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젖과 쮸쮸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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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을 읽고 오시면 이해가 더 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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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로 아기를 출산한지 이틀째 되던 날,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왔다.
"산모님, 모유수유 하실 거예요?"
"네!"
"그럼 내일 아침 9시 20분까지 신생아실로 오세요"
드디어 모유수유를 한다니... 괜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기대가 되었다.
출산 직후 아기를 안아보고 며칠 만에야 아기를 품에 안아보게 돼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른다.
다음날 아침, 난 내 모유를 먹을 아기를 위해
아침밥을 든든히 먹고 신생아실로 향했다.
제왕절개 수술 부위가 아파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걸음도 느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땐 아기한테 가는 길이
왜 그리도 멀게만 느껴지던지...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20분을 걸어 엉거주춤 겨우겨우 신생아실에 도착한 나
커다란 창문 너머로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아기들이
침대위에 일렬로 누워있었다. 이름표가 없으면 어떤 아기가 내가 낳은 아기인지도
모를 만큼 아직 우리 아기 얼굴도 낯설었고
모성애 같은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던 찰나,
간호사 선생님은 신생아실 옆에 있는 모유수유실로 날 들어오라고 하더니
이윽고 파란 비니를 쓴 아기를 데려왔다. 바로 내 아가, 유건이었다.
처음으로 아기를 가까이서 본 순간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아기의 몸 이곳저곳을 보여주시면서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셨다.
그리고는 등받이가 있는 기다란 의자에 앉아보라고 하셨다.
의자 위에는 수유쿠션, 아래에는 발받침이 있었는데
내가 의자에 앉자마자 무릎 위 수유쿠션을 올리시더니
그 위로 아기를 눕혀 나보고 안아보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수유자세를 잡아주는데
신생아를 안아보는 것도 처음인 내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수유자세를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기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고
바닥에 떨어질 것 같아 불안한데
수유를 하려면 왼쪽 팔은 아기의 머리를 받쳐야 하고
오른손은 또 아기의 등을 받친 후
아기 입술이 내 젖꼭지에 맞닿게 해야만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난 모유수유는 젖만 물리면 되는 건줄 알았는데
수유하는데도 자세가 필요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혼자서는 절대로 안 돼서 선생님이 거의 억지로 자세를 잡아주셔서
겨우 내 생애 첫 모유수유를 하게 되었다.
운전대를 처음 잡았던 순간처럼 온몸엔 힘이 잔뜩 들어가고
등은 곱추 같이 굽어 누가봐도 빵점 자리 수유자세였지만
신기하게도 아기는 입을 크게 벌려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내 젖꼭지를 찾아 '앙'하고 무는 게 아닌가.
눈도 뜨지 못한 아기가 냄새만으로
엄마의 젖을 무는 걸 보니 신기하고,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났다.
아직 젖이 나오지도 않을 텐데 아기는 작은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젖꼭지를 빨았다.
난 그 모습이 귀여워서 모유수유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뿐
난 모유수유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