칼라 브루니는 믹 재거 앞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그 정도로 믹 재거는 많은 사람과 사랑을 나눴는데 크리스토퍼 앤더슨이라는, 믹 재거의 전기를 쓴 작가가 말하기를 그동안 믹 재거가 잠자리한 상대만도 무려 4천 명에 달한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더욱 놀라운 건 그 4천 명은 여자일 뿐이고 4백여 명의 남자와도 사랑을 나눴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세상을 떠난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보위의 아내는 남편과 믹 재거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화려한 여성편력은 물론, 어마어마한 남성편력까지 자랑했던 믹 재거.. 대체 그는 어떤 매력을 가졌길래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의 호감을 살 수 있었던 걸까?



믹 재거의 젊은 시절


믹 재거는 영국의 명문대,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수재였다. 로큰롤을 무지 좋아했다고 하는데 고향친구인 키스 리차드와 함께 롤링스톤즈 멤버로 합류하게 되면서 미련 없이 학교를 자퇴했다. 그리고 제2의 비틀즈를 꿈꾸며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던 건 아니었지만 섹시하고 반항적인 밴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비틀즈의 아성을 위협하는 최고 인기 밴드로 자리 잡는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믹 재거가 그렇게 전형적인 미남 스타일은 아니다. 근데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귀엽기도 하고, 잘생긴 거 같기도 하고, 섹시하기도 하고, 오묘한 매력이 있다. 거기다가 작곡 능력까지 뛰어나서 롤링스톤즈의 수많은 명곡을 멤버인 키스 리차드와 함께 프로듀싱했다. 능력도 있고 매력적이기까지 하니 여자들의 인기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믹 재거는 자신을 좋아하는 수많은 여자들 중 1960년대 핫스타 마리안느 페이스풀이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두 사람의 연애사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떠들썩하고, 충격적인 결말로 끝이 났다.


믹 재거와 마리안느 페이스풀의 젊은 시절


청순미의 아이콘이었던 마리안느 페이스풀. 그녀는 유부녀였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믹 재거에게 빠져 이혼까지 감행, 결국 롤링스톤즈의 투어를 졸졸 쫓아다니며 믹 재거와의 사랑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유복한 집안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그녀에게 마약과 방탕한 생활을 밥 먹듯 하는 믹 재거는 솔직히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좀 놀 줄 아는 믹 재거와 어울리는 여자가 되기 위해 마약과 담배에까지 손을 댄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대중들에겐 우아하고 신비한 이미지만 보여주었던 그녀는 롤링스톤즈 멤버들과 나체로 마약파티를 하다 경찰에게 걸리고 만다. 이 일로 인해 그동안 쌓아왔던 아름다운 이미지는 더럽혀지고, 믹 재거와도 헤어지게 된다.


그 이후 믹 재거는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지 다른 여자와 곧바로 결혼했다가, 바람 폈다가, 이혼했다가, 연애했다가 아주 자유로운 삶을 영위한다. 1977년엔 캐나다 수상의 부인과 불륜을 저질러 난리가 난 적도 있었는데 안타까운 사실은 믹 재거가 워낙 나쁜 남자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그와 염문설이 난 여자들만 '창녀'라고 욕을 먹었을 뿐, 믹 재거의 이미지엔 별로 타격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믹 재거의 매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했던지 여자들은 그가 바람둥이 나쁜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와 함께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도 안 막는 믹 재거는 수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맺었고 5명의 여자 사이에서 8명의 자녀까지 두었다. 심지어 제일 마지막에 태어난 자녀는 믹 재거가 73살이었던 2016년에 태어났다고 한다. 저출산 시대에 인류의 종족번식을 위해 힘써주시는 믹 재거 할아버지께 영국 정부는 상이라도 줘야 되지 않나 싶다.


믹 재거의 젊은 시절과 똑 닮은 그의 아들


요즘 믹 재거의 근황을 보면 나이가 든 만큼 철이 든 건지는 몰라도 더 이상 마약을 하거나, 바람을 피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자신의 아들을 낳아준 30대 초반, 발레리나 연인과 수년 째 사랑을 이어오고 있고, 롤링스톤즈의 멤버들과 전 세계 무대를 씹어먹으며 나름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신기한 점은 롤링스톤즈가 1994년 이후 정규 앨범을 출시하지 않고 오로지 기존에 발표했던 곡들로만 공연을 하는데도 1년에 벌어들이는 수익이 무려 수천 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한 밴드가 해체 없이 반 세기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젊은 밴드 못지않게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은 밴드 역사상 유일무이한 일이고, 앞으로도 이런 사례는 쉽게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롤링스톤즈 멤버들의 현재 모습


난 마룬파이브의 애덤 리바인이 'Moves Like Jagger'를 만든 배경에 대해 애덤이 믹 재거의 삶을 동경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생활적인 면으로 봤을 땐 믹 재거를 절대 본받으면 안 되겠지만 한 밴드의 메인보컬로 봤을 땐 믹 재거는 애덤 리바인의 존경을 받을 만하다. 오랜 시간 동안 밴드 멤버들과 우정을 이어오고, 나이가 들어서도 함께 공연을 하며, 도저히 식을 줄 모르는 인기까지 가졌으니 말이다.



믹 재거의 인생과 음악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사람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고 열정적으로 살면 노년에도 활기찬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믹 재거처럼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신은 여자일까, 남자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