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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Jun 06. 2019

신은 여자일까, 남자일까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셀럽이 되고 싶어"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안영미로 구성된 셀럽파이브 노래 '셀럽이 되고 싶어'의 첫 구절이다. 아리아나 그란데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 라고 의문을 가질 텐데 이 노래에 등장하는 셀럽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억 명이 넘는,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의 솔로 여가수이다.


미국의 국민 여동생이라 할 수 있는 그녀는 귀엽고, 예쁜 데다 노래실력까지 출중하다. 우리나라에도 아리아나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서 2017년에 내한공연도 했었다. 리허설도 없이 1시간 30분 동안 노래하고 바로 태국으로 떠나는 바람에 '한국을 무시하냐', '톱스타 행세하는 거냐' 비난이 일기도 했지만 당시엔 북한과 미국의 사이가 워낙 좋지 않았던 터라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그렇게 빨리 한국을 뜨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아리아나 그란데가 내한했던 2017년, 리차드 막스도 한국에서 내한공연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한반도 정세에 따른 군사적 긴장감으로 인해 내한공연을 연기했었다. 전 세계 언론에서는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할지도 모른다고 떠들어대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한국을 뜬 아리아나의 마음이 100% 이해된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1993년생인 그녀는 데뷔 초에는 소녀소녀하고 사랑스러운 컨셉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발표한 곡들을 보면 무대 컨셉과 음악 장르가 매우 다양하고 가사 역시 굉장히 파격적이다. 일례로 2016년 발표한 앨범 <Dangerous Woman>에  ‘Side to side’라는 곡이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여성 래퍼,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한 것도 화제였지만 자전거를 타며 노래 부르는 색다른 퍼포먼스로 대중들에게 굉장히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이 곡의 가사를 보면 ‘Boy got me walking side to side’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직역을 한다면 '그 남자애가 날 옆에서 옆으로 걷게 만들었어' 대충 이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꽃게도 아니고 어떻게 옆으로 걷게 한다는 걸까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구절의 의미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굉장히 섹슈얼하다.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쾌락의 후유증으로 비틀거리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 여동생이 부르는 노래라기엔 굉장히 파격적인데 작년에 발표한 앨범 <Sweetener>에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높은 더더더더더더 파격적인 노래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HLHSlExFis   


이 노래의 제목은 'God is Woman'으로 19금 행동을 하는 남녀의 모습을 표현한 노래인데 이 가사를 보면 ‘You'll believe God is a woman’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넌 신이 여자라고 믿게 될 거야’라는 의미이다. 사실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데 이 한 구절 때문에 이 노래가 발표된 지난해, 종교계가 아주 발칵 뒤집히다 못해 난리가 났다.            


크리스천이나 가톨릭 신자라면 알겠지만 종교계에서는 수천 년 동안 신의 성별이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말해왔다. 그들에게 있어 신의 성별을 단정 짓는다는 것은 신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이 없고,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여가수가 신은 여자라며 노래를 불러대니 많은 기독교, 천주교 신자들과 종교계 거물들은 아리아나 그란데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그녀를 좋아했던 팬들 역시 'God is Woman'이 발표된 후 SNS를 통해 실망감을 나타내며 열성팬에서 안티팬으로 뒤돌아서기도 했다.


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니면 종교인들의 말처럼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삼위일체인지... 종교가 없는 나로선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른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 잠시 교회를 다녔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늘 '하나님 아버지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고 기도를 마쳤던 기억이 난다. 주기도문에도 '하나님 아버지'라는 단어가 수차례 등장한다. 신은 성별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기도를 할 때는 남자를 뜻하는 아버지로 신을 칭하도록 하는 종교계의 앞뒤 다른 모습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분명하다.


또한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우리가 기도를 할 때나 신을 칭할 때 '아버지'라 일컫는 것이 '신=남자'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줄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실제로 영국의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하느님의 성별에 관한 조사에서 영국 기독교인의 41%는 이미 하느님에게 성별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신이 '남자'라고 생각한 비율은 36%나 됐다. 반면 신이 '여자'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1%에 불과했다. 이 통계만 봐도 신의 성별을 남자라고 생각하는 종교인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 증명된다.


난 아리아나 그란데가 정말 신이 여자라고 생각해서 'God is Woman'을 불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신은 성별이 없다고 하면서도, 신을 아버지라 칭해야만 하는 현실을 꼬집고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성 불평등 문제를 간접적으로 나마 비난하고 싶었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고 여성들이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만큼 여성인권이 신장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하지만 아직도 남녀평등 사회로 가기 위해선 갈길이 멀어 보인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많은 곳에서 많은 여성들은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단시간에 남녀평등 문제를 해소시키려 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남성들을 역차별시키는 사례 또한 발생하고 있다.


난 많은 사람들이 아리아나 그란데의 'God is Woman'이란 곡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이 노래를 통해 '신=남자'라는 고정관념이 조금이라도 사라지고 남녀평등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된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평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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