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XXX가 짧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천하무젖과 쮸쮸왕자

by 경이로운

https://brunch.co.kr/@missko94/140


이전 글을 읽고 오시면 이해가 더 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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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후 병원에 입원해있는 이틀 동안은

신생아실로 가서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했다.

제왕절개 산모는 출산 후 보통 4~5일 후에 모유가 나온다고 하니

모유수유 보다는 단순히 젖을 물렸다고 하는 게 맞는 말 같은데

조리원으로 옮긴 첫날, 드디어 조금씩 모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것 봐봐요. 조금씩 모유가 나오죠?"


선생님이 내 가슴을 쪼물딱조물딱 만지고 쥐어짤 때마다

젖꼭지에서 개미 오줌만 한 액체가 한 방울 정도 맺히는 게 보였다.

내 가슴에서 모유가 나온다니...신기한 것도 잠시

난 형광등 불이 훤히 켜진 조리원 방안에서

초췌한 몰골로 가슴을 시원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

현타를 느꼈다. 심지어 내 옆에는 남편도 같이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젖몸살이 오기 전에 가슴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며

남편에게 가슴 마사지 방법까지 알려주셨다.


제왕절개 수술 후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남편이 오로(분만 후에 나타나는 질 분비물)로 흠뻑 젖은 맘스팬티를

갈아주었을 때도 수치스러웠는데

이번엔 가슴 마사지라니.


아기가 태어나면 부부가 동지가 된다는 말이 드디어 실감이 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남편은 조리원에서도

24시간 내 옆에 있으면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해줬는데

모자동실 시간이 되면 아기를 신생아실에서 데려오는 것도 남편 몫이었다.


조리원에 온 다음 날도

남편이 아기를 데려와 젖을 물렸는데

이상하게 아기가 작은 입을 벌려 내 꼭쥐쓰를 물으려고 하면

미끄러지면서 빠져버렸다.


그 즉시, 수유 선생님께 SOS를 요청했다.

선생님은 수유하는 날 가만히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산모님, 젖꼭지가 짧아서 모유수유가 어려워요.

아기가 빠는 힘이 없어서 물기가 힘들거든요."


내가 젖꼭지 짧다니...

젖꼭지가 짧으면 모유수유를 못한다니...


완모(분유없이 완전 모유수유하는 것)를 꿈꾸던 나는

초유도 주기 전에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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