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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이로운 May 31. 2019

여친 딸과 결혼한 남자

#미국을 뒤흔든 추악한 스캔들


명실상부 헐리우드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우디 앨런. 그는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80여 편에 달하는 영화 제작에 참여했고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는 그의 이름이 수없이 노미네이트 되어왔다.  1935년생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팔순잔치를 하고 경로당에서 여생을 보낼 나이지만 우디 앨런은 아직도 매년 새로운 영화를 찍어내고 가끔은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섹시 여배우들과 함께 레드카펫을 거닐 정도로 굳건한 노익장을 과시한다. 위 내용만 봤을 땐 '정말 실력 있는 영화감독이구나'라는 감탄이 나올 텐데 사실 영화를 제외한 그의 삶은 감탄보다는 지탄이 어울린다. 과거, 10년 넘게 연인으로 지냈던 여배우 미아 패로의 딸, 순이 프레빈과 결혼했기 때문이다.      



미아 패로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자면 그녀는 1945년 태어난 헐리우드 여배우로서 1960년대와 1970년대 고혹적인 외모로 수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인은 팔자가 세다는 말이 있듯이 미아 패로의 연애사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1살, 어린 나이에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미아 패로는 얼마 전 타계한 세계적 음악가, 앙드레 프레빈과 두 번째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좋아해서 3명의 아이를 낳고 3명의 아이를 입양했는데 그 중 한 명이 미국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 스캔들의 주인공, 순이 프레빈이다.     


순이...순이..이름에서 뭔가 한국적 스멜이(?) 느껴진다. 맞다. 순이는 미아 패로가 한국에서 입양한 어린 여자아이였다. 미아 패로가 순이를 입양했던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때 당시 미국 법상 입양한 자녀에게 발급해줄 수 있는 비자는 두 명뿐이었다. 미아 패로는 이미 2명의 베트남계 아이를 입양한 상태였던 터라 순이를 입양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아 패로는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의회에 선처를 구하고 그녀가 알고 있는 유명인사들의 인맥을 총동원해 결국 순이를 양딸로 데려오게 된다. 무려 2년이나 걸렸다.

     

그토록 바라던 순이를 입양한 미아 패로와 앙드레 프레빈, 그 둘의 미래는 참 아름다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앙드레 프레빈의 바람기로  결국 이혼을 하게 된 것이다. 두 번의 이혼 경력에 6명의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 미아 패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그녀는 영화감독, 우디 앨런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에게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다. 법적인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한 동네에 살면서 2명의 아이를 입양하고 아들도 낳았으니 거의 부부나 다름없었다. 충분히 많은 아이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디 앨런과의 사이에서 추가적으로 아이를 입양하고 아들까지 낳은 걸 보면 미아 패로는 정말 정말 아이를 좋아했나 보다.



아무쪼록 결혼은 하진 않았지만 남들이 보기에 두 사람은 결혼한 사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미아 패로의 자녀들 역시 우디 앨런을 아버지라 생각하고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순이는 우디 앨런을 정말 정말 싫어했는데 이상하게 커가면서 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35살이나 많은 중년 아재에게 왜 끌렸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걸 눈치챈 형제들이 '그(우디 앨런)에게 완전히 빠졌군' 이라며 놀려댔는데도 우디 앨런을 향한 순이의 관심은 도통 멈추지 않았다. 아마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이 우디 앨런을 향한 관심으로 표현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관심은 단순히 호감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연인, 동생의 아버지인 우디 앨런을 남자로 사랑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디 앨런이 혼자 살던 집에서 순이의 포르노 사진까지 발견된다. 우디 앨런 역시 순이에게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 사이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알게 된 미아 패로는 이성을 잃었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내 딸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 이 상황에서 침착할 수 있는 여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미아 패로는 금방 이성을 되찾고 순이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다. 우디 앨런에게는 고함을 지르고 가만 두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았지만 사랑하는 딸에게는 변명의 기회를 준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순이에게 변명 대신 들은 답변은 우디 앨런과 19살 때 19금 행동을(헉...) 했다는 것이었다.친부모에게 버림받아 서울거리를 홀로 떠돌던 여자아이를 2년 동안이나 공을 들여 입양하고 금이야 옥이야 최고급 음식만 먹이며 10년 넘게 키워냈는데 내 남편과 바람이 났다... 미아 패로는 배신감에 순이의 뺨따구를 날렸다. 아마 나였으면 머리끄댕이를 잡고 쥐불놀이를 했을텐데...


맘 약한 미아 패로는 순이를 뺨을 치자마자 자신이 한 행동에 크게 놀라며 순이를 안아주고 이렇게 말한다. '딸아 나는 너를 너무나도 사랑한단다. 왜 우리가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구나.'     


순이도 어머니의 연인과 불륜을 저지른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두 모녀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의 화해를 한다. 그 후 미아 패로는 우디 앨런과의 작별을 결심, 그들 사이에 있었던 자녀들의 양육권을 두고 법정공방까지 벌이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미아 패로는 우디 앨런과 헤어지고 순이도 다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갔을 것 같은데 그게 또 모두의 바람처럼 되지는 않았다. 순이가 양어머니를 배신하고 우디 앨런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추악한 스캔들이 알려지면서 미국 전역은 충격에 휩싸이고 되고 미아 패로-우디 앨런-순이 프레빈,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헐리우드의 가장 추악한 스캔들로 보도된다. 이 사건이 일어난 게 1992년, 28년 전 이야기이다. 과연 이 세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순이 프레빈과 우디 엘런은 5년 뒤인 1997년, 이태리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두 딸을 입양한 후 아직까지 알콩달콩 부부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우디 앨런은 결혼 생활이 정말 행복한지 이따금씩 언론을 통해 순이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두 사람은 레드카펫을 함께 거닐기도 한다.     



난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듣고 순이를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은 측은한 마음도 든다. 순이는 서울 한복판에서 버려져 먹을 게 없어 비누까지 삼킬 정도로 굶주렸었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가 이혼을 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정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양어머니를 배신한 건 큰 잘못이지만 우디 앨런을 통해 생전 경험하지 못한 보살핌과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된다. 죄가 있다면 어른이 돼가지고 35살이나 어린 소녀를 꼬드긴 우디 앨런이 더 나쁘지 않을까?



양 딸, 그리고 10년 넘게 사랑한 연인과 헤어진 미아 패로는 현재 배우 생활을 하며 인권 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몇해 전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은 우디 앨런과 헤어진 후, 인도에서 입양한 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해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입양해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천사같은 미아 패로에겐 견디기 힘든 시련은 왜 두 번씩이나 찾아온 걸까? 전생에 큰 죄라도 지은 걸까? 선한 생을 살아가는 이에겐 안 좋은 일만 닥치고, 죄은 지은 사람은 하하호호 행복하게 살고...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게 맞는 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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