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수필
할아버지는 매일 밭에 나가 무언가를 심거나 수확해 돌아오시곤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밭에 계셨던 할아버지는 언니와 나를 불러 집에 가서
옥수수 씨앗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 자매는 할아버지 심부름을 하다가 실수로 옥수수씨앗을 밭에 엎어버렸다.
씨앗은 흙투성이가 됐고 저 멀리선 할아버지가 보였다.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웠던 나는 정신없이 옥수수씨앗을 하나하나 주워담았다.
하지만 땅에 떨어진 많은 씨앗을 모두 줍기엔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집에 가 씨앗에 묻은 흙을 씻고 아무 일 없는 척 할아버지께 가져다드렸다.
할아버지는 씨앗이 왜 이렇게 적냐고, 왜 물이 묻어있냐고 우리에게 물으셨다.
언니와 나는 시치미를 떼고 모른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나는 혼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겼다.
돌이켜보니 할아버지는 우리가 씨앗을 엎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녀들의 귀여운 거짓말을 기꺼이 눈감아 주신 게 아닐까?
나에겐 늘 무서운 존재였지만
가끔은 무심한 듯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시고
옛 이야기를 하며 껄껄 웃으셨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라면 왠지 알면서 모르는 척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