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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Jun 21. 2019

딸을 위한 세레나데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모두가 아는 이 팝스타는 전 세계적으로 7천5백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 그래미에서 총 25차례 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아티스트이다. 10살에 데뷔곡을 발표했으니 5살 때 데뷔한 마이클 잭슨의 뒤를 잇는 최연소 데뷔 가수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불과 14살의 나이에  'FINGERTIP' 이란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 어린 나이에 일찍이 성공을 맛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Xhmq8JuPfJA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스티비 원더는 변성기는 개나 줘버린 듯한 맑은 목소리, 기성 가수 못지않은 쇼맨쉽, 수준급 이상의 악기 연주로 많은 이들을 감탄케 했다. 사람들은 스티비 원더에게 '천재아'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고 그의 노래를 열렬히 사랑해주었다.


음악을 하고 유명해지면서 인기와 부를 함께 얻었지만 사실 스티비 원더의 어린 시절엔 '가난'과 '불행'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무능하면서 무책임하기까지 했던 그의 아버지가 아내와 세 자녀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가슴 아픈 사실은 스티비 원더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태어났을 당시, 병원 측의 실수로 망막에 이상이 생겼고 그로 인해 시력을 영영 잃게 되었다.


시각 장애로 인해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많은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다고 고백한 그는 어릴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눈을 보이고 싶지 않은 건지, 아니면 대중들에게 더 음악적으로 다가가기 위함인지 무대나 공식석상에서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등장한다.



흔히들 스티비 원더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경우, 다른 감각이 월등히 발달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특히 그는 청력 면에서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능력을 가졌다. 그의 뛰어난 청력에 관한 일화를 하나 이야기하자면  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 갑자기 쥐가 나타나 교실 전체가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요리조리 숨는 쥐를 잡아서 죽이든 살리든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어딨는지 보이지는 않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모두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그때 스티비 원더가 소리만 듣고 쥐가 숨은 곳을 찾아내었다고 하니 신은 그에게 눈을 주는 대신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셨나보다.


그의 뛰어난 청력은 곧 음악적 재능으로 이어졌다. 이웃이 선물해준 피아노로 연주도 하고 노래도 하다 보니 어린아이의 실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일찍이 음악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에 무능력한 사람이었지만 피아노 하나는 기똥차게 연주해서 정신이 말짱할 땐 아들인 스티비 원더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줬다고 한다.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고, 음악을 통해 삶의 희망을 그렸던 스티비 원더. 음악은 그에게 또 다른 선물을 안겨주었다. 바로 '시리타'라는 여자였다. 그녀는 백업 싱어였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스티비 원더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둘은 가정을 꾸렸다. 1975년에는 첫 딸 아이샤도 출산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태어나자 스티비 원더는 다짐했다. '내 아버지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내 딸에게는 차고 넘치게 주리라... 그리고 그는 딸의 탄생을 축하하며 노래도 하나 만들었다. 바로 <Isnt' she lovely>이다.


사실 발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노래라서 젊은 친구들 중엔 이 노래를 아는 사람보단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게 사실. 그런데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이즌 쉬 러블리~' 하며 하도 열창한 덕에 우리나라에서도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아는 노래가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VvkjuEAwgU


이 노래는 알다시피 'Isnt' she lovely', 즉 그녀가(노래에서는 딸, 아이샤를 칭함) 사랑스럽지 않나요?라는 구절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Isn't she pretty' /  'Isn't she wonderful' / 'Isn't she precious' 까지! 가사 속에 딸자랑이 한가득이다. 사실 뭐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우리 아기 너무 귀엽지 않아?' 하면서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스티비 원더가 왜 이런 가사를 썼는지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she is lovely / she is pretty / she is wonderful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해도 되는데 가사를 왜 온통 질문형으로만 표현한 걸까 조금은 의아하다.

이 노래 가사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자면 스티비 원더는 한 평생을 앞을 보지 못한 채 살아왔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보이지 않는 삶에 스스로 잘 적응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방법도 나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첫 딸, 아이샤가 태어난 후에는 딸을 직접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딸의 모습을 직접 보고, 사랑스럽다고 말하고 싶지만 눈이 보이지 않기에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우리 딸 너무 예쁘지 않아?" 이렇게 질문하며 딸에 대한 애정과 사랑스러운 감정을 표현했기에 노래 가사 역시 의문형으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만약 스티비 원더에게 '앞을 볼 수 있다면 무엇을 제일 먼저 보고 싶나요?' 라고 묻는다면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첫 딸 '아이샤'를 말할 것이다. 그만큼 딸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딸바보' 아빠로 유명한데 부녀가 함께 한 무대에서  'Isnt' she lovely'를 열창한 적도 있다. 스티비 원더가 딸을 어찌나 사랑했던 지 다소 이상한(?) 루머까지 생겨났다. 그가 딸의 모습을 너무 보고 싶어한 나머지 딱 15분만 앞을 볼 수 있는 수술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여기저기에 이 스토리가 떠돌고 국내에서는 MBC 서프라이즈에도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근거없는 소문에 불과하다. 스티비 원더가 눈 수술을 고려했던 건 사실이지만 시력을 완벽하게 회복하는 게 아니라 빛의 감지를 통해 사물의 모습을 대강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시술일 뿐이었고, 안타깝게도 그는 시세포가 완전히 파괴된 지 오래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FDd5GoLkkZc


사실 스티비 원더가 앞을 보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게 맞지만 팬의 입장에서 보면 만약 스티비 원더가 시각장애인이 아니었으면 우린 그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았기에 스티비 원더가 뛰어난 청력을 가질 수 있었고, 또 그 청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가수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티비 원더는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능력이 있으며 유일한 차이점은 어떤 사람은 그 능력을 사용하고, 어떤 사람은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아마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용했기에 이런 명언을 남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신은 사람에게 한 가지씩 능력은 꼭 준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능력이 있든지 없든지 노력을 통해 없던 능력을 생기게 할 수도 있고, 원래 가졌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하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찾아 그것을 즐기면서 꾸준히 노력해보면 어떨까? 스티비 원더처럼 되지는 못해도 남들보다 특출난 재능 한두 가지 쯤은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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