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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Oct 07. 2019

성수동에서 만난 세계적 아티스트 뱅크시

누구나 알지만 누군지는 모르는 정체불명의 아티스트가 있다. 이름하여 뱅크시...!


그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래피티 화가다. 하지만 '뱅크시'라는 활동명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모두가 잠든 밤 혹은 이른 새벽, 쏜살같이 벽화를 그린 후 현장을(?) 떠나기 때문이다. 많은 언론과 예술인들은 뱅크시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뱅크시에 관한 정보는 영국 브리스톨 출신의 1974년생 백인 남성이라는 것뿐이다.


뱅크시는 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걸까?



뱅크시는 아주 오래전,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은 진짜 그래피티 작가가 될 수 없다. 이 둘은 함께할 수 없는 요소" 라며 정체를 숨기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그래피티 화가들은 뱅크시처럼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뱅크시의 경우는 사회 비판적인 벽화를 주로 그리기 때문에 더더욱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뱅크시 作  <눈 먹는 소년>


지난해 뱅크시가 영국 항구도시, 포트 탤벗에 그린 <눈 먹는 소년>이라는 작품만 보아도 사회 비판적인 그의 작품 성향을 엿볼 수 있다. 벽화의 오른쪽을 보면 한 소년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며 입을 벌리고 있으나 반대편을 보면 소년이 맞고 있는 건 눈이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먼지와 잿가루라는 걸 알 수 있다. 뱅크시는 이 벽화를 통해 철강 생산으로 인해 대기오염도가 심각해진 포트 탤벗의 상황을 경고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대신 휴대폰을 주시하는 커플을 그린 <모바일 러버>라는 작품은 스마트폰에 중독된 우리 사회를 풍자하고 있고, 경찰이 키스를 나누는 벽화는 영국의 공권력을 상징하는 경찰의 부패를 말하고 있다. 이렇듯 뱅크시는 전 세계 각국을 돌며  전쟁, 정치, 인물 등을 조롱하는 다양한 벽화를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과 부조리함을 지적한다.


특히 뱅크시는 전통성과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데 지난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는 경매장에서는 액자 내에 미리 설치한 파쇄기로 그림을 파손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그의 기이한 행동은 완벽함을 요구했던 현대미술시장에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역시 하나의 욕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예술의 가치가 돈으로만 환산되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던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그런 의도에도 불구하고 뱅크시의 파쇄된 작품은 무려 15억 4천만 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예술관, 풍자가 만연한 작품 성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아티스트 뱅크시.. 난 우연히 그의 작품이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뱅크시가 한국에 와서 몰래 벽화를 그리지 않는 한, 내가 해외에 나가서 우연히 뱅크시의 작품을 발견하지 않는 이상 살아생전 뱅크시의 작품을 볼 기회는 없는 게 사실.. 난 뱅크시 작품을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성수동의 카페, 바이산으로 향했다.




수제화 공장을 리모델링해서 그런지 예스러운 느낌도 들고, 갤러리에 온 듯한 분위기도 드는 바이산.. 굳이 뱅크시 작품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구경삼아 와보면 좋을 듯한 곳이다.


이번에 바이산에 전시된 뱅크시의 작품은 '웃는 경찰관' 이란 의미의 <Smiling copper>. 헬멧에 총까지 든 무장경찰이 노란 스마일 얼굴을 하고 있는 이 그림은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유행했던 애시드 하우스 문화(하드록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장르)의 상징인 노란 스마일, 그리고 이들을 탄압하던 경찰의 모습을 그린 거라고 한다. 뱅크시만의 독특한 메시지 전달 방법인 대조를 통해 공권력에 대한 풍자를 나타내 낸 거라고 하는데 예술을 모르는 내가 보기엔 그냥 귀여운 캐릭터 같기만 하다.



하지만 예술을 알든 모르든 뱅크시의 오리지널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은 게 사실. 뱅크시가 어떤 의도를 갖고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Smiling copper>를 그렸는지 정확히 이해할 순 없지만 커피 한 잔 값으로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작품을 접하게 돼서 뿌듯하고, 뱅크시를 아는 사람에게 '나 뱅크시 작품 실제로 봤어!'라고 자랑하고 싶을 만큼 색다른 경험이었다.  


부디 뱅크시가 정체를 들키지 말고 전 세계 각지에서 작품 활동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더불어 한국에서 바이산에서보다 더 크게 전시회를 여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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